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비야누에바의 '넘치는' 독수리 사랑 "한화를 위하여"

이상철 입력 2017. 6. 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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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7일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한화)는 승리투수가 됐다. 59일 만이다. 이제 2승째(4패). 그는 괜찮다고 했으나 주변에서는 그의 불운에 애간장을 탔다. 이날 한화 타선은 홈런 3개 포함 12안타로 9점을 지원했다.

하지만 미안함은 비야누에바가 더 컸다. 두 차례나 장기 결장했다. 1번은 오른 팔꿈치가, 다른 1번은 왼 새끼손가락이 아팠다. 3주씩 총 6주 동안 빠졌다. 개막 이후 절반 가까이 전열에서 이탈한 셈이다. 그는 어떻게라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없었다는 점에 안타까워했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항상 ‘팀 퍼스트’를 외친다. 그는 2번의 장기결장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던 부분을 아쉬워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가슴이 뜨거웠던 5월 21일

특히, 2번째 부상은 외부 충격이다. 자신이 조금이나마 감정을 억제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21일 대전 삼성전 3회말에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김태균에 이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윌린 로사리오가 공에 맞자 그는 흥분했다. 가장 먼저 더그아웃에서 뛰쳐나가 윤성환에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뒤이어 상대에 둘러싸여 몸싸움을 벌였다.

행동대장이었으나 그는 이날 선발투수였다. 그 결과는 퇴장이었다. 한화는 그 후 조기 가동된 불펜이 무너지며 뼈아픈 역전패를 했다. 후폭풍도 있다. 비야누에바는 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왼 새끼손가락 인대 파열로 3주간 뛸 수 없었다.

외부에서는 비야누에바의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화는 하위권에 처진 팀이다. 김성근 감독 사퇴라는 폭탄도 터졌다. 에이스의 이탈은 전력 손실이 크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비야누에바다. 하지만 그 순간 너무 가슴이 뜨거웠다. 그는 평소에도 팀 케미를 중요시 여긴다. 비야누에바는 “팀을 위한 행동이었다. 그 순간 팀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컸다”라고 밝혔다. 그는 징계와 부상이 뒤따랐으나 그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가해’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을 터. 명백한 징계 대상이었다. 비야누에바는 사과도 정중히 했다. 그는 “벤치클리어링은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야구의 일부분이다. 삼성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난 모두를 존중한다. 그 일이 있은 뒤 삼성 선수단에게 사과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겠다”라고 말했다.

6월 둘째 주말이 그의 복귀 예정일이었다. 비야누에바는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으면서 착실하게 복귀를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그 날 이후 팀에 미안함을 갖더라.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된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비야누에바는 “벤치클리어링 이후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 팀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심려를 끼쳐 드렸고, 팀을 위해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죄송했다. 앞으로는 (부상 등으로)이탈하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항상 ‘팀 퍼스트’를 외친다. 그는 2번의 장기결장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던 부분을 아쉬워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비야누에바는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을 통해 복귀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을 상대했으나 이번에는 별 탈이 없었다.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다만 공이 다소 몰린 면이 있었다. 3주의 실전 공백이 느껴졌다. 그러나 6일 후 수원 kt전에서 7이닝 1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펼쳤다. 오태곤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전반적으로 완급 조절이 뛰어났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은 “공이 워낙 좋았다. 원래 컨트롤이 좋은 투수인데 실투가 거의 없었다. 제구가 훌륭해 난 그저 받기만 할 따름이었다”라고 했다. 이 감독대행도 “노련한 선수다. 로케이션이 좋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kt전에는 제구도 낮게 형성됐다”라고 호평했다.

비야누에바는 “삼성전은 오랜 공백 후 첫 경기였다. kt전은 그 후 루틴대로 준비한 게 좋아진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난 구속이 빠르지 않아 운영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제구 및 경기 운영에 더 집중을 한다”라고 밝혔다.

비야누에바는 지금껏 1번도 완벽했던 적이 없다고 했다. kt전도 그렇다. 하지만 에둘러 그만큼 자신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다. 그는 “1번도 내 몸이 100%였던 적이 없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몸 상태라면 언제든지 공을 던질 수 있다. 내가 마운드에 있다면 내 몸이 괜찮다는 방증이다”라고 강조했다.

비야누에바는 잦은 이탈로 출전 경기가 적다. 승수도 적다. 그러나 내용은 훌륭하다. 퀄리티스타트 7번을 기록했고, 퇴장한 삼성전 외에는 최소 5이닝을 책임졌다. WHIP는 0.88에 불과하다.

비야누에바는 2월 말 한화와 계약했다. KBO리그는 처음이다. 그럼에도 큰 어려움 없이 잘 뿌리내리고 있다. 그는 “난 배우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 코치,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묻는다.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상대의 야구를 꼼꼼히 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100일이 지났는데 한국이 내 집 같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크게 이질감이 없다”라며 한국 생활에 만족스러워했다.

비야누에바는 22일 현재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하고 있다. 월별 평균자책점이 2점대(2.30→2.00→2.77)로 꾸준했다. 정규이닝을 채우지 못했으나 평균자책점 부문 3위에 해당된다. 이 같은 호투가 계속된다면 타이틀 경쟁도 가능하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난 베테랑이다. 팀만 승리할 수 있다면, 개인 기록은 개의치 않다. kt전도 승리투수가 된 것보다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더 기뻤고 만족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프로선수로서 제 역할을 다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가 정상에 오르는데 일조하는 게 자신의 임무다. 비야누에바는 “프로라면 우승이 당연한 목표다.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며 “현재 내 커리어에 개인 기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25패 투수가 돼도 우선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1983년 11월 28일생

188cm 100kg

밀워키-토론토-시카고 컵스-세인트루이스-샌디에이고

2017년 한화 입단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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