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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UFC Express] 타격의 정점에 올라선 여성 파이터, 옌드레이칙

조회수 2017. 5. 29.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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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페 미오치치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의 헤비급 타이틀전이 열렸던 UFC 211의 코메인이벤트에서는 UFC에서 가장 가벼운 체급인 여성 스트로급의 타이틀전이 펼쳐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챔피언 요안나 옌드레이칙이 도전자 제시카 안드라지를 어렵지 않게 제압하며 타이틀 수성에 성공했는데, 챔피언을 중심으로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초,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유명 웹사이트 TMZ와의 인터뷰에서 UFC에서 여성부 경기를 언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Never!’(절대 그럴 일은 없다!)라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UFC에는 여성부가 전격 도입되었고 157 대회에서 초대 여성 밴텀급 타이틀전이 열렸습니다. 이렇게 화이트 대표로 하여금 남아일언중천금을 실천하지 못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론다 로우지였습니다. 로우지의 흥행 파워를 포착한 화이트 대표가 과감히 여성부 도입을 결정했고, 로우지가 UFC 최고의 슈퍼스타로 발돋움하며 여성부 경기는 점점 더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여성 격투기의 아이콘 론다 로우지

요안나 옌드레이칙이 활약하는 스트로급의 UFC 초대 챔피언이 탄생한 건 2014년 말이었습니다. 리얼리티 쇼 ‘The Ultimate Fighter'(이하 TUF)의 스무 번째 시즌 피날레에서 초대 챔피언을 뽑았죠. 원래 TUF는 각 체급의 신인 선수들을 불러 모아 토너먼트를 진행해 우승자 및 인기 선수들과 UFC가 계약을 진행하는 시스템이지만, 스무 번째 시즌에서는 여성 스트로급의 베테랑 선수들을 모아 싸우게 한 다음 우승자에게 챔피언 벨트를 수여했습니다. 신설 체급의 선수들을 자연스럽게 기존 UFC 팬들에게 알리려는 의도였죠.

여성 도전자들로만 진행되었던 TUF 20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의 주목을 받으며 진행된 이 토너먼트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초대 스트로급 챔피언에 등극한 사람은 칼라 에스파르자였습니다. 당시 참가자들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사람은 에스파르자의 결승 상대였던 로즈 나마유나스였는데,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시즌 초반부터 론다 로우지를 닮은 스타라며 나마유나스를 주목했고, 로우지 역시 자신이 나마유나스의 팬이라며 높은 수준의 기술과 독특한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에스파르자는 나마유나스를 3라운드 초크로 물리치며 벨트를 거머쥐었습니다.

UFC 여성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 칼라 에스파르자

사실 에스파르자는 시즌 내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었기에, 그녀의 챔피언 등극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에스파르자는 대학교 시절 올아메리칸에 뽑혔을 정도로 수준 높은 레슬러 출신으로, 여성 격투 단체인 인빅타 FC에서 이미 초대 스트로급 챔피언에 오른 바 있었습니다. 그래서 TUF 20의 참가자 16명 중 UFC 자체 평가 랭킹도 1위였고, 코치 앤소니 페티스에게 가장 먼저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에스파르자가 TUF를 치르며 무려 네 명의 강자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챔피언에 등극했으니 당연히 팬들은 엄청난 전투력의 스트로급 초대 챔피언이 탄생했다고 입을 모았죠.

하지만 에스파르자는 놀랍게도 첫 방어전에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에스파르자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준 사람이 바로 요안나 옌드레이칙이었습니다. TUF 내에서 그토록 강해보였던 에스파르자였지만, 옌드레이칙 앞에 서니 마치 호랑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슴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타이틀전 역사상 챔피언이 가장 처참하게 당한 경기 중 하나였을 겁니다.

에스파르자를 KO시키는 옌드레이칙

에스파르자에게 벨트를 빼앗아 온 후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옌드레이칙은 폴란드 국적으로 입식타격가 출신입니다. 소싯적에는 농구 선수로 활약했는데, 언니의 남자친구가 무에타이 체육관을 소개해 주며 격투기에 입문했다고 하네요. 무에타이에서 무려 여섯 차례나 세계 타이틀을 획득했고, 무에타이와 킥복싱, 복싱 전적을 모두 합치면 100전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무에타이 챔피언 벨트들을 메고 있는 옌드레이칙

이런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옌드레이칙은 UFC에서 만난 모든 상대를 우월한 타격으로 압도했습니다. 에스파르자의 절친으로 경기 전 옌드레이칙을 골룸이라 놀렸던 제시카 페네는 에스파르자보다 더 심하게 얻어터졌고, 실력에서 최대의 라이벌로 꼽히던 브라질의 클라우디아 가델라나 같은 폴란드 국적의 정상급 타격가 캐롤리나 코발키에비츠도 옌드레이칙의 타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밴텀급의 여제 론다 로우지가 타격 공포증에 걸린 듯한 모습으로 무너진 것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번 경기 전에는 이런 강한 챔피언 옌드레이칙을 걱정하는 시선이 유독 많았습니다. 이번 도전자 제시카 안드라지가 옌드레이칙에게 가장 어려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거든요. 안드라지는 원래 두 체급 위인 밴텀급에서 활약했던 선수입니다. 옌드레이칙보다 훨씬 더 크고 힘센 선수들과 치고받은 경험이 잔뜩 있다는 얘기죠. 실제로 안드라지는 스트로급으로 내려온 후 다른 선수들이 너무 가벼워 깃털 들 듯 손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고 기뻐했습니다. 챔피언보다 훨씬 힘도 세고 펀치력도 강하니 옌드레이칙의 팬들은 걱정할 수 밖 에 없었죠.

이번 도전자였던 제시카 안드라지

옌드레이칙이 이전 경기들에서 다운을 당하는 모습도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옌드레이칙은 클라우디아 가델라와의 2차전에서는 초반에, 코발키에비츠 전에서는 후반에 펀치를 허용하며 다운을 당했습니다. 특히 코발키에비츠 전에서는 다리가 심하게 풀린 모습을 연출하며 위기에 빠지기도 했었죠. 이들보다 훨씬 무거운 펀치를 갖고 있는 안드라지가 특기인 ‘붕붕훅’을 적중시키면 옌드레이칙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고, 안드라지도 직접 이렇게 얘기했었습니다.

“옌드레이칙은 턱이 약하다. 클라우디아 가델라의 잽에 다운이 될 정도의 맷집이라면, 내 오른손에 걸리면 턱이 산산조각날 것이다.”

코발키에비츠 전 후반에 고전했던 옌드레이칙

하지만 경기가 끝난 지금 옌드레이칙의 턱은 멀쩡합니다. 아무리 강한 펀치라도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죠. 옌드레이칙은 경기 내내 안드라지의 펀치를 요리조리 다 피해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 선수의 실력 차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안드라지는 펜스에 상대를 몬 후 ‘붕붕훅’으로 두들기던지, 상대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려 내던진 후 그라운드에서 압박하는 스타일인데, 이 두 전략 모두 옌드레이칙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안드라지에게 하이킥을 적중시키는 옌드레이칙

안드라지의 붕붕훅이 먹히지 않은 이유는 옌드레이칙의 풋워크 때문입니다. 보통 킥복싱에서는 펀치력이 강한 상대를 만나면 가드를 바짝 올리고 로우킥을 차서 다리를 묶으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는 얘기지만 UFC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는 게, 일류 선수들끼리는 로우킥 한 방으로 결정적인 데미지를 주기가 힘들고, 킥을 차는 순간 아무리 바짝 가드를 올려도 얇은 글러브를 끼고 싸우는 종합격투기의 특성상 어디로 주먹이 파고들어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킥을 차던 펀치를 날리던 끊임없이 발을 움직여 고정된 타겟이 되는 걸 피하는 게 종합격투기에서 파워풀한 상대를 요리하는 가장 기본 전략인데, 옌드레이칙은 이에 너무 충실했습니다. 이날 안드라지를 상대로 보여준 그녀의 풋워크는 프랭키 에드가나 TJ 딜라쇼 등 남성 경량급 최정상급 파이터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라지의 테익다운은 옌드레이칙이 명문 ATT(아메리칸 탑 팀)에서 훈련하며 한층 더 발전시킨 케이지 레슬링 및 그래플링이 빛을 발하며 다 막혔습니다. ATT는 레슬링 디펜스를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데, 이는 타격가인 옌드레이칙과 딱 맞는 궁합인 듯합니다. ATT로 옮기기 전 옌드레이칙의 플레이를 보면 케이지에 몰렸을 때 상대 얼굴을 미는 무에타이식 방어에만 주력하다가 허리를 싸잡히는 실수도 종종 나왔는데, 이제는 그런 무에타이 움직임에 여러 레슬링 동작, 그리고 케이지 활용까지 접목시켜 훨씬 더 세련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다리만 잡히면 뽑아 올리는 걸로 유명한 안드라지였지만,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챔피언의 방어벽을 뚫을 수가 없었죠.

결국 옌드레이칙은 UFC 타이틀전 역사상 최다 유효타 적중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5차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UFC 여성부 역사상 최다 방어기록은 론다 로우지가 갖고 있는 6차 방어입니다. 옌드레이칙은 본인이 존경하는 로우지의 그 기록을 깸과 동시에 로우지가 가진 슈퍼스타 자리도 함께 가져오려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아예 미국으로 이주를 했고, 코너 맥그리거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패러다임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미국 팬들을 향한 인기몰이를 시작했거든요. UFC에서 가장 작은 체급의 여성 챔피언이지만 매 경기 거대한 임팩트를 내고 있는 옌드레이칙의 승리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H/L 옌드레이칙 vs 안드라지 UFC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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