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인터뷰]현주엽 감독 "김종규가 식사할 때마다 날 보고 웃는다"

민창기 입력 2017. 6.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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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 인터뷰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6.13.
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6.13.
LG를 이끌어갈 현주엽 감독과 김영만 코치. 스포츠조선DB
"김종규가 눈만 마주치면 웃더라고요. 식사할 때 자꾸 식판을 쳐다봐요."

남자 프로농구 '레전드' 현주엽(42)을 농구인이 아닌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덩치 큰 방송인으로 아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는 방송 해설을 하면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근한 얼굴이 됐다. 한 케이블 TV 먹방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식사량의 대식가 면모를 보여주고, 뛰어난 입담과 예능감을 자랑했다. 경기인 출신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는 걸 보면서, 괜히 씁쓸했던 적이 있다. 정작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이름을 팔아가며 재능을 낭비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해도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높아진 대중 인지도를 활용해 종목을 알릴 수도 있다.

지난 4월 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코치 경험이 전혀 없는 '반 예능인(?)' 현주엽 해설위원을 신임 감독에 선임했다. 팀 쇄신을 위한 과감한 결정이자 모험이다. 그는 선수 은퇴 후 다른 길을 걷다가,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코트에 돌아왔다. 구단과 협의를 거쳐 3년 선배 김영만 전 원주 동부 프로미 감독을 코치로 영입해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감독 현주엽'은 지난 시즌 8위팀 세이커스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스마트한 선수로 이름났던 그는 과연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잠실구장 내 LG 스포츠단 사무실에서 현 감독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그는 만나러 간다고 하니 초등학생 아들은 꼭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전파력이 크긴 큰 모양이다.

―감독 발표가 나고 사전에 녹화한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어색하거나 당혹스럽지 않았나. 시즌 중에 예능 컨텐츠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 마음이 있나.

▶(방송을)많이 해서, 뻔뻔해져서 그런지 민망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발표 나고 '이제 감독이 됐으니 (방송에)못 나가겠구나'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웃음) 김종규가 나를 보면 자꾸 웃는다. 먹방 프로그램 얘기는 안 하는데…. 식사할 때 내가 조금 먹으면 식판을 보고 웃는다. 선수가 나를 보고 웃을 수 있다면, 감독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농구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이런 점이 농구에 도움이 될까.

▶농구인들이 방송에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 지금 (서)장훈이형이 농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유명할 거다. 현재 가장 유명한 선수를 강남역 한복판에 세워두면, 지나가는 시민 대다수가 '키 큰 청년이구나' 생각할 거다.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으려면 지속적으로 얼굴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관심갖고 경기장을 찾는다. 얼마전 박재헌 코치가 '내년에 성적이 잘 나면 선수들과 함께 먹방 프로그램에 나가보자'고 하더라. 물론, 농담이긴 한데,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모두가 농구 위기를 얘기한다. 얼마전 우연히 리그를 대표하는 유명 선수를 공원에서 봤는데,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더라. 농구 인기가 떨어져 배구에 뒤진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팬 사랑을 많이 받았던 선수로서 사명감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운이 좋아 농구가 인기 있을 때 플레이를 했다. 복 받은 선수였다. 지금 선수들을 보면 좀 안타깝다. 기다린다고 바뀌진 않을 것 같다. 기본적인 경기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어렵다. 예전엔 연습도 많이 했고 수비수가 달라붙어도 슈터들은 슛을 넣었다. 요즘엔 오픈 찬스에서 못 넣는 선수가 있다. 선수도 반성해야 한다.
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 .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6.13.
―감독 발표가 나고 두 달 넘은 시간이 흘렀다. 밖에선 본 팀과 안에서 경험한 팀이 얼마나 다른가.

▶생각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밖에서 봤을 때 화려한데,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해 보였다. 4쿼터 집중력에 문제가 있었고. 화려한 공격만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없다. 수비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해설위원 하면서 경기뿐 아니라 준비 과정을 봤는데, 창원 LG 선수들은 훈련을 대충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이 편한 것만 하는 것 같았다. 박빙의 승부에서 수비 집중력이 부족했고, 속공 과정에서 턴오버가 많아 역습 찬스를 자주 내줬다. 수비를 등한시한 거다. 기록에 다 나와 있다. 솔직히 데이터를 보면 단점이 눈에 띈다. 장점이 별로 없다. 워크숍 때 이 부분을 선수들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요즘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경기 후반뿐만 아니라, 시즌 막바지에 하위권팀에 고전해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했다.

▶선수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강팀을 만나면 열심히 하고, 약팀을 상대할 땐 편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프로선수에게 요구하긴 그렇지만, 정신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눈이 높은 스타 출신 지도자의 단점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글쎄…. 상민이형(이상민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이 감독 됐을 때, '눈높이를 낮춰라, 형같이 농구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 얘기를 해줬다. 내가 감독이 되니까 상민이형이 반대로 '선수가 다 너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하더라. 그게 맞다. 안 되는 선수가 있으면 질책부터 할 게 아니라, 더 올라올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말은 쉬운데 답답한 건 있다.(웃음)

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6.13.
―코치를 거치지 않고 감독이 됐는데,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지도자상이 있나.

▶선수 시절에 좋은 감독님을 많이 만났는데,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가 컨디션 나쁘고 움직임이 안 좋아도 말을 안 하면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코칭스태프도 생각을 선수에게 전해줘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아 빼는 경우가 있는데, 설명을 해줘야 선수도 납득을 한다. '오늘 컨디션, 체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다음 경기를 반드시 잡으려면 체력 세이브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하면 선수가 받아들이기 쉽다. 대화를 많이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지금은 내가 8할을 얘기하고, 2할 정도 선수 얘기를 듣고 있다. 될 수 있으면 선수 얘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젊은 감독이 첫해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상민이형, 승균이형(추승균 전주 KCC 이지스 감독)이 하는 걸 봤다. 형들의 시행착오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혼자라면 걱정이 더 클텐데, 다행히 경험 많은 코치진이 있어 조금 낫지 않을까.

―선배 김영만 코치와 공존을 걱정하는 농구인도 있다. 잘 될 때는 문제 없지만, 안 되면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팀이 안 좋으면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고 해도 나쁜 부분이 나올 거다. 나이가 다소 불편함을 줄 수 있으나, 김영만 코치와 박재현 코치(44)는 친한 형들이다. 시즌 끝나면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던 사이다. 나이가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고 본다. 김영만 코치도 '공과사' 부분에 대해 얘기하더라. 선배 코치들이 내겐 든든한 지원군이다.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같은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가 소속돼 있다. 외국인 선수가 변수가 되겠지만, 이 멤버로 우승이 가능하다고 보나.

▶이 선수들이 시즌 내내 안 아프고 최상의 활약을 한 적이 있나. 부상이 있었다. 시즌 중에 한 라운드를 쉬면 경기력 차이가 크다. 우리 팀이 이름만 보면 화려한데, 주력 선수와 백업 선수 간에 경기력 차이가 크다. 부상 선수가 한 명만 나와도 구멍이 생긴다. 주전과 백업간의 갭을 줄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 .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6.13.
―주축 외국인 선수 제임스 메이스와 재계약을 포기했는데, 외국인 선수 선발 기준이 뭔가.

▶좋은 선수라 고민 많이 했고, 아까운 부분도 있다. 주전급 선수들에게 물어봤는데, 안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나보다 지난 시즌 함께했던 선수들이 더 잘 안다. 메이스가 컨디션 좋을 땐 팀에 큰 도움이 되지만, 소극적일 땐 팀이 힘들다고 하더라. 국내 선수와 호흡이 중요한데 나홀로 플레이가 많았다고 한다. 골밑 수비에 약점도 있고. 국내 선수와 조화를 이루면서 팀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 수비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

―심판 판정의 일관성과 별개로 선수와 감독이 거칠게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이 농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지적이 있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감독이 (심판에게)물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주장을 통해야 한다. 감독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항의할 게 있으며 할 수 있어야 한다. 심판과 소통이 안 되니까 불신이 쌓이는 게 아닐까. 관중도 답답하고, 악순환이다. 선수도 문제가 있다. 심판을 속이려고 하면 안 된다. 누가 봐도 아닌데 비디오 판독까지 기다린다. 먼저 손을 들어 인정을 하면 애매한 판정이 안 나온다. 요즘 보면 무조건 항의한다.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에게 깨끗한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한다.

―해설위원을 하면서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경기 운영이 있었나.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르다. 저때 왜 저랬을까 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려고 했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나올 때가 있는데, 당사자는 그 순간 최선의 판단을 했을 거다.

―지도자 생각을 계속 해왔을 텐데, 어느 시점에 현장 복귀를 생각했나.

▶전에 코치 얘기가 있었고, 2년쯤 뒤 코치든, 감독이든, 현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코치가 되면 감독을 보좌해야 하고, 자기 생각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도 고민했다.

―첫 시즌에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둬야 만족할 수 있을까. 꼭 이기고 싶은 팀을 꼽아달라.

▶감독이 부임하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팀을 바꾼다. 여기에 맞춰 선수를 구성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년 정도 되면 내가 추구하는 팀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를 잘 뽑으면 6강은 가능하지 않을까. 6강 이후는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거고. 2년 후엔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지난 시즌에 안양 KGC, 서울 삼성이 우승을 다퉜는데, 가장 강했던 두 팀을 이기고 싶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 아닐까.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7대 감독으로 취임한 현주엽 감독이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종규, 조성민 주장 기승호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현주엽 감독의 모습. 현주엽 감독은 휘문고-고려대 출신으로 1998년 SK 나이츠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골드뱅크, KTF를 거쳐 2005년 창원LG에서 4 시즌을 뛰고 2009년 은퇴 했고 2014년부터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4.24/
―KBL 규정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지적이 있다. 외국인 선수 키 제한, 자유계약제에 대해 생각해 봤나.

▶농구는 체급경기가 아니다. 키 제한이 있으면 몸무게도 제한해야 한다. 키 제한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려고 해도 바꿀 선수가 별로 없다.(지난 3년간 외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 풀 안에서 교체 가능) 경기력이 떨어지면 팬들에게 외면 당한다. 자유계약으로 가면 쉽진 않겠지만, 좋은 선수를 영입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개인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둔 건 국내 센터자원을 보호하고, 기술농구를 강화하기 위한 게 아닌가.

▶키 2m06인 케빈 듀란트가 외곽에서 슛을 쏜다. 키를 제한한다고 국내 센터가 라틀리프(서울 삼성)같은 외국인 선수를 이길 수 있나. 차라리 키 큰 선수를 데려와 김종규 같은 선수가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작고 화려한 경기만 재미있다? 그렇게 보긴 어렵다. 사실 외국인 선수는 1명만 뛰는 게 낫지 않을까. 국내 선수만 출전한 농구대잔치도 인기 있었다. 자주 바뀌는 외국인 선수 보러 경기장에 오는 팬이 많은 거라고 생각 안 한다. 민감한 문제라는 걸 알지만, 국내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본다.

―'제2의 현주엽'으로 키우고 싶은 선수가 있나.

▶김종규 선수가 잘하면 우리 팀이 훨씬 강해질 거다. 김종규는 운동 능력이 뛰어나 테크닉을 조금 더 익히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안쪽이 강해지면 외곽 플레이도 강해진다. 김종규를 어느 팀이나 무서워하는 선수로 만들면 팀이 좋아질 것이다.(현 감독은 김종규가 프로에 진출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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