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뛰어도 뽑는다' 신태용의 마이웨이..이상론 아닌 현실론

김용일 2017. 7. 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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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국가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내 축구에 맞는 선수라면 (소속팀) 경기에 뛰지 않아도 뽑겠다.”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불씨를 살려낼 ‘소방수’로 투입된 신태용(47)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 원칙 차별화로 돌파구를 마련할 뜻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이틀이 지난 6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앞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뽑을 수 있다. 남은 월드컵 최종 예선 2경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내 축구에 맞는 선수라면 소속팀에서 뛰지 않아도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전 감독과 스타일이 다른 건 사실이다. 그 당시 선수를 모두 쓴다고 말할 수 없다. 내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쓰겠다. 이란(8월 31일), 우즈벡(9월 5일)전은 모두 이긴다는 전제로 선수를 뽑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축구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5월 31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진행된 소집 훈련을 감독하고 있다. 파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자충수는 두지 않는다
‘못 뛰어도 뽑는다’는 선발 원칙은 신태용호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의미한다. 전임 홍명보, 슈틸리케 감독이 내세운 원칙과 180도 다르다. 홍명보, 슈틸리케 감독은 나란히 취임 때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는 선수 가용 폭을 좁히고 여론을 의식하다가 정작 자신의 축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족쇄가 됐고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는 홍 감독도 지난해 8월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작성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인정한 부분이다.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을 1년여 앞둔 2013년 6월 지휘봉을 잡았는데 ‘홍명보 키즈’로 불린 2009년 U-20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멤버를 대거 발탁했다. 특히 자신이 내세운 원칙에도 불구하고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던 박주영을 선발하는 등 ‘의리 축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끝내 본선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탈락하면서 실패로 귀결됐다. 그는 논문에 ‘(준비 기간이 촉박해) 과거 나와 호흡을 맞췄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선참급 선수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선수를 배제하거나 한 선수에게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 팀 운영 원칙을 스스로 위반하는 오류를 범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원칙을 뒤집고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유럽파를 중용했고 경기력 논란에도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를 주전 자리에 못박는 방식으로 팀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축구대표팀의 이청용이 31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진행된 소집 훈련에서 드리블 훈련을 소하하고 있다. 2017.05.31. 파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이상 아닌 현실 선택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뽑고 싶은 대로 뽑으면 된다. 다만 뽑은 선수를 구상한 대로 활용해야 한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을 확실하게 지면 된다. 전임 감독이 가장 오류를 범한 건 중용한 자원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한 경기 결과가 좋지 않거나 비난을 받으면 또다시 눈치를 보고 선수 선발을 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선수만큼은 후회 없이 의지대로 뽑고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신 감독은 올림픽, U-20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 때도 누구보다 자기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낸 지도자다. 그러다 보니 장·단점도 뚜렷하다. 오히려 여론을 의식한 원칙을 내세우면 올가미 속에 자기를 가둬두는 것과 같아 그의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 2014년 슈틸리케 감독 부임 직전 감독대행으로 A매치 2경기를 치렀고 코치까지 경험하며 A대표팀과 가까이해온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이상이 아닌 현실적인’ 선택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승리를 이끈 딕 아드보카드 감독이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도 이전까지 여러 실험을 거쳤지만 결국 본선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핵심 주역을 대거 선발했다. 큰 대회를 앞둔 대표팀에 있어 경험과 클래스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한 축구인은 “K리거 중에서도 당연히 훌륭한 자원은 많지만 정작 대표팀에 많이 들어가지 못하는 건 큰 무대에서 빠른 템포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경험과 중압감을 이겨내는 데 있어 유럽파 베테랑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 유럽파는 팀 내 확실한 주전이라기보다 도전자 입장이다. 소속팀에서도 잘 뛰고 대표팀에 뽑히는 건 어찌 보면 ‘이상론’에 가깝다. 설령 소속팀 경기 출전 부족으로 감각은 떨어질 수 있으나 이미 기량 검증이 끝났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이끄는 게 현실적이다. 물론 ‘무조건 발탁’은 없다. 팀 분위기를 해치면서까지 특정 선수를 중용할 이유는 없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감독이 소신대로 선발하고 꾸준히 자기 전술에 녹여야 한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견해다.

신 감독은 최근 대표 세대의 불성실한 경기 태도를 꼬집는 것에 대해서는 “선수 개개인 성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사명감과 동기를 더 심어주기 위해 먼저 다가가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며 소통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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