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포커스] 끊이지 않는 '편파' 방송 논란..현장의 갑론을박

이상철 입력 2017. 6.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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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5일 저녁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병규 skySports 해설위원이 나지완(KIA), 강민호(롯데)와 함께 올랐다. 포털사이트의 야구기사 댓글은 물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병규 해설위원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이병규 해설위원은 이날 사직 KIA-롯데전의 현장 중계 해설을 맡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6회초 공에 맞은 나지완이 강민호와 설전을 벌였고 두 팀의 벤치클리어링까지 펼쳐졌다. 민감한 상황 속 이병규 해설위원의 발언은 야구팬의 격한 반응을 일으켰다. 이 상황만이 아니라 경기 내내 편파적인 태도로 해설을 했다며 야구패의 성화가 빗발쳤다.

당시 skySports 홈페이지 서버는 다운이 됐다. 이병규 해설위원의 연관 검색어에는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편파’라는 단어가 있다.

이병규 해설위원만이 아니다. 편파 방송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복되고 있다. 해설위원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진 날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특정 방송사 중계진의 편파 진행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24일 경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은 고척 LG-넥센전과 문학 kt-SK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혹자는 야구팬의 생각과 다르게 편파 중계가 없다고 말한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중립적인 태도를 최대한 지킨다고 주장한다. 무엇인가 의도하는 바가 없으며 듣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다. 현장도 야구팬만큼 매 순간 뜨겁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야구팬이 느끼는 것 같이 편파 중계가 심하다고 전한다. 고의성 짙은 발언이라고 추측케 하거나 특정 팀 위주로 진행하는 바가 있다고 반박한다. 야구팬과 다르게 어필할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다. ‘같은 야구인’이라는 테두리 아래 그냥 삭힐 수밖에 없을 때가 더 많다.

지난 6월 15일 사직 KIA-롯데전 6회초에 벌어진 강민호(왼쪽)와 나지완(오른쪽)의 설전.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병규 skySports 해설위원은 편파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편파 없다: 중립을 지키려 한다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해설위원은 보도방송을 위하여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논평하는 인물이다. 야구 해설위원의 경우 쉽게 표현해 야구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이의 이해를 돕는 역할이다. 이해하기 쉽거나 보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경기 상황을 해설한다.

말 그대로 해설위원은 ‘야구전문가’다. 시쳇말로 오랫동안 야구로 밥을 먹었던 이들이다.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들의 자산이다. 현장과도 긴밀하게 소통한다. 어제까지 함께 했던 선수이자 지도자였다.

때문에 해설위원이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현장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간혹 일부 사실을 잘못 알고 전달할 때(PD 등을 통해 정정을 요청하기도 한다)도 있지만, 편파적이거나 고의적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설위원의 의견을 존중한다.

A지도자는 “현장에서 따로 중계를 들을 수가 없다. 경기가 끝난 뒤 따로 체크하지도 않는다”라며 “해설위원마다 자신만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 ‘잘했다 못했다’ 평하는 것은 어렵다. 듣기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B베테랑도 “해설위원은 선배들이다. 현장에서 함께 생활하고 운동했던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심리, 경기 상황 등 현장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 머릿속 생각을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겠으나 선수 입장에서 당연히 이해가 간다. 몇몇 편파 논란이 됐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의사를 피력했다.

중계방송사도 편파라는 단어에 난색을 표한다. 경기 흐름을 따르거나 특정 상황이 벌어지면서 한 팀이 좀 더 중심이 될 수 있으나 특정 팀을 편애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C방송인은 “중계방송은 중립성을 갖는 게 기본이다. 자칫 한 쪽으로 치우쳐 중계할 경우 논란일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마음도 단단히 먹는다. 더 이상 날로 먹는 방송을 할 수도 없다. 중계를 준비할 때마다 반나절 가까이 투자한다. 다른 종목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빼고 주 6번 펼쳐진다. 전 경기가 생중계 된다. 채널도 다양하다. TV는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예년보다 훨씬 야구팬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SNS의 활성화로 피드백도 빠르다. 1경기가 끝난 후 수많은 시청소감이 쏟아진다. 때로는 다소 지나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따라서 해설위원의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D해설위원은 “고충도 많고 상처도 크다. 현역 시절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라며 “조심스럽게 준비하는데 예전보다 좀 위축된 면이 있다. 비판과 비난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중이다”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시즌 첫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진 지난 5월 21일 대전 삼성-한화전. 장외에서는 방송 중계를 두고 시끄러웠다. 사진=옥영화 기자
◆편파 있다: 쉬쉬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한 목소리로 ‘중계가 공정하다’라고 하지 않는다. 불평과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분명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으나 때로 과하다고 싶을 정도로 느낄 때가 있다.

선수단은 중계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없다. 그들의 눈과 귀는 그라운드에 집중될 따름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폰으로 이슈를 접하며 지인이 영상 등 자료를 공유한다.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구단 프런트도 실시간으로 팀 경기 방송을 보면서 체크한다. 다만 구단 차원에서 섣부르게 입장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의 사실을 바로 잡을 수는 있을지언정, 중계방송사에 편파 논란을 따지기 어려운 입장이다.

E구단 관계자는 “중계방송사가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할 때가 있다. 마치 국가대항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구단이 입장을 전달할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구단과 중계방송사는 동등한 위치가 아니다”라며 전전긍긍했다.

다른 F구단 관계자도 “편파 논란이 회자돼 확산되는 걸 별로 원치 않는다. 구단 입장에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가 딱히 대응할 수 있는 부분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중계방송에 불만을 드러내는 부분은 ‘편애’와 ‘예단’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발언이다. 특정 팀을 띄어주거나 반대로 특정 팀을 깎아내리는 걸로 비춰진다. 야구팬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일부 야구팬은 저마다 해설위원의 구단별 호불호 명단을 작성하기도 한다.

또한, 섣부르게 예측해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G선수는 “지인이 알려줘 뒤늦게 나에 관한 영상을 찾았는데 너무 황당했다. 해설위원이 마치 내가 못 하라고 저주를 퍼붓는 것 같이 느껴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H선수도 “과거 한 해설위원이 (나에 대해)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정적으로)여론을 몰아간 적도 있어 기분이 나빴다”라고 고백했다.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야구팬의 선택 채널도 5개가 됐다. 중계방송사는 시청률 경쟁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스타급’ 해설위원의 포진이다. 저마다 해설위원의 숫자를 늘렸다.

야구인은 은퇴 후 진로로 해설위원을 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현역 해설위원 중 코치 경험이 없는 이들이 꽤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배우면서 현장과 관계도 끊어지지 않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시각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자질 논란까지 번진다. 이에 자괴감에 빠진 해설위원도 있다.

I야구인은 “몇 년 사이 야구팬이 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대중화로 이슈나 논란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해설위원이 짧은 기간 내 상당수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날로 먹는 방송은 없으나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은 방송은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가지 성향 및 시각은 존중 받지만, 정보 전달이 아닌 직감에 의존하는 중계는 우호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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