[인터뷰] 강정길 전 경북고 감독이 말하는 '중국 야구'

정명의 기자 2017. 7. 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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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광저우 레오파드 총괄감독으로 1년 재임
강정길 총괄감독이 광저우 레오파드와 계약하며 왕아이핑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중국 야구가 용틀임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한국 야구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에서 야구는 '자본주의 스포츠'라는 이유로 금기시 됐다. 2002년 중국봉구리그(CBL)가 출범해 프로화를 추진했지만 잠시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열린 것도 중국 내 야구 인기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스포츠를 자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며 5조위안, 한화로 8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기로 한 것. 주로 축구에 편중된 예산이지만 야구에도 42조 가량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1년에 프로리그를 출범하고 2025년까지 20개 구단을 만들어 리그 규모를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한국 야구다.

이미 많은 한국인 지도자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야구 한류'의 기반을 닦았다. 최근에는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급랭하면서 중국으로 진출했던 한국인 지도자들이 돌아오는 사례도 발생했다.

직접 중국 야구를 경험하고 온 인물이 있다. 빙그레 이글스(한화 전신)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일원, 강정길 전 경북고등학교 감독이다. 강 전 감독은 중국 광저우 레오파드 야구단의 총괄감독으로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재임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중국에서 돌아온 뒤 가족들과 여행도 아니면서 쉬고 있다.

-중국에는 진출하게 된 과정은. ▶인스트럭터로 있던 안산공고 야구부가 광저우로 전지훈련을 갔다. 그 때 광저우 구단 야구장에서 훈련을 했는데, 그 때 제의가 들어왔다.

-계약을 다 못 채우고 돌아왔다고 들었다. ▶원래 4년 마다 한 번 열리는 중국의 전국체전 야구대회에 맞춰 올해 8월까지 계약이 돼 있었다. 그런데 팀을 맡아보니 처음과 얘기가 달랐다. 처음에는 모든 권한을 주기로 했는데 여러가지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한 번은 내가 쓰면 안된다는 투수를 중요한 순간에 쓰더라. 결국 박살이 났다. 그런데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돌아오더라.

-한중 관계도 영향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한창 한중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팀에서 불편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난 중국봉구협회에 등록이 돼 있었는데, 윗사람들이 볼 때 '왜 한국인이 팀에 소속돼 있냐'고 문제삼을까 걱정하는 것 같아 그냥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한화 투수 출신 신재웅 코치가 레오파드의 투수코치로 활동하고 있는데. ▶내가 돌아오면서 '팀에 투수 코치가 있어야 투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재웅 코치가 팀에 합류했다. 신재웅 코치는 중국봉구협회에 등록이 안 된 채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중국 내 한국인 지도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추세인가. ▶신재웅 코치, 구명근(베이징 타이거즈) 감독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삼흠 (장쑤 페가수스) 감독도 돌아왔다. 최근에는 한국인 지도자들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1년 간 겪어본 중국 야구는 어땠나. ▶중국 야구팀들은 모두 중국 공산당에 속해 있다. 기업이 아닌 당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중국 사람을 알아야 한다. 중국만의 문화가 있고, 우리와 생각도 다르다. 우리 생각만으로는 안된다. 중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선수층은 어느 정도인지. ▶전국체전이 4년마다 한 번 열린다. 팀도 선수들도 전국체전에 사활을 건다. 문제는 전국체전이 끝나면 선수들도 운동을 열심히 안한다는 점이다.

내가 있던 팀에는 선수가 40명 정도 있었다. 16살부터 40살 이상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어린 선수에게는 학비를 대주고 대학교도 보내주고 한다.

-선수들 수준은. ▶중국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선수들은 괜찮다. 우리 팀에는 150㎞ 가까이 던지는 선수도 있었다. 그런데 포수였다. 중국에서 가장 빠른공이 아닐까 싶다. 투수를 시킬까도 생각했지만 그러자니 팀에 포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무리로만 8~9회에 던지게 하고, 그 땐 3루수가 포수를 보게 정리를 해놨었다.

-한국 선수들 중에도 지도자로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다. ▶KBO에서 체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계약해서 진출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야구인들의 중국 진출은 나쁘지 않다.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한국인 지도자들의 중국에서 처우는 어느 정도인가. ▶통역과 숙소를 제공받았고, 연봉은 중국 내 중산층 정도 받았던 것 같다.

-중국 야구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리틀야구까지는 선수들이 많다. 주로 돈 있는 집 아이들이 리틀야구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 위로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부가 많지 않다. 그래서 중고등학생들이 리그 소속 팀에 들어오는 것이다. 대학팀은 우리나라 사회인 야구팀보다도 실력이 떨어진다.

중국도 당이 아닌 기업이 구단을 운영해야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야구를 잘 모르는 당서기의 결정에 팀 운영이 좌우된다. 제대로 구단이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도 시진핑 주석이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면 발전할 여지도 많다.

인터뷰하고 있는 강정길 전 경북고 감독.© News1

-중국 야구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제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임기영, 김윤동(이상 KIA) 모두 내가 경북고등학교로 데려온 제자들이다. 임기영은 중학교 때 유격수였는데, 내가 투수를 시켰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을 예쁘게 잘 던졌다. 김윤동도 좋은 선수였다. 요즘 두 선수가 잘 던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다른 제자들은 누가 있나. ▶박세웅(롯데)도 경북고 제자다. 사실 난 동생 박세진(kt)을 더 높이 평가하면서 박세웅을 스카우트했다. 형이 오면 동생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동생도 경북고로 왔다.

경북고 제자인 김상수(삼성)는 아직도 날 무서워 할 것이다. 내가 많이 혼냈다.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범석(전 KIA), 손영민(KIA)은 청주기계공고 감독 시절 가르쳤던 선수들이다.

-한화 야구는 보고 있나.(강정길 전 감독은 한화에서만 프로 생활을 했다.) ▶요즘 종종 본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팀을 잘 이끌고 있는 것 같더라.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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