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임의탈퇴' 김상현, "끝까지 팬들께 고개숙이겠다"

2017. 7. 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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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익래 기자] "내가 지금 팬들에게 '복귀한다면 열심히 하겠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할 자격이나 있을까. 내가 저지른 일이 있는데, 책임져야 한다".

kt는 지난해 7월 13일 '사회적 물의로 품위 손상을 했다'는 이유로 김상현(37)을 임의탈퇴했다. 임의탈퇴 선수는 1년 동안 복귀가 불가능하다. 그 후부터는 구단의 결정에 달렸다. 구단의 의사만 있다면 며칠 뒤 그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과연 김상현이 1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 2017년 7월

김상현의 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저니맨 외인구단 소속인 김상현은 동료들과 매일 아침 기술 훈련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곧장 훈련장으로 이동, 실내 타격 훈련을 실시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독립리그는 일주일에 한 차례 실전을 소화한다. 때문에 경기가 없는 날 김상현의 일과는 여느 1군 선수들보다 더 분주하다.

다른 점은 하나 있다. 김상현은 일주일에 두 번씩 수원시 장안리틀야구단에 방문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kt의 연고지인 장안구를 찾는 것이다. 저니맨 외인구단의 숙소 및 훈련장이 있는 경기도 구리와 한참 떨어져있음에도 김상현은 매주 재능기부를 거르지 않는다.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kt의 연고지인 수원 야구팬들을 향한 진정성이다.

그는 "나름 지도랍시고 하는데 아직 어렵다. 다행히 아이들이 재밌어 한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상현은 "나도 어릴 때 코치님들의 이야기가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그분들이 했던 이야기를 내가 똑같이 하고 있더라. 결국 야구는 다 같은 것 같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상현은 임의탈퇴 통보를 받은 뒤 야구를 멀리했다. 일상생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야구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런 김상현은 요즘 조금씩 kt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김상현은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올 시즌 초반에 성적이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성적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은 기분이다. 여전히 1회부터 9회까지 지켜보기는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 2016년 7월 13일

김상현의 1군 경기는 지난해 7월 12일 넥센과 홈경기가 마지막이다. 당시 김상현은 7번타자 겸 1루수로 나섰지만 4회 교체됐다. 이튿날 그는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임의탈퇴 처리됐다.

김상현은 당시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힘겹게 입을 뗀 그는 "전부 내 실수였다. 힘들었다. 시간이 지났어도 '안 힘들다. 괜찮다'라고 할 수 없다. 피해자분과 동료들, 가족들, 그리고 팬들에게 모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정말 막막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임의탈퇴 직후 두세 달을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집밖은 물론 방에서 벗어나기도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김상현은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도 있는데 집에만 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는 집 앞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상현의 아버지뻘 연배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체육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겠다'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했던 김상현의 예측은 빗나갔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썩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김상현에게 격려를 건넸다. 김상현은 "힘이 되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 2017년 4월 24일

그렇게 몸을 만들던 김상현은 지난 3월, 저니맨 외인구단의 경주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했다. 당초 함께 훈련만 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함께 몸을 부대끼며 욕심이 생겼고, 팀 합류를 결정했다.

김상현은 "복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정도 몸을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최익성 감독님께 부탁을 드렸다. 함께 훈련하던 중에 때마침 독립리그가 출범했다. 나도 KBO와 구단에 문의를 했다. 임의탈퇴 신분이 독립리그에 뛸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가능하다고 하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독립리그의 열악한 현실은 김상현의 초심을 일깨웠다. 그는 "프로에 있던 게 행복한 것이었다. 막상 나와보니 이렇게 절실한 선수들도 있다는 데 놀랐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잘했던 선수는 아니다. 다시 한 번 그때 기분을 느꼈다. 후배들에게 보고 배운 것도 많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김상현은 4월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서 열린 '2017 스트라이크존 한국독립야구리그' 연천 미라클과 개막전에 4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임의탈퇴 이후 처음으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군 무대를 누빌 때만큼 많은 수의 팬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서 김상현이 잊고 있던, 그리고 그토록 바라왔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김상현의 KIA 시절 유니폼을 들고 온 팬도 있었다. 김상현은 "팬들에게 '김상현이 원래 이런 선수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은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 다시 2017년 7월

김진욱 kt 감독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OSEN과 만나 "임의탈퇴 신분이라 7월이 넘어야 복귀가 가능하다. 김상현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며 "여론이 반응도 살펴봐야 하겠지만, 1년의 시간이면 반성의 기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말한 바 있다.

김상현의 생각은 달랐다. 김상현은 "김진욱 감독님과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다. 하지만 해설위원으로 계실 때도 이야기 많이 나누고, 조언을 들었던 분이다. 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내가 풀어야 한다. 감독님께 그 짐을 떠넘기고 싶지 않다"라며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많으실 텐데, 내 일까지 안겨드려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현의 이러한 말은 고마움에서 나왔다. 그는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팀에 민폐를 끼친 것 아닌가.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구단의 판단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상현은 자신의 몸 상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70~80% 정도 되어있는 상태다. 아무리 독립리그라고 해도 1군과 수준 차이는 있다. 힘은 여전히 자신 있고 누구에게도 처지지 않는다. 실전 감각을 되찾으면 충분히 자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그를 향한 팬들의 시선이다. 최근 몇 년, 물의를 일으킨 프로야구 선수들의 입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죄를 지은 것도, 그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그들 몫이다. 그 잘못은 야구와 무관한데, 야구를 끌어와 죄를 지우려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들은 저 문구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 상당하다.

김상현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내가 지금 팬들에게 '복귀한다면 열심히 하겠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할 자격이나 있을까. 내가 저지른 일이 있는데 책임져야 한다. 팬들의 시선이 따가울 것이다. 당연하다. 나를 용서하지 못하시는 팬분들에게도 끝까지 고개 숙이는 게 맞다. 가능하다면 한 분 한 분 찾아가 사과드리고 싶을 정도다"라고 강조했다.

프로야구는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 임의탈퇴 신분 선수를 복귀시키는 건 구단이지만 김상현을 용서하고 응원하거나 질타하는 것 모두 팬들의 몫이다. 과연 김상현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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