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끼리 가라고요?" 상식에서 벗어난 협회의 행동

박준용 입력 2017. 5. 24. 08:45 수정 2017. 5. 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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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끝난 랑데뷰 롤랑가로스에서 우승을 차지해 롤랑가로스 주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권을 획득한 박민종(왼쪽)과 박소현. 사진= 테니스코리아
[테니스코리아= 박준용 기자]대한테니스협회가 또다시 주니어 선수들을 상대로 무책임한 행동을 저지르면서 일선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에게 원성을 샀다.
5월 26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롤랑가로스 주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을 위해 출국을 하루 앞둔 23일 협회 직원이 A선수에게 “B 코치님은 늦게 도착하셔, 잘 찾아 갈수 있겠니, 막힐 때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잘 설명해 줄 거야”라는 문자와 함께 파리 지하철 노선도를 보냈다.
선수들이 먼저 호텔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으면 코치를 만날 수 있다는 문자도 이어졌다.
협회는 프랑스가 처음인 어린 선수들에게 무거운 짐을 이끌고 지하철을 이용해 알아서 호텔에 가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요구를 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선수 부모는 "어떻게 나이 어린 선수를 외국에 혼자 보낼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더욱이 B코치는 랑데뷰 롤랑가로스 주니어를 위해 협회가 정식으로 임명한 코치가 아니다. A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개인 코치다. A선수 부모는 협회가 지도자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B코치에게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선수와 다른 비행기 편을 이용하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당초 협회는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랑데뷰 롤랑가로스에 곽용운 협회장과 협회 이사 1명이 선수들과 함께 24일에 출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B코치가 간다는 사실을 알고 두 명 모두 출국 일정을 26일로 늦추면서 B코치에게 선수 인솔을 떠넘겼다. 이 과정에서 B코치는 협회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않았고 비행기 티켓을 제외한 어떠한 체류비용도 지원받지 않는다. 비행기 티켓도 일부는 중고연맹이 부담한다.
협회는 처음부터 지도자를 파견할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서울 모 고등학교 테니스부 감독을 맡고 있는 협회 이사는 계획대로 선수들과 함께 떠났어야 했다.
또 B코치는 1주일 전 협회에 대회 관련 정보를 요청했는데 그 과정에서 B코치 비행기 편이 선수들과 같은 것으로 착각한 협회 직원이 출국 하루 전에서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 표를 간신히 구했다.
협회 직원은 "B코치님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프랑스협회는 대회 기간만의 아침과 저녁 식사, 왕복 항공권, 숙소 비용만 지원할 뿐 교통비 등 나머지는 선수가 부담해야 한다. 프랑스협회는 이러한 내용을 지난달 30일 랑데뷰 롤랑가로스가 끝나고 대한테니스협회에 전했지만 선수 부모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코치도 지원하지 않으니 알아서 구하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전 집행부에서는 선수의 안전과 시차 적응 등을 고려해 지도자 1명을 선수와 함께 대회 나흘 전에 파견했다. 또 대회가 끝난 후 2일 더 현지에 머물게 하면서 본선 경기를 관람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프랑스협회가 지원해주는 비용에서 벗어난 부분 역시 모두 부담했다.
롤랑가로스 주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출전하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지난달 경기도 안성에서 랑데뷰 롤랑가로스가 열렸다. 이 대회는 대한테니스협회와 프랑스테니스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대회다. 모든 비용은 프랑스협회가 부담하지만 대회 준비와 진행 그리고 선수 파견까지 우리나라에서의 모든 책임은 대한테니스협회에 있다. 하지만 협회는 그 책임을 나이 어린 주니어 선수들을 상대로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현 집행부의 무책임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협회는 지난 1월 유럽 투어링팀 특전이 주어지는 U14 아시아테니스선수권에 일방적으로 선수 파견을 거부했고 이 사실을 선수, 지도자, 학부모 등 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협회는 선수 육성뿐만 아니라 선수를 보호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책임을 미룬 채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하는 협회의 안하무인격인 행동에 주니어 선수와 학부모들만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글= 박준용 기자(loveis5517@tennis.co.kr), 사진= 테니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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