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 꼭대기 온통 '태극 물결'..이쯤 되면 '한국여자오픈'

김경호 선임기자 2017. 7. 1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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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박성현, 박세리 이후 한국선수 9번째 US여자오픈 골프 제패
ㆍ세계랭킹 단숨에 5위로…17세 소녀 최혜진은 준우승 ‘기염’

트로피 번쩍·웃음 활짝 박성현이 1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2회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베드민스터 | AP연합뉴스

리더보드 위쪽은 온통 태극기로 물결쳤다.

우승자 박성현(24·KEB하나은행)을 비롯해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킨 2위 최혜진(18·학산여고), 공동 3위 유소연(27)과 허미정(28) 등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500만달러) 순위표의 상위권은 온통 한국 여자골퍼들 차지였다.

‘남다른 루키’ 박성현은 특유의 신들린 듯한 몰아치기로 마침내 생애 첫 우승과 동시에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만 17세10개월의 여고생 국가대표 최혜진은 50년 만의 US여자오픈 아마추어 챔피언을 아깝게 놓쳤지만 한국 여자골프의 무서운 저력과 그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렸다.

박성현은 1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GC(파72·673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우승했다. 2위 최혜진과는 2타 차. 3라운드 선두 펑산산(중국)에게 3타 뒤진 4위로 출발한 박성현은 12번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공동선두로 올라선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본 15번홀(파5)에서 7m짜리 버디를 낚으며 단독선두로 나선 끝에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90만달러(약 10억3600만원).

US여자오픈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최고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보이며 처음 우승한 이후 올해까지 9번이나 한국선수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대회다.

박성현은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인지(2015)로 이어진 US여자오픈 한국인 챔피언 계보를 이었다. 최근 10년 새 7번이나 한국선수들이 우승했고, 올해는 공동 8위까지 10명 중 8자리를 차지하면서 이 대회가 ‘US여자오픈’이 아닌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박성현은 마침내 슈퍼루키의 잠재력을 터뜨리며 스타 탄생을 신고했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7승을 거두며 국내 무대를 평정한 박성현은 올해 미국 무대에서 4차례 ‘톱10’ 진입 끝에 마침내 첫 우승을 최고 권위의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모든 일에 성공하려면 남달라야 한다’는 중학 시절 은사의 조언을 따라 ‘남달라’라는 좌우명 겸 애칭을 캐디백에 새겨넣은 박성현은 한국팬들로부터 얻은 ‘대세’ ‘지존’ ‘닥공’ 등의 별명이 유난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우승으로 증명해 보였다.

호리호리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파워 넘치는 스윙에서 뿜어내는 남다른 장타력이 장점이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게임을 집중 보완해 큰일을 내면서 다승 사냥으로 목표를 이어가게 됐다.

박성현은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보다 6계단 높은 5위로 올라섰다. 최혜진은 38계단 뛰어 24위에 자리 잡았다.

최혜진은 1969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에 두 번째 US여자오픈 아마추어 우승자가 될 기회를 놓쳤지만 ‘차세대 세계 여자골프의 에이스’ 자리를 예약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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