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양의지의 눈'으로 야구를 다시 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7. 6. 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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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양의지의 환영을 받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개막 이후 부진도 잠시. 타격감은 서서히 달궈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김재환(29·두산)은 지난해만 해도 방망이를 돌렸다 하면 홈런이 나올 것 같았다. 프로 입단 9년째인 지난해 잠재력을 뿜어내며 프로야구 신데렐라로 높이 날았다. 시즌 타율 0.325에 124타점. 특히 드넓은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며 홈런을 37개나 걷어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홈런이 생각 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잘 맞은 것 같은 타구도 펜스를 맞고 나오며 2루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의 거포들은 타구의 질에 대한 고민이 들 때면 스윙 궤적부터 다시 연구한다. 김재환 역시 그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4번타자 김재환 다음 타순인 5번으로 주로 나오는 양의지(30)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김재환은 “의지 형이 대기타석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상대 배터리가 내게 볼배합을 하는 내용을 유심히 보게 된다. 최근 들어 종종 ‘너한테 좋을 볼 많이 안온다. 유인구 많아졌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걸 의식하고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만만 했다. 김재환은 “코너워크가 잘 된 공도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저 정도라면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보고 스윙을 했다. 그런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홈런은 역시 실투를 놓치지 않는 싸움 아닌가 싶다. 투수가 잘 던진 공을 친다기보다는 실투를 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그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NC전에서 5타수 4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홈런 2개를 걷어낸 것도 실투를 제 타이밍에 받아친 덕분이다. 5회에는 상대 우완 장현식이 던진 126㎞짜리 슬라이더가 한복판 살짝 높은 쪽에 걸치자 지체없이 투런홈런으로 연결했다. 7회에도 우완 이민호가 던진 148㎞짜리 직구가 앞선 타석과 비슷한 코스로 들어오자 힘껏 받아쳤다. 어느새 15호 대포로 시즌 30홈런 페이스를 훌쩍 넘겨가고 있다.

실제 ‘2016년 김재환’과 ‘올해의 김재환’을 마주하는 상대 팀의 배터리의 볼배합도 달라졌다. 여러 방법으로 견제가 따른다. 지난해에는 시즌 중반 이후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견제 대상’이 돼있다.

볼배합을 잘 아는 ‘안방마님’ 양의지가 뒷 타순에 있는 것은, 그래서 김재환에게는 ‘복’이라면 ‘복’이다. 김재환의 또 다른 ‘눈’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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