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스토리] '모교 사랑' 양현종, 1억7000만원 버스 기증한 사연

"저희야 정말 고맙죠. 모교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해주니 더 고맙고요." 광주 동성고 야구부 학생들은 이제 곧 새로운 버스를 타게 될 생각에 들떠있다.

동성고는 과거 광주상고 시절 김종모 이순철 장채근 등 쟁쟁한 레전드들을 배출한 전통의 야구 명문이다. 양현종을 비롯해 한기주 김주형(이상 KIA) 이원석(삼성) 김원중(롯데) 최주환(두산) 등 현역 프로 선수들이 동성고 출신이다. 현재 해태 타이거즈 출신인 김재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고 있다.

주말리그 후반기 전라권 우승을 확정하고, 전국대회를 노리는 동성고 야구부가 큰 선물을 받았다. 최신형 새 버스다. 선물을 보낸 사람은 동성고 출신 '스타 플레이어' 양현종이다. 지난 겨울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1년-22억5000만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한 양현종이 모교에 통큰 선물을 안겼다.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이 최신형 버스는 가격이 1억7000만원이 넘는 고가다. 양현종은 전액 사비로 버스를 구입해 모교에 기증했다. 버스 양쪽면에 양현종 투구 모습이 담겼고, 뒷면에는 '양현종 선수 기증'이라는 글씨가 박혀있다.

양현종의 모교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와서도 꾸준히 후배들과 교류했다고 한다. 학교에 자주 찾아가 인사를 해왔다. 동성고 야구 선수들에게 선배 양현종은 '롤모델'이다.

아무리 고액연봉자라고 해도 2억원에 가까운 버스를 기증하기는 쉽지 않다. 양현종과 가까운 야구 관계자는 "FA 계약을 하기 전부터 학교에 새 버스를 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버스가 오래돼 에어컨이 잘 안 나오고, 시설이 열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후배들은 버스를 보지는 못했다. 랩핑까지 마친 버스는 공장에서 출고 돼 5일 광주에 위치한 동성고에 도착했다. 동성고 야구부는 현재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이다.

김재덕 감독은 "쉽지 않은 일인데, 현종이가 큰 결정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동안 물품이나 현금을 지원한 선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버스를 기증한 것은 현종이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후배들을 계속 챙겨줘서 고맙다. 앞으로 선수들이 편안하게 이동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당사자인 양현종은 겸손했다. 그는 "후배들이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준 것 뿐이다. 내가 나온 학교가 앞으로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선수를 배출하면 나 역시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버스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동성고는 다음주에 양현종의 스케줄에 맞춰 증정식을 열 예정이다. 학교측에서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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