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의 풋볼프리즘] '박지성이 돌아온다' 레전드 매치의 매력

2017. 6. 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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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레전드계에서도 '박지성'이다. 단연 아시아 해외축구 시장 콘텐츠의 핵심이었던 박지성의 가치는 은퇴 이후에도 간간히, 아니 꾸준히 빛을 발하고 있다. 무대는 레전드 매치다. 비록 현역 시절 그가 내달렸던 프리미어리그 정규 리그나 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꿈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경기들은 아니지만 이 레전드 매치에는 또 다른 종류의  '빅재미'가 존재한다.

오는 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맨유 레전드 팀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프 누 경기장을 찾는다. 상대 역시 바르셀로나 레전드 선수들로 구성된 소위 '역대급' 팀이다. 두 팀의 레전드 매치는 양 클럽이 여름 비시즌 기간을 활용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경기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되며 매치는 바르셀로나에서 한 차례, 9월에는 맨유의 홈인 올드 트라포드로 장소를 옮겨 총 2회에 걸쳐 치러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초, 박지성이 캄프 누 원정으로 치러지는 1차전 맨유 레전드 매치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최근에는 9월에 예정된 2차전에도 출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져 우리 축구팬들 사이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지성은 레전드계의 '막내'인 만큼 90분 풀타임 출전도 유력하다.

물론 선수 전원이 현역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경기가 주는 긴장감이나 선수들의 기량 자체만 놓고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번 레전드 매치 역시 그 어떤 경기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사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이렇게 의심 없이 확신하는 것은, 그의 현역 시절 결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는 해외축구 경기를 보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 새벽이면 시도때도 없이 잠을 설치며 일어나 어둠 속 TV 리모컨을 찾고, 축구 중계 채널을 찾는 일은 당시 '해외축구'를 즐기던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다른 손에 쥔 핸드폰으로는 프리뷰 기사란 기사는 모조리 훑으며 '박지성이 선발이냐, 아니냐'는 '확신'을 검색하고, 그 와중에 '선발'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했을 때 느끼는 전율까지. 비록 TV화면을 통해서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90분 내내 선발로 뛰는 박지성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숨죽이며 관전하던 '레트로'는 이제 좀처럼 소환하기 힘든 소중한 추억이 됐다. 잠들어 있는 누군가가 깰 까봐 숨죽이며 환호성을 지르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학교를 위해 멍한 눈을 비비며 어중간한 시간대에 정신을 차리는 루틴까지.

사실 요즘에는 시즌 내내 유럽 리그 경기 자체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낮과 밤이 뒤바뀌는 규칙적인 불규칙만 감수한다면 언제든지 리얼타임으로,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편리하게 '해외축구'를 즐길 수 있다. 해외축구라는 생경했던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것 자체에 호불호를 논하는 것 조차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매치처럼 이렇게 '대놓고' 추억을 소환하며 돌아오는 이벤트 경기들은 이제 그 시절, 그 때를 회상하게 해주는 특별한 재미가 더해져 더욱 특별한 콘텐츠가 됐다.

지난 2015년 베컴이 주최했던 유니세프 자선경기에 처음 레전드 자격으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레전드 매치'계의 신성이 된 박지성은 특히 올해 6월 초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치러진 '마이클 캐릭' 자선경기에서 압권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 경기는 당시 향후 적어도 1, 2년 동안 레전드 매치에서의 박지성의 가치가 재발견된 경기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맨체스터의 팬들이 경기 중 실시간으로 박지성을 첼시의 은골로 캉테에 비유한 것도 큰 이슈였다. 은퇴한 선수라고는 보기 힘든 활동량과 공수 전반을 넘나드는 박지성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한국을 넘어 맨유팬들에게도 팀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 그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이었을 터다.

물론 달라진 것도 많다. 다소 배가 나온 게리 네빌의 야망 넘치는 허당 슈팅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는 일이나, 이제는 반백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을 가지게 된 골키퍼 판 데 사르의 선방 장면을 보는 신기한 경험들. 역시 레전드계에서는 '막내군'에 속하는 에브라가 마치 현역 시절의 그것처럼 박지성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이나 현역이 웨인 루니가 레전드를 연상시키는 둔한 몸동작으로 공분을 사는 후일담까지 레전드 매치는 경기가 킥오프 할 때마다 깨알 같은 재미들이 속출한다.

오는 1일 새벽 치러지는 바르사 원정 레전드 매치에는 지난 6월 초 마이클 캐릭 자선경기에 출전했던 '맨유 08 올스타팀'에 차출됐던 맨유 은퇴 선수들도 다시 한 번 대거 재소집됐다. 이들은 레전드 매치 출전으로 한 차례 손발을 맞추며 경기력도 다소 회복된 상태다. 바르사 원정에 앞서 일종의 전력 담금질까지 마친 셈이다. 막내 박지성을 필두로 베르바포트, 루이 사하, 앨런 스미스와 수비수 브라운 등 왕년에 EPL 무대를 휘젓던 선수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는 이번 레전드 매치에서도 흥미진진한 대목.

더군다나 상대가 전설의 히바우두부터 호나우지뉴, 클루이베르트를 필두로 쟁쟁한 스쿼드를 자랑했던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라면 말이다. 추억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에는 '레트로'라는 필터가 존재한다. 그 기억과 과거가 어떤 종류이건 레트로 필터를 씌우는 순간 추억은 대부분 아련한 감정을 자극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종종 추억을 소환하는 일에 열광한다. 레전드 매치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이 돌아온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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