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친뮤직] 박용민이 말하는 감독 김성근 "그는 이기는 법을 알았던 감독"

최민규 2017. 5.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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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으로만 23시즌을 보냈다. 23번째 시즌인 올해는 그의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 프로야구 감독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일곱 번 프로야구단 감독으로 임명됐고, 일곱 번 물러났다. 그를 처음으로 프로야구 감독으로 임명하고, 처음으로 물러나게 한 사람은 박용민 OB 초대 사장이다. 박 전 사장과 김 감독을 주제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 인터뷰는 여러 이유로 공개되진 않았다.

1983년 시즌 뒤 OB는 김영덕 감독의 후임을 김성근 투수코치로 정했다 박 전 사장은 그를 발탁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투수코치 김성근을 지켜보면서 이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세상살이에는 고비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지 않나. 김성근이라는 사람은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힘이 있었다.”

“좋은 감독은 좋은 코치들이 만든다. 김 감독은 OB 시절에도 기록 분석을 많이 했다. 분석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도 된다. 감독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코치들을 장악했던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한 명 한 명이 다 사장이다. 감독이 권위를 세우지 못하면 팀이 굴러가지 않는다. 그걸 갖고 있는 사람이 김성근이었다.”

박 전 단장이 정의하는 ‘감독 김성근’은 ‘이기는 법을 아는 감독’이다.

"김 감독은 그때도 이기는 법을 알았다. 보통 사람이 아니야. OB가 1984년 이후 선전한 건 김 감독의 힘이야. 이기는 법이 뭐냐고? 난 야구를 해 본 사람은 아니지만 이건 말할 수 있지. 김 감독의 '이기는 법'은 노력에서 나와.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니 방법을 찾은 거지."

사장 박용민과 감독 김성근의 관계는 늘 원만하진 않았다. 40대 감독 시절부터 김 감독은 프런트와 자주 부딪혔다.

“내가 아는 김성근이라는 사람은 고집이 세고, 자기 철학이 확고해. 그 사람 생각을 바꾸려 들면 안 돼. 특히 야구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면 안 돼. 대신 경영은 모르는 사람이야. 경영자 김성근에 대해선 점수를 높게 주고 싶지 않아. 어차피 구단은 주어진 예산 아래 움직이는 거야. 내가 생각하는 감독과 프런트의 이상적인 관계는 이래. 프런트 직원들도 감독의 사람이어야 해. 그래야지 감독의 생각을 이해하고 지원하게 되지.”

OB는 1988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광환 전 타격코치를 2군 감독으로 임명했다. 언론은 그를 차기 감독 후보로 꼽았다. 김 감독 입장에선 불편한 인사였다.

“김 감독이 언짢아한 건 맞아. 자기 후임이 될 사람을 데려왔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나. 그때 김 감독에게도 말했지. ‘사장이 죽어도 기업은 계속된다. 기업이라면 반드시 차기 사장감을 키워야 한다.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항상 포스트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김 감독이 대놓고 이광환이라는 이름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럴 사람은 아니다.”

김 감독은 1988년 시즌을 끝으로 OB를 떠나 태평양 감독으로 옮겼다. 이후 3년 동안 OB는 최하위를 두 번 하는 부진을 겪었다. 박 사장도 1991년을 끝으로 구단을 떠나야 했다.

“김성근을 잘랐기 때문에, 나도 잘린 것 아니냐고?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지. 어쨌든 내가 지금 야구단 사장이고 감독 자리가 비었다고 쳐. 내가 가장 데려오고 싶은 사람은 김성근일 거야. 특히 팀이 몇 년 동안 하위권에 처져 있다면 그렇지. 하지만 내 팀이 최고 인기 구단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명장’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김 감독은 ‘명장’의 조건을 여럿 갖춘 사람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지금 현재, 혹은 최근 세 시즌의 공과로만 평가돼선 안 될 야구인이다. 프로야구 감독 김성근의 출발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 전 사장과의 인터뷰를 뒤늦게 소개하는 이유기도 하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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