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호의 왼발잡이] 이승우의 이적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엄준호 2017. 6. 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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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엄준호 기자= 이승우(19)가 선수 커리어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이적을 택한다 해도 결코 실패가 아니며, 존중받아야 한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 가장 뜨거운 이슈가 여럿 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 레알 마드리드)는 탈세 의혹에 지쳐 팀을 떠나겠다고 외쳐 시끌시끌했다. 스페인의 미래를 짊어질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이적설이 뜨겁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국내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이승우다.

현재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후베닐A 소속이다. 더 큰 물에서 놀기 위해선 한 단계 상위 팀인 바르사 B팀으로 승격해야 한다. 그런데 어째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매체 ‘Rac1’ 소속이자, 바르사 유소년 전문 기자로 활동한 제라드 로메로는 본인의 트위터로 이승우를 거론했다. “이 선수의 미래가 바르사로부터 멀어져 간다. 구단 측이 이승우에게 믿음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알렸다. ‘스포르트’ 또한 “바르사가 아직 이승우와 다음 시즌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 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사실상 바르사에서의 미래가 어둡다는 게 현지 예상이다.

축구선수라면 뛰어야 한다. 필드 위를 누비며 감각을 쌓고, 경험을 다져야 한다. 그러면서 점차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 이승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의 나이는 만 19세로 슬슬 프로팀에서 활약할 나이다. 마침 타이밍이 좋게 한국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대회가 열렸다. 이승우는 조별리그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 환상적인 득점을 기록하며 또래들 사이 풍부한 잠재력을 뽐냈다. 특히 아르헨티나전 ‘폭풍 질주’ 골은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를 떠오르게 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큰 국제대회답게 한국에 많은 스카우트가 몰렸다. 레알 마드리드, 아약스, 세비야, AS 모나코 등 빅클럽이 관계자를 파견해 눈에 힘을 주고 어린 원석들을 관찰했다. 한국전을 지켜본 스카우트라면 이승우의 장점과 단점도 분명 메모를 했을 터다.

이중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도르트문트가 이승우의 장점에 반한 모양새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빌트’는 “아시아의 보석이 피터 보츠 감독의 품에 안길까? 도르트문트는 바르사의 떠오르는 스타 이승우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영입을 추진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서 22일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이승우의 에이전트 페레 과르디올라는 도르트문트가 바르사와 이승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샬케 04 또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가장 강력하게 연결되고 있는 팀은 도르트문트다.

바이아웃 300만 유로(약 38억 원)로 추정되는 이승우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면 단숨에 주전을 꿰찰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오히려 도르트문트 1군은 바르사 후베닐A와 수준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꽤 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할 정도로 탄탄한 팀이다. 마르코 로이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우스망 뎀벨레를 앞세운 공격진이 화려하다. 백업 선수로 있는 안드레 쉬얼레,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등도 만만치 않다. 이승우가 올여름 이적하자마자 1군에 진입한다는 건 사실 확률이 낮다.

만약 도르트문트행을 택한다 하면 최소 한 시즌 정도는 임대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도르트문트가 이승우를 장기적인 플랜에 포함시킨다면 그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에 잠시 맡길 것이다. 이승우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타 팀에서 성장하고 돌아와 도르트문트에서 주전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승우 측 관계자는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등 4~5개 구단이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바르사는 이승우와 2018년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올여름 재계약을 맺거나 판매하는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소속팀과는 부지런히 협상하고, 새 팀과는 부지런히 요목조목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바르사 유소년 시스템에서 자랐어도 1군 진입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지난 21일엔 촉망받는 유망 공격수 조르디 엠보울라(18)가 바르사 B팀을 고사하고 AS 모나코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2022년까지 계약을 맺으며 커리어 전환점을 맞았다. 바르사 1군에서 활약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한 그는 새 둥지를 물색했고, 손을 뻗은 모나코와 미래를 꿈꾸게 됐다.

바르사를 떠나는 것이 퇴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결정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선택지에서 최대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인생이다. 이승우에게 있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프로팀 입단이며, 프로팀과의 꾸준한 맞대결이다. 바르사 B팀에서 주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면 과감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승우의 ‘바르사 드림’을 함께 꿈꿨던 국내팬들도 이승우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승우가 걸어갈 길은 결코 실패가 아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FC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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