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STORY] 마라도나? 티켓?.. 외신마저 낚인 백승호 세리머니의 전말

2017. 5. 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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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서호정 기자 = 한국이 11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그리고 26년 만에 FIFA 주관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꺾던 날.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결승골이 된 백승호의 세리머니였다. 전반 42분 조영욱이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킨 백승호는 중계 카메라와 사진 기자들 정면으로 달려가 양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르헨티나에 2-0으로 앞서는 중요한 득점이었던 만큼 세리머니의 임팩트도 컸다. 이전에 백승호는 평가전과 기니전에서 골을 넣고는 유니폼 상의 팔 부위에 있는 태극기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줄곧 해 왔다. 상황에 따라 손가락으로 만드는 하트 퍼포먼스를 날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궤가 완전히 달랐다.

아르헨티나전 세리머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샀다. 실시간으로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남무했다. 중계진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VAR로 확인해도 페널티킥이 맞다는 내용 아니냐고 유추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뇌피셜’이 속출했다. 

그 중 대세는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 디스라는 해석이었다. 지난 3월 수원에서 열린 조추첨 당시 FIFA를 대표해 참석한 마라도나는 A조 추첨에 나섰다. ‘신의손’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개최국 한국과 자신의 조국 아르헨티나의 격돌을 만든 주인공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를 뽑고 크게 웃던 그의 모습을 ‘죽음의 조’가 탄생한 것에 ‘썪소’를 짓던 신태용 감독의 표정과 절묘하게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백승호가 그린 사각형 모양이 마라도나가 뽑은 종이처럼 길쭉한 직사각형이었기에 그 유추에 힘이 실렸다. 스토리 상으로도 가장 통쾌한 부분이 있었다. 스페인 아스, 호주 SBS 등 해외 외신에서도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을 백승호 세리머니의 메시지로 보도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경기 후 백승호가 밝힌 의미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는 “아는 누나들이 오늘 경기를 보러 오기로 했는데 예매를 잘못해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티켓도 제대로 못 사느냐는 의미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승호가 밝힌 진실에도 불구하고 다들 믿기 싫다는 눈치였다. 일부 팬들은 “축구계의 레전드를 함부로 언급할 수 없으니 재치 있게 변명했다”, “백승호의 탈압박 능력은 역시 탁월하다”, “선수가 경기 표를 못 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 “스페인에서 주로 있었던 선수가 어떻게 누나들을?”이라며 반박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는 누나들=마라도나, 티켓=조추첨 표”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설명에도 여전히 불신(?)의 바람이 불자 백승호는 좀 더 자세한 해명을 했다. 24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백승호는 “그 누나들은 인천 현대제철 소속의 축구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다. 김혜리, 임선주 등 여자 국가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이름이 언급됐다. 이어서는 “감히 마라도나를 어떻게…”라며 팬들의 앞서간 해석에 당황하는 표정도 지었다.  

U-20 대표팀 관계자는 백승호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백승호는 세리머니를 하는 도중 중계 카메라에 “티켓”이라고 외치는 입모양이 잡혔다. 평소 남녀 축구 선수들과도 친분을 이어왔다. 한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파주NFC에서 생활할 때, 그리고 각종 이벤트 대회 등에서 친분을 쌓은 선수들과 계속 교류하고 있다. 지난 4월 전북과의 연습경기 후에도 김진수, 김민재 등과 반갑게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티켓을 구해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FIFA 주관 대회는 규정상 일정 티켓만이 한 팀에 제공된다. 개최국에게도 특혜는 없다. 평가전처럼 더 구해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는 “선수들이 부모님에게 드릴 2장씩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그 이상의 티켓은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직접 구매하는 수 밖에 없다”라며 백승호가 설명한 정황이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백승호를 아는 대부분의 축구 관계자들도 “승호 성격상 마라도나를 디스하는 그런 내용으로 세리머니를 할 리가 절대 없다”라고 말했다. 순둥이 성격으로 유명한 백승호는 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평소 염색도 잘 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귀띔했다. 많은 국민들의 뇌내 망상을 자극한 백승호의 세리머니 해석 사태는 조금은 허무하지만, 그 나이다운 반응이라는 유쾌한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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