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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예기치 못한 오승환의 고전, 뭐가 문제일까?

이현우 입력 2017.06.19. 15:14 수정 2017.06.19. 15: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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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사진출처=gettyimages/이매진스)
 
  | '파이널 보스' 오승환의 최근 모습이 심상치 않다. 최근 세 경기 가운데 2경기에서 2실점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은 어느새 3.48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부진'이라기엔 어폐가 있으나, 시즌 전 받았던 기대에 비해선 한참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패스트볼을 제외한 나머지 두 구종이 난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원인은 '투구 버릇'이 노출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공교롭게도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친 선수는 에릭 테임즈였다). 전전 등판이었던 14일에 이어 또다시 2자책점을 허용하면서, 오승환의 2017시즌 성적은 1승 3패 15세이브(2블론) 평균자책 3.48가 됐다.
 
예상치 못한 부진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오승환은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 1.92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마무리 보직을 확정 지은 오승환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완벽투로 '혹사 후유증'에 대한 우려마저 잠재웠다. 이에 따라 MLB.com은 오승환을 불펜 투수 가운데 파워랭킹 4위에 선정했다(전체 19위).
 
당시 MLB.com이 예상한 오승환의 2017년 성적은 3승4패 41세이브 70이닝 평균자책 2.44. 성적 예상 시스템을 통한 예측이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수치다. 과연 시즌이 시작되고 잠시 부진하던 오승환은,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한때 평균자책을 2.57까지 떨어트렸다. 그러나 최근 경기에서 부진으로 잠시간의 활약은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왜 그럴까? 여기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먼저 WBC 대표팀의 차출로 일찍 몸을 만들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편,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부진으로 인한 불규칙한 등판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들은 결국 오승환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기 내적인 관점에서 오승환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 지금부터 투구정보추적시스템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돌직구의 위력은 여전, 그러나
 
[표 1] 오승환의 2017시즌 기간별 패스트볼 구위 변화. 시간이 갈수록 구속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변화구의 위력 감소가 맞물리며 구사율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자료=브룩스베이스볼)
 
2017시즌 첫 세 경기에서 오승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1.4마일(147.1km/h)을 기록했다. 이는 2016시즌 기록인 시속 92.8마일(149.3km/h)에 비해 약 2.2km/h만큼 줄어든 수치다. 2017년부터 측정 방식의 변화로 모든 투수의 구속이 소폭 상승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제 격차는 1km/h 이상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첫 세 경기에서 유난히 부진했던 이유다.
 
다행히 오승환의 패스트볼 구속은 시즌을 치를수록 빨라졌다. 4월까지 92.2마일(148.4km/h)이었던 오승환의 패스트볼 구속은, 5월 들어 92.9마일(149.5km/h)로 빨라지더니 6월 들어선 무려 93.2마일(150.0km/h)에 이른다. 당연히 패스트볼 구위도 부활했다. 2017시즌 현재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200. 피장타율은 .283이다. 두 부문 모두 지난해(.208, .296)보다 성적이 좋다.
 
이에 따라 달라진 점이 있었다. 오승환이 몰리나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것. 그때마다 오승환이 선택한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은 이후 오승환이 던진 패스트볼에 상대 타자들은 삼진을 당하거나, 약한 타구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이와 같이 패스트볼 비중을 늘리면서, 오승환의 평균자책은 10일 2.5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패스트볼 비중을 높이는 것만으로 올해 오승환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무리 투수는 위기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기왕이면 빗맞은 타구보단 탈삼진을 통해 아웃 카운트를 얻는 게 이득이다. 그런데 제아무리 위력적인 패스트볼이라고 해도 한 가지 구종만으론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쉽지 않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은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기 위해서 오승환에겐 패스트볼을 보조해줄 제2의 구종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선 필자가 지난 5월 10일에 쓴 [이현우의 MLB+] 어느새 제자리 찾은 오승환, 뭐가 달라졌나? 란 글에서도 다룬 바가 있다. 그러나 그 글이 쓰여진 이후에도 패스트볼을 보조해줄 만한 제2구종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투구 버릇이 노출됐다? 
 
[그림 1] 2017시즌 오승환의 구종별 릴리스포인트. FF=패스트볼, SL=슬라이더, CH=체인지업. 가운데 네모는 스트라이크 존이고, 시점은 포수 기준이다. 5피트(152.4cm)에서 5.5피트(167.6cm) 사이에 형성되어있는 다른 구종과는 달리, 슬라이더의 경우엔 5피트 이하인 경우가 잦았다. 슬라이더 각이 무뎌지거나, 투구폼이 달라진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다(자료=텍사스리거)
 
제2의 구종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역시 지난 시즌을 통해 증명된 슬라이더다. 지난해 초 현지 언론은 오승환의 호투 비결로 슬라이더를 먼저 꼽았다. 승환의 주무기를 '돌직구'로 알고 있던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로선 당황스럽기까지 한 소식이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2016시즌 4월까지 오승환은 슬라이더 66개를 던져 8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피안타율은 0.059에 불과했다.
 
이러한 슬라이더의 위력은 오승환의 성공적인 첫 시즌을 이끈 비결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2017시즌 현재까지 오승환이 슬라이더를 던져 얻은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오승환은 올해 슬라이더를 154개(전체 투구의 27%)를 던져 45타수 15피안타 피안타율 .333을 기록 중이다. 심지어 올 시즌 허용한 홈런 4개 가운데 3개가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 나왔다.
 
일단, 제구 문제는 아니다. 오승환이 홈런을 맞은 슬라이더 가운데 두 개는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스로 정교하게 제구된 공들이었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회전수'에도 문제가 없다. 오승환의 슬라이더 분당 회전수는 지난해 평균 2034회에서, 올해 2206회로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무브먼트(movement, 움직임)의 차이 역시 채 1인치(2.54cm)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통하지 않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건 패스트볼과 확연히 차이나는 릴리스포인트(release point, 공을 놓는 지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림 1]은 2017시즌 오승환의 구종별 릴리스포인트를 표시한 자료다. 대부분이 5피트에서 5.5피트 높이에 모여있는 나머지 두 구종과는 달리 슬라이더는 5피트 이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유독 잦았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선구안이 뛰어난 일부 타자들은 공의 회전방향만 가지고도 구종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럴진데 릴리스포인트 차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타석에 선 타자에게 투수의 릴리스포인트는 좌우보단 상하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1년간 적응기간을 거친 타자들이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미리 예측하고 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
 
[사진 1] 패스트볼(상)을 던질 때보다 체인지업(하)을 던질 때 팔 스윙이 느리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공을 던지고 난 뒤에 글러브를 낀 손이 올라오는 최대 높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패스트볼을 던진 뒤에는 거의 머리까지 글러브를 낀 반대편 손이 올라오는 반면, 체인지업을 던진 뒤에는 기껏해야 엉덩이 바로 위까지만 올라온다. 이는 그만큼 (티나게) 힘을 빼고 던진다는 뜻이다. 당연히 팔 스윙이 늦을 수밖에 없다. 타자들이 알아채지 못할리가 없다(사진=경기영상캡쳐)
 
그런데 이러한 '투구 버릇' 문제는 체인지업 쪽이 더 심각하다. 지난 10일 경기에서 MBC SPORTS+ 유선우 해설위원은 "오승환은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투구폼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필자가 영상을 확인한 결과 오승환은 패스트볼을 던질 때보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이 미세하게 늦게 넘어왔다. 일명 러싱(rushing, 격한; 성급한) 현상이다.
 
오승환의 올시즌 성패, 투구 버릇 극복에 달렸다
 
 
 
두 구종의 투구폼이 패스트볼과 다른 이유(러싱 현상)는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를 늘리거나, 변화 각을 의도적으로 크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지연 현상이 타자들에겐 힌트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지난 시즌 피안타율 .200(장타 0개)에 불과하던 오승환의 체인지업은, 올 시즌 들어 피안타율이 .333까지 늘어났다.
 
물론 이 같은 변화를 세인트루이스 구단에서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오승환은 때때로 20%가 넘는 비율로 던지던 체인지업을 두 경기 연속으로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왼손 타자인 테임즈를 상대로 체인지업 없이 패스트볼로만 승부한 결과는, 2점 홈런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지난 시즌 후반기 오승환의 체인지업은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결정구로 쓰였다).
 
즉, 아직까지 확신하기엔 이르지만, 오승환이 (예상보다) 부진한 원인은 패스트볼을 제외한 나머지 두 구종을 던질 때 미세한 차이가 드러났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일부 해설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메이저리그는 단순히 '힘의 야구'가 펼쳐지는 곳이 아니다. 힘이 더 센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어느 리그보다도 철저한 전력 분석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데뷔 초 돌풍을 일으키다가도, 약점이 발견된 후에는 철저히 짓밟히는 선수가 많은 이유다. 손쉬운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는 변신이 요구되는 곳이 바로 빅리그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패스트볼을 제외한 나머지 두 구종이 맞아나가도, 오승환의 성적은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는 것. 그만큼 오승환의 독특한 투구폼과 패스트볼의 조합이 위력적이란 뜻이다.
 
게다가 대체 어느 점이 문제인지 몰랐던 시즌 초반과는 달리, 오승환의 부진 원인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오승환에게 남은 과제은 드러난 약점을 극복하는 것뿐이다. 과연 오승환은 노출돼었을 확률이 높은 두 구종의 '투구 버릇'을 빠르게 고쳐낼 수 있을까. 올 시즌 오승환의 성패는 바로 이 지점에 달렸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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