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김'은 왜 하필 한화에서 모두 몰락했을까

이준목 2017. 5. 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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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성근 경질로 마무리된 '한화 감독 잔혹사'.. 구단도 책임 있다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편집:박순옥]

 한화 이글스가 김성근(75)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지휘봉을 빼앗았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의 '감독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한화는 최근 김성근 감독과 결별을 발표했다. 2014년 11월 한화의 사령탑에 선임되며 3년 계약을 맺었던 김 감독은 만료를 불과 6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서 319전 150승 3무 166패, 승률 4할7푼5리의 성적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무대는 단 한번도 밟지 못했고 올 시즌도 사퇴 직전까지 18승 25패로 9위에 머물고 있었다. 부임 당시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여기에 선수 혹사 와 권위주의적 리더십, 구단 프런트와의 불화 등 각종 구설수까지 겹치며 임기 내내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한화로서는 김성근 카드의 실패 이상으로 뼈아픈 것이 벌써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구단 암흑기의 장기화다.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역대 최장기간 PS 탈락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도 아직 초반이지만 김 감독 사퇴 전후로 7연패에 허덕이며 승률 마진이 -10(18승 28패)까지 벌어져 가을야구보다 꼴찌 추락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화가 만일 올 시즌도 PS진출에 실패한다면 LG가 세운 역대 최장인 10년 연속(2003-2012)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간 한화를 거쳐간 역대 감독들의 면면이다. 최근 10여년간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 중 한대화(2010-2012) 전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김인식(2005-2009), 김응용(2013-14), 김성근(2015-17)은 나란히 KBO 역대 통산 최다승 1~3위에 빛나며 국내 최고의 감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명장들이었다. 이들이 KBO 무대에서 합작한 우승 횟수만 15회에 이르며 승수는 무려 3.931승에 이른다. 사실상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존재들이다.

성공한 감독들의 무덤 된 '한화'

하지만 공교롭게도 전설의 '삼김' 감독 모두 유독 한화에서만큼은 사실상 실패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히 성과가 좋지 못했다는 차원을 넘어, 구단에 남긴 업적이나 감독들 본인의 경력 면에서 봐도 모두 언급하기조차 꺼려지는 '흑역사' 취급을 받을 정도다.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훈련에서 김인식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국민감독'으로 꼽히는 김인식 현 KBO 총재 특보는 삼김 중 유일하게 한화를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지만 지나친 노장 선호와 혹사 논란, 세대교체 실패 등으로 사실상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구단 암흑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화는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던 2008년를 기점으로 가을야구에 더 이상 나가지 못했고 임기 마지막해였던 2009년에는 구단 역사상 첫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본격적인 암흑기에 돌입했다.
 김응용 전 한화이글스 감독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최다 10회 우승에 빛나는 '코끼리'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한화에서는 아예 2년 연속 꼴찌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남겼다. 물론 김인식-김성근같은 다른 노장들에 비하면 과감한 유망주 육성이나 1·2군 운영시스템 개선 등 그나마 리빌딩을 시도라도 했다는 점에서는 훗날 재평가받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현대야구의 흐름에 동떨어진 노장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데다 두 시즌간 승률 3할대(91승 3무 162패, 0.306)에 그치며 삼김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성적에 그친 게 결정타였다. 해태(현 기아)와 삼성 시절 최고의 '우승 청부사'라는 명성에 제대로 먹칠을 했다. 김응용 회장 본인도 자신의 지도자 경력을 거론할 때 한화 시절만큼은 아예 언급을 꺼릴 정도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SK 와이번스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사령탑 등을 거치며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통할 만큼 엄청난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단순히 스포츠 감독을 넘어 명망있는 사회 원로로 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구단 역사상 최대의 전폭적인 지원과 팬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반 동안 초라한 성과에 그치면서 오히려 그동안의 성과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 행적과 구설수까지 재조명되는 등 그간의 명성에도 씻을 수 없는 흠집을 남겼다는 평가다.

이들 삼김의 공통점은 모두 '한화 감독 시절만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존경받는 야구계의 원로이자 전설로 대접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김인식-김응용 감독은 한화 사령탑 시절을 끝으로 사실상 현역 지도자 은퇴 수순을 밟게 됐고 김성근 감독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한화대로 노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달갑지 않은 징크스를 안게 됐다.

삼김의 실패는 한국야구사에 있어서도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명성이나 전체적인 커리어에서도 알수 있듯이 삼김은 결코 무능한 인물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성기에는 자신만의 확고한 야구관과 지도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야구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후배 야구인 육성, 현장과 행정 분야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력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말년에 한화에서 보여준 시행착오와 과실은 과거의 빛나는 업적마저도 다소 빛이 바래게 만들었다.

삼김의 실패는 후배 야구인들에게도 일종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부분이다. 흘러간 과거의 성공방식과 패러다임에만 안주하며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옛날 리더들'이 경쟁에서 어떻게 도태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대야구가 뛰어난 개인이나 리더 중심의 야구에서 고도로 체계화된 시스템 위주의 야구로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화 구단

무엇보다 가장 큰 성찰이 필요한 것은 바로 한화 구단이다. 나름 KBO 최고의 명장들을 잇달아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유독 한화에만 오면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은 구단 이미지에도 큰 부담을 남겼다. 단순히 개인의 자질 문제를 넘어 구단의 시스템과 중장기적인 운영전략에도 큰 결함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화는 그동안 감독의 흘러간 명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8년이 넘은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것이나, 프런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론몰이에 휘말려 모기업에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강행한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깜짝카드로서의 화제성은 있었을지 몰라도 팀과의 궁합이나 운영의 연속성에 대한 확실한 목적성을 느낄 수 없는 포퓰리즘 인사였다. 

여기에 올해는 박종훈 단장을 선임하며 명백히 프런트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정작 성향상 상극인 김 감독을 유임시켜 애초에 분란의 불씨를 키우기도 했다. 한화 구단이 그동안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기획이나 성찰없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즉흥적으로 운영되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지나간 실패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역사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늙은 감독들은 모두 떠났지만 구단은 여전히 그대로다. 감독 중심의 야구가 실패했다고 해서 프런트 야구라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김성근이라는 '욕받이'가 사라진 지금, 이제 팬들은 한화라는 구단 자체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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