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의 야구사색]'감독 교체 발단' 박종훈 한화 단장 행보, 문제는 없었나

입력 2017. 5. 28. 06:00 수정 2017. 5. 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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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끝내 시즌 도중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지난 23일 구단 측에 사의를 표명한 김 감독은 KIA전이 예정된 대전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신’으로 통했던 김 감독의 중도하차 소식은 엄청난 이슈를 낳았다. 유수의 매체들은 즉시 후속 취재에 열을 올렸고, 조금씩 김 감독의 사퇴 표명 배경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성근 감독이 사퇴를 결정한 가장 결정적 원인은 박종훈 단장과의 마찰이었다.

한화 김성근 전 감독(왼쪽)과 한화 박종훈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21일 대전 삼성전이 끝난 뒤 김성근 감독은 2군 소속인 좌타자 2명 김주현과 박준혁을 대전으로 불러 타격 훈련을 지시했다.

하지만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종훈 단장은 운영팀장을 통해 훈련을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이런 식이면 사퇴하겠다”라며 격노했고 그렇게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화는 23일 그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김성근 감독의 이른바 사퇴 파문의 전말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박종훈 단장의 과거 감독 시절 모습이었다. 2010시즌을 앞두고 LG 감독으로 선임된 박종훈 한화 단장은 당시엔 선수였던 나와 2시즌을 함께 했다.

특히 두 가지 일화가 떠오른다. 박종훈 단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이른바 강성이었다. LG 감독 시절 그는 선수단에게 야간 훈련을 지시하는 일이 무척 잦았다. 어느 때는 부산 원정을 다녀왔음에도 오전 1,2시에 야간 훈련을 실시한 적도 있다. 그 역시 상당량의 훈련을 지시하던 감독이었다.

LG 감독으로서 마지막 해였던 지난 2011년에는 2010시즌 마무리 캠프를 포함해 무려 5개월간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오전 7시에 기상해 오후 11시까지 훈련만 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 쉼 없이 진행됐다.

강도 높은 훈련을 일상적으로 지시했던 인물이 바로 박종훈 단장이었다. 자신의 직책이 감독에서 단장으로 바뀌었다고 이전의 자신은 생각하지 못한 채 그동안 김성근 감독을 향해 “훈련량을 줄여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어딘가 불합리한 느낌도 든다.

이지훈 신문기자가 쓴 베스트셀러 ‘혼(魂)·창(創)·통(通)’은 박종훈 단장의 애독서 중 하나였다. 그는 LG 감독 시절 이 책을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책 제목을 선수단 슬로건으로 사용했다. ‘혼창통’의 의미는 간단하다. 영혼이 있는 플레이, 창조적인 사고, 누구에게나 열린 소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세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통이다. 혼이 실린 플레이, 창조적인 사고도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셈. 소통은 다른 두 덕목을 아우르는 근간이다.

하지만 현재 박종훈 단장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이었다. 지난해 11월 미야자키에서부터 반목해왔던 두 사람이다. 그 때마다 박종훈 단장은 김 감독과의 소통 대신 기존의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만을 고집해왔다.

한화의 김성근 전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난 21일 2군 선수의 야간훈련을 막아선 일 역시 박 단장의 소통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박 단장은 운영팀장을 통해 자신의 지시사항을 감독에게 전달했다.

다소 문제가 있는 행보였다. 정말로 훈련이 불필요하다 느껴졌다면 단장이 직접 감독을 찾아 설득하는 것이 백번 옳다. 단장의 일방적 통보와 지시에 그 어떤 감독이 격노하며 반기를 들지 않을 수 있을까.

김성근 감독도 사건이 불거진 21일 무조건 2군 선수들의 야간훈련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존 선수들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당일 벤치클리어링에 가담했던 정현석은 출장정지가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했던 시점에 2군 선수들을 호출한 것이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 김원석 같은 재능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2군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기본기가 부족하기에 훈련량이 많아야, 기존 1군 선수들과 발맞춰 갈 수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2군 선수들에게 일종의 보충 혹은 선행 학습을 지시한 셈이다.

혹자들은 ‘퓨처스리그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야간훈련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잘 못이 아닌가’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격은 투구와는 다르게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

특히 기본기가 떨어져 있는 선수들일수록 연습량이 많아지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물론 컨디션이 저하될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지만, 앞서 김 감독이 요청했던 선수들은 1군에 등록된다 하더라도 교체 출전 가능성조차 적은 선수들이다.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박종훈 단장의 생각은 달랐고, 보충수업 마저 제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구단의 성적을 위해 프런트가 모든 것을 지원해줘도 모자란데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였다.

김성근 감독이 미래 선수들의 육성을 등한시 하고, 2군을 그저 선수 공급 창고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냐는 박 단장을 포함한 일부의 지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육성의 완성은 1군 경기를 나서며 경험을 쌓는 것이다. 2군 경기에서 어느 투수가 10승 혹은 20승을 한다 해도 그것은 경험일 뿐 육성의 완성이 아니다.

지난 2010시즌 KBO리그 개막전에서 SK의 사령탑과 LG의 사령탑으로 만났던 김성근 전 한화 감독(왼쪽)과 박종훈 한화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단장과 감독이 서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할지라도 박 단장이 김성근 감독을 향한 마지막 예우 정도는 갖췄다면 어땠을까.

사퇴 표명 당일 구단이 김 감독과 전화 한 통하며 대화를 나눈 뒤 최종적으로 사의를 수용했던 행태는 정말 안타까운 장면이다. 불화가 있었지만 어쨌든 김 감독 역시 한화의 식구였다. 모든 이별에는 예의가 필요하지 않은가.

구단 전체를 쥐락펴락 했던 카리스마형 지도자 김성근 감독이 떠나면서, 한화는 당분간 좋든 싫든 박종훈 단장이 주도권을 쥔 프런트 야구를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언제라도 새롭게 한화에 부임하게 될 신임 감독도 걱정스럽다. 그 역시 분명 단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 다시 한 번 감독과 단장간 갈등이 재현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구단의 최고 어른들 싸움에 오히려 후배 야구인들인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 現 야구학교 코치, 2017 WBC JTBC 해설위원
정리=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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