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 참패당한 커제, 가평에서 인간들과 겨룬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2017. 5. 2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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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벌어진 제21회 LG배 기왕전 32강전에서 선수들이 일전을 치르고 있다.

“LG배 정상을 탈환하라!”

LG배 기왕전 본선 32강전에 출전하는 20명의 태극전사에게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지난해 중국에 내준 우승컵을 반드시 되찾아오라는 한국 바둑팬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한국바둑은 현재 ‘세계대회 무관’의 치욕을 겪고 있다. 최근 2년간 박정환 9단과 강동윤 9단이 거푸 우승해 한 가닥 자존심을 지켜온 LG배마저 올해 초 중국에 내주면서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보유한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부진에 빠져 있다.

한국바둑의 ‘세계대회 무관’은 중국이 7개 대회를 연속 우승한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2000년 8월부터 2003년 7월까지 14연속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바둑을 호령하던 한국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굴욕의 시간’이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면 살은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 한국바둑도 절망 속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여는 LG배를 통해서다. LG배를 잃음으로써 무관으로 전락한 한국바둑이 LG배로 세계대회 우승국으로의 복귀를 노리는 것. 가능성은 어느 해보다도 높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LG배에 한국은 무려 20명의 대부대가 정상 정복의 출사표를 올렸다. 32강의 절반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전기 대회 때 12명이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전력 보강’이다. 지난 4월 열린 통합예선에서 본선티켓 16장 중 무려 13장을 거머쥔 쾌거의 결과다.

이는 2011년 제16회 대회에서 11장의 본선티켓을 획득한 것을 넘어선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반면 중국은 3장의 본선티켓 얻는 데 그치며 통합예선 출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전기 대회 때 중국이 11장, 한국이 5장의 본선티켓을 통합예선에서 나눠 가진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다.

한국선수단은 면면도 화려하다.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비롯해 이세돌·최철한·김지석 9단과 이동훈·신진서 8단이 국가시드를 받아 본선에 직행했다. 박영훈·이영구·홍성지·윤준상·강동윤 9단과 홍기표 8단, 안성준·이원영·최정 7단, 김정현 6단, 강승민·변상일·김명훈 5단 등은 통합예선을 거쳐 본선에 합류했다. 여기에 제17회 LG배 준우승자 원성진 9단이 후원사 측의 와일드카드로 본선무대를 밟았다. 중국을 상대로 인해전술을 펼 만한 진용이다.

반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중국은 전기 대회 우승·준우승자인 당이페이·저우루이양 9단과 커제·천야오예·탕웨이싱 9단이 시드를 받았고, 장웨이제 9단과 양딩신·셰얼하오 5단이 통합예선을 통과했다. 전기 대회 때 15명에서 이번에는 8명으로 대폭 줄었다.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침통한 패배를 당하고 눈물을 흘린 커제 9단이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고 ‘인간과의 대국’을 벌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일본은 자국 6관왕인 이야마 유타 9단과 이다 아쓰시 8단, 이치리키 료 7단이 우승 도전에 나선다. 여기에 대만은 샤오정하오 9단이 나 홀로 출전해 11회 대회 때 자국의 저우쥔쉰 9단이 이룩한 ‘우승의 기적’을 꿈꾼다.

이들 간 불꽃 튀는 승부는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마이다스 리조트에서 29일부터 벌어진다. 이에 앞서 28일 오후 6시부터 개막전야제가 열리고, 이 자리에서 대진 추첨을 통해 본선 32강전 상대가 가려진다. 29일 치러지는 32강전의 승자는 하루를 쉬고 31일 같은 장소에서 16강전을 펼친다.

LG배는 본선 32강전부터 준결승전까지는 단판 토너먼트로 자웅을 겨루며, 내년 2월 결승3번기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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