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94마일 찍은 류현진, "팔 걱정 안 하고 던진다"

조회수 2017. 6. 7. 1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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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속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내 몸만 건강하다면 구속은 올라갈 것이다.”

류현진이 복귀를 준비하면서 늘 했던 말입니다. 급하게, 서둘러 무리하는 것보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건강하게 돌아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구속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시즌 초반에는 최고 구속 91~92마일을 찍더니, 어제 워싱턴과의 홈경기에선 94마일을 찍었습니다. ‘7이닝, 94마일’. 어제 경기에서 단연코 주목할 부분입니다. 

시즌 개막 이후, 류현진은 슬라이딩하며 얻은 허벅지 뻐근함으로 인해 한 차례 등판을 거르긴 했지만, 어깨나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진 않았습니다. (보직 이탈이 잠시 있긴 했지만 말이죠) 

로테이션을 지키며 경기를 소화하고 있고, 최근 3경기에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보여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류현진 또한 “몸 상태도 좋아지고 있고, 컨디션이 좋아 구속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합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발 투수는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섀도 피칭, 캐치볼, 롱토스를 마친 후, 불펜 피칭을 합니다. 이때 구종을 테스트 하게 되는데, 이날 류현진은 “불펜 피칭을 할 때부터 직구의 힘이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실전 경기에서도 속구 비중을 높였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전에선 테스트한 변화구 구종이 모두 잘 통해 변화구를 많이 활용했음을 알린 바 있습니다. 

불펜 피칭을 마치고, 경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류현진의 표정을 보면 대략 불펜 피칭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이 밝고 가벼워 보이면 내심 호투를 기대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내셔널리그 강타선이라 불리는 워싱턴 내셔널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직구가 힘있게 들어가는 것도 확인했고, 컨디션이 좋은 것도 확인한 류현진. 그래도 약간의 긴장은 어쩔 수 없습니다. 1회초 선두 타석에 오른 트레이 터너를 공 2개로 아웃 처리한 류현진은 레이번도 3루 땅볼로 유도. 생각보다 가볍게 두 타자를 요리했습니다.  

다음 타자는 경기 전부터 주의해야 할 선수로 지목된 ‘하퍼’. 하퍼를 상대 하기 전, 반스와 류현진은 이야기를 나눴고, 류현진은 다시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졌습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공은 단 4개면 충분했습니다. 이때 전광판에 보인 속구 구속은 94마일(약 151㎞). 94마일을 기록한 건 어깨 수술 이후, 처음입니다. 덕분에 류현진은 1회를 가볍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류현진은 “구속을 의식하고 던졌느냐”는 질문에 “세게 던지고 싶다고 스피드가 많이 나오는 건 아니다. 컨디션이 좋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직구의 힘이 좋았다.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해주고 있는데 도움이 된다. 전혀 팔에 대한 걱정은 안 하는 상태에서 볼을 던진다.”  

팔에 대한 걱정은 안 하고 볼을 던진다는 말. 

굉장히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류현진은 “올 시즌 건강하게만 던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지금 마운드에 오르면서 팔에 대한 걱정을 안 한다는 건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트라우마도 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분명 아쉬움은 있습니다. 류현진은 “2사 후에 이어진 실점이 아쉬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부분을 말하자면 앤서니 렌돈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1회를 가볍게 처리하고, 2회에도 첫 타자 라이언 짐머맨과 후속타자 다니엘 머피를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타석에 오른 앤서니 렌돈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이날의 첫 실점. 그리고 렌돈의 두 번째 타석에선 또다시 인정 2루타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이 순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건, 4회초였습니다. 역시나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 놓은 상황. 하지만 주자는 2, 3루를 채웠고, 실점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타석에 오른 위터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2타점 적시타를 날렸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서 아쉬움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또 한 번의 아쉬움. 

5회초 2사 2루에서 타석에 오른 하퍼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습니다. 비록 4실점을 했지만, 얻은 게 더 많은 경기였습니다. 

7이닝 동안 102개의 투구를 하면서 볼넷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최고 구속이 94마일을 찍었다는 것도 희망적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7이닝’을 소화한 것과 ‘94마일’이라는 구속은 선발 투수에게, 그리고 어깨 수술 후, 복귀 과정을 밟고 있는 선수에겐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 서서히 드러나는 결과 

기자가 주목한 건 94마일이라는 수치보다, 경기 후 진행된 류현진의 인터뷰였습니다. 

“(구속을 올리는데) 보강 운동이 충분히 도움 되고 있다.”

94마일 구속을 보인 건 희망적이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질문에 류현진은 ”일단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고, 보강 운동이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출근해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아령과 데드리프트를 들어 올리고, 벨트를 잡아당기는 등 체력 강화 운동이 진행됩니다.   

[사진은 수술 후, 재활 훈련하는 류현진의 모습임을 알려드립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에 훈련을 하지 않아 개인 보강 훈련 사진이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미디어는 보통 경기 시간 4시간 전부터 경기장 출입을 하게 됩니다. 홈팀 클럽하우스가 오픈되고, 선수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팀 훈련을 시작합니다. 류현진은 보통 12시에서 1시경에 출근해 집중 훈련을 하고 있어, 미디어에 노출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밀워키 원정 첫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류현진은 왼 어깨에 큼지막한 아이싱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 벌써 아이싱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12시 30분부터 와서 개인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고 말합니다. 이때 시간이 오후 3시 30분경. 홈이 아닌, 원정 경기에서도 약 3시간 동안 근력 운동과 캐치볼(롱토스)를 모두 소화한 것입니다. 

개인 훈련은 미디어에 공개되지 않아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되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의 간단명료한 한 마디로 훈련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정말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구속을 올리는데 보강운동이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과, “팔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볼을 던진다.”는 말은 류현진이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올 시즌 건강하게만 던졌으면 좋겠다."는 류현진의 목표가 어쩌면 그 이상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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