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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무리뉴는 여전히 '스페셜'하다.

조회수 2017. 5. 2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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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UEFA 유로파리그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 아약스 매치 리뷰
16/17 유로파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UEFA.COM)

“선택과 집중”

지난 두달간 무리뉴 감독은 아마 수차례 갈림길에 섰을 것이다. 4월에만 9경기, 연이어 발생하는 부상 속에서 무리뉴의 선택은 유로파리그였다.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말처럼 4월부터 무리뉴 감독은 자신이 여전히 ‘스페셜’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잡아야 하는 것과 버려야 하는 것을 철저히 구분했다. 그 결과 맨유는 오늘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유럽대항전에서 그들이 유일하게 차지하지 못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완성했다.

JM 첫 시즌, 유로파리그 타이틀, 성공적 (UEFA.COM)


# JM, 진정한 결승전 스페셜리스트

‘아약스가 자신들의 장점을 얼마나 발휘 할 수 있을까?’

맨유와 아약스의 결승전 중계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주전 평균 나이가 22살에 불과한 젊은 아약스는 이번 시즌 ‘볼 점유율’이라는 기존의 팀 철학에 압박과 카운터 능력이 추가된 모습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새로 부임한 피터 보츠 감독은 시즌 초반 포지션 변경과 과감한 발탁을 통해 아약스를 유연하고 역동적인 팀으로 발전시켰다. 아약스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시도할 정도로 공격 성향이 강한 팀이다. 오늘도 맨유를 상대로 총 17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그 중 유효 슈팅은 단 3회, 득점은 없었다.

아약스 패스맵 - 한없이 작아진 돌베어, 중앙 미드필더들과 윙어간의 연약한 라인
맨유 패스맵 - 에레라, 펠라이니, 포그바의 코어라인이 튼튼했다.

사실 오늘 경기는 해설하는 입장에서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포지션 별 모든 주요 충돌 지점에서 맨유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18분에 터진 포그바의 선제골로 무리뉴 감독이 선택 할 수 있는 전략은 확실해졌다. 포그바의 골에 맨유 벤치는 환호했지만 무리뉴 감독은 미동조차 없었다.

전반 18분, 1-0 이 되는 순간부터 무리뉴에게 남은 72분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을까? 보츠는 하프타임을 활용하여 아약스의 젊은 용사들을 깨웠겠지만 후반 시작 3분 만에 터진 미키타리안의 추가골은 보츠의 하프타임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포그바와 미키타리안의 골이 매우 예민한 시간대에 기록됐다는 것이다. 무리뉴는 진정한 결승전 스페셜리스트다.

# 체급의 차이

○ 충돌 지점

양팀의 중요 충돌 지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포그바-에레라-펠라이니’ 그리고 ‘클라센-쇠네-지예흐’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드 지역. 두 번째는 오른쪽 풀백 펠트만이 위치한 지역이였다. 양팀이 준결승까지 보여준 경기력을 바탕으로 예상 했을 때 아약스의 중원은 결코 맨유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이 불안 요소였지만 맨유의 중원 유닛보다 더 많이 공을 점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볼터치는 더 많았다. (아약스 202회, 맨유 167회)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힘을 빼다보니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세밀함이 필요할 때 집중력이 떨어졌다.

양 팀 미드필드의 영향력 (좌: 아약스, 우: 맨유) 후스코어드닷컴

풀백 포지션 역시 중요했다. 싱크라반과 비어헤이버가 각각 부상과 징계로 결장하다보니 오히려 빌드업 능력이 준수한 펠트만이 위치한 우측면이 아약스 공격의 시작점이 되었다. 풀백 위치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발 밑이나 측면 윙어의 공간으로 공이 잘 연결되면 아약스의 경기는 편해진다. 하지만 맨유의 윙어 미키타리안과 마타는 전반 내내 아약스의 측면 빌드업을 방해했다. 미키타리안은 대부분 상황에서 펠트만을 자신의 수비 범위 안에 뒀고,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제공했다.

펠트만 vs 미키타리안, 맨유 윙어들은 적극적으로 아약스 풀백의 기초 빌드업을 방해했다.


양 팀의 공격 방향, 아약스의 주 공격 루트는 오른쪽 이였다. (후스코어드닷컴)

① 때문에 펠트만은 좋은 타이밍에 중원으로 패스를 보내지 못했고,

② 이로 인해 아약스의 중원은 공을 받기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을 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무너졌으며,

③ 트라오레, 유네스 같은 윙어들이 가운데로 들어오고, 중앙 자원이 그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아약스의 ‘로켄 패턴’이 잘 발휘되지 않았다.

○ 맨유의 시나리오, 그리고 덤프 트럭

감독들은 경기를 앞두고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먼저 득점했을 경우, 반대로 먼저 실점했을 경우 시간대 별 준비를 해둔다. 아약스의 드로인 상황에서 마타의 재치가 포그바의 첫 골로 이어졌다. 18분 만에 먼저 결과물은 만든 맨유는 하프라인에서 견고한 수비 블록을 형성했다. 이번 시즌 맨유의 수비는 대단히 강하다. 측면 속도, 중앙의 커버, 높이까지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리그에서 단 29실점, 유로파리그에서도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8골 만 허용했다.

마치 버스가 아닌 덤프 트럭을 세워 놓은 느낌이였다. 아약스는 높은 공 점유율을 기반으로 좌우 스윙 작업을 반복하며 틈새를 노렸지만 90분 간 그 틈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각각 다른 스타일의 드리블 능력이 있는 유네스와 트라오레가 개인 돌파로 블록 파괴를 시도했지만 맨유 수비진에게 큰 위협이 되진 않았다. 트라오레는 공간을 공략했으나 맨유의 커버를 극복하지 못했고 최고의 드리블러 유네스는 발렌시아 앞에서 한 없이 작아졌다. 윙어가 묶이자 아약스의 주포 돌베어도 철저히 고립됐다. 오늘 돌베어는 62분 교체될 때 까지 총 16번의 볼터치를 했지만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이루어진 터치는 제로, 슈팅 또한 제로였다.

아약스 공격의 핵, 돌베어의 볼 터치.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는 제로 (후스코어드닷컴)

보츠 감독은 돌베어 대신 네레스를 투입하고 트라오레를 중앙으로 이동시키며 연계가 아닌 스리톱 각개 돌파도 시도했지만 모든 부분에서 맨유의 수비 블록을 뚫지 못했다. 아약스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한계가 느껴졌다.

경기 스탯 기록표. (양팀의 점유율과 이동거리간의 관계) UEFA.COM

○ 점유율 33%, 그리고 2.5 km

오늘 맨유의 공 점유율은 33%에 불과했다. 전반 포그바의 골 이후 수비에 집중했기에 점유율 기록이 놀랍진 않다. 실제로 맨유는 4월 이후 치러진 첼시, 셀타비고를 상대한 중요한 경기에서 시즌 평균보다 낮은 50% 이하의 공 점유율로 승리했다. 낮은 점유율에서 오히려 현재 맨유가 보유한 선수들이 장점이 더 잘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동 거리다. 오늘 아약스는 107.4km, 맨유는 104.9km를 활동했는데 보통 공 점유율이 높은 쪽이 더 적게 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 할 때,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공은 아약스가 더 많이 만졌지만 맨유의 수비 블록은 유닛 간의 간격을 잘 유지하며 아약스의 공이 순환 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했다. 중계 도중 전반전을 마칠 때 이 기록을 보면서 한 말이 기억난다.

“맨유는 힘을 잘 비축했습니다. 전반전에 전혀 힘 빼지 않았어요.”

에레라 #1
에레라 #2
에레라 #3

○ 안데르 에레라

경기 공식 MOM에 선정된 에레라는 오늘도 소리없이 빛났다. 5차례의 태클 성공과 4차례의 인터셉트는 오늘 경기 양 팀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아약스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맨유의 골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능력있는 중원을 거쳐 조합 플레이를 시도했으나 그 세밀함은 에레라를 넘기에 부족했고, 유네스와 트라오레의 측면에서 들어오는 개인 돌파 역시 에레라의 커버를 뚫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이 골키퍼로 뛰라고 지시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에레라, 이번 시즌 맨유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젊은 아약스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UEFA.COM

# 이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로 간다.

‘무리뉴 맨유‘의 첫 시즌이 끝났다. 리그에서의 아쉬움은 유로파 우승으로 덮어질 것이다. 옛 캡틴 로이 킨은 저조한 리그 성적을 비난했지만 결국 중요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유는 돈의 가치를 증명했다. 아약스의 기술이사 마르크 오베르마스는 이번 시즌 주전 선수층 구성에 300억 만 사용했다며 아약스 시스템의 효율성을 자랑했지만 오늘 양 팀의 차이는 분명했다.

모든 포지션에서 맨유가 우세했다. 오히려 맨유에게는 지난 셀타 비고를 상대한 준결승이 더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평균 나이 22세의 젊은 아약스가 패기 있게 부딪힌 맨유는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강했다. 아약스가 오늘 승리하기 위해선 그들이 밀란을 상대로 마지막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었던 22년 전, 당시 18살의 패트릭 클라이베르트 같은 ‘미친놈’이 필요했다. 오늘 아약스 벤치에는 패트릭의 아들 저스틴이 있었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미친놈’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시즌 총 64경기나 치렀다. 많은 고비를 넘겼고 이제 무리뉴와 맨유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한다. 퍼거슨 감독 은퇴 후에 모예스, 반할을 거치며 무리뉴까지 왔다. 그리고 무리뉴는 가장 무리뉴 답게 그의 첫 시즌을 마감했다. 무리뉴의 두 번째 시즌은 언제나 무시무시했다. 어쩌면 오늘의 유로파리그 우승이 새로운 긴 영광의 시작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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