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단독인터뷰]훌쩍 큰 이승우 "A대표팀, 언제든 가고싶다"

임정택 입력 2017.06.20. 05:40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A대표팀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작고 앳된 소년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는 아직 소년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유럽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훌쩍 컸다. 어느새 소년 티를 완전히 벗었다.

"꼬마 애들이 뛰는 걸 보니 나도 조금은 크지 않았나 싶어요."

17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활짝 웃는 이승우를 만났다. 2017년 다논 네이션스컵 한국 대표팀 선발전이 열린 날. 서울 신정초가 우승하며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릴 월드 파이널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승우가 한마디 툭 던진다. "후배들을 보니 남아공 때가 떠오르네요."

그의 기억은 어느덧 타임머신에 올라타 있었다.

사진제공=풀무원다논
사진제공=풀무원다논
▶형을 따르던 소년

이승우는 유독 형을 따랐다. 3살 터울 형 이승준이 하는 건 다 좋아 보였다. 축구도 그랬다. 친 형이 하니까 따라했다. 그렇게 이승우의 축구 인생이 시작됐다. 그런데 재능이 뛰어났다. 쭉쭉 발전했다. 대동초 5학년이던 2010년엔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선보였다. 이승우가 꿈나무들을 보며 떠올린 다논 네이션스컵 남아공 대회였다. 12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많은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았다.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가 이승우를 찍었다. 고민 없이 도전을 택했다.

이승우는 "다논 네이션스컵을 통해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에 갔다. 인생이 바뀐 좋은 추억"이라며 "후배들은 이번에 미국으로 가는데 좋은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 바르셀로나 갈 것이란 생각도 안했다. 수원, 서울 등 한국 빅클럽이 꿈이었다"며 "수원월드컵경기장 갈 때마다 이런 곳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운좋게 네이션스컵 통해 남아공에 가서 좋은 결과를 얻는 바람에 바르셀로나에 가게 됐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사진제공=풀무원다논
▶시련

바르셀로나라는 화려한 간판. 하지만 현실은 꿈과 달랐다. 마냥 핑크빛은 아니었다. 이승우는 "아무래도 처음 갔을 때 언어도 안되고 문화가 달라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 온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도 처음엔 어려웠다. 입단 1~2년 때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적응 될 법하니 파도가 몰아쳤다. 2013년 FIFA 징계를 받았다.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해외이적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결국 3년여간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공식 경기에 뛰지 못했다.

뛰지 못하지만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망주. 부담을 짊어지기엔 소년의 어깨는 작았다. 이승우는 "부담이 컸다. 인터넷을 통해 기사, 댓글을 보며 심적으로 흔들릴 때도 많았다"며 "아무도 모를 만큼 부담이 무겁고 무섭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이겨내야지, 이겨내야지'해도 쉽지 않을 때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고민을 할 당시 이승우의 나이는 불과 16~17세였다. 한창 친구들과 군것질하며 PC방에 갈 나이였다.

사진제공=풀무원다논
▶U-20 월드컵의 아쉬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다. 지고 싶지 않았다. '체격이 작아서 안된다'는 의심을 잠재우고 싶었다. 특유의 당찬 눈빛과 자세는 그런 오기에서 나왔다. 시련은 이승우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파도를 넘으니 여유도 생겼다.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FIFA U-20 월드컵이었다.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8강, 그 이상을 꿈꿨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팬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16강까지였다. 기대에 못 미친 결과. 피땀 흘렸던 만큼 아팠다. 그래도 눈물을 꾹 참았다.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를 폈다. 최선을 다했기에 당당했다.

이승우는 "지금 생각해도 당연히 아쉽다. 슬프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든다"면서도 "이젠 새로운 동기부여를 찾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선수로서 좋은 경험을 했다. 경험보다 좋은 건 없다"고 했다.

사진제공=풀무원다논
▶이제는 A대표팀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이승우다. 당연히 A대표팀 발탁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됐다. 나이가 문제였다. 시기상조, 프로 경험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A대표팀 발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승우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승우는 "A대표팀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최고의 형들과 같이 시합하고 연습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정말 소중한 자리이고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나면서 A대표팀 감독은 공석이다. 이승우는 "어느 분이 감독으로 오실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A대표팀 선수 후보로서 나를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다. 내가 어필하는 것 보다는 감독님께서 나를 필요로 하시고 쓸 자원이라고 판단하신다면 뽑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형들에 비해 나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승우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승우와 바르셀로나의 계약은 2018년 6월까지다. 계약 만료까지 1년여 남은 시점. 이승우는 "현재 휴가에만 집중하면서 축구 생각을 안하고 있다. 모든 건 바르셀로나에 돌아간 뒤부터 풀어갈 부분"이라며 "아직까진 바르셀로나 외에 다른 팀에서 뛸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사진제공=풀무원다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