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외국인 이면계약' 정체가 드러나다

최민규 2017. 5.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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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2013년 KBO 리그 ‘외국인 선수 고용규정’에는 ‘KBO 확인(12조)’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단과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와 그 아내는 사회보장번호와 계좌추적동의서, 취업비자 사본을 KBO에 제출해야 했다. 목적도 명기돼 있었다. ‘이면계약’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구단이 제출한 계약서를 KBO 총재가 승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총재가 승인하는 계약서는 모든 외국인 선수에게 공통 적용되는 통일계약서다. 하지만 이면계약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일간스포츠는 모두가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체는 공개되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이면계약서’를 입수했다. 이 계약서는 2013년 시즌을 앞두고 한 KBO 리그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작성됐다.

KBO는 이해까지 외국인 선수 연봉(계약금 포함) 상한을 30만 달러(첫 해 선수 기준)로 정해놓고 있었다. 그래서 2013년 개막전 기준 새로 입단한 외국인 선수 6명 전원의 몸값이 30만 달러로 발표됐다. 세부 내역도 똑같은 계약금 5만 달러에 연봉 25만 달러였다.

하지만 실제 몸값은 달랐다. 이면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은 계약금 15만 달러에 연봉 55만 달러였다. 상한선 30만 달러의 2.3배에 달했다. 고용규정에 따르면 상한선을 넘어선 계약은 무효이며, 해당 선수와 구단에는 제재가 내려진다. 물론 지금까지 제재가 내려진 적은 없었다. 고용규정 12조도 유명무실했다. KBO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계좌 추적을 실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KBO가 이면계약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가령 시즌 도중 퇴출된 외국인 선수에게 KBO에 제출한 통일계약서의 연봉만 지급하겠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를 막기 위해 이면계약서에는 “통일계약서와 어긋날 경우에는 이 계약의 조건이 우선한다”는 안전 장치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통일계약서는 '계약서(Contract)', 이면계약서는 '협약서(Agreement)'로 구분한다.

통일계약서는 계약금과 연봉 외 흔히 ‘옵션’으로 불리는 성과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면계약서에는 옵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이 계약서에 다르면 평균자책점 3.50 이하면 1만 달러, 3,20 이하면 2만 달러가 추가 지급된다. 10승을 달성하면 2만 달러, 이후에는 추가 1승당 1만 달러다. 여기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옵션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성적 옵션은 지금도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4-4로 맞선 6회말 등 승리 투수 요건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판될 때 외국인 투수가 불만을 나타내는 장면은 프로야구장에서 가끔 나온다. 승리 옵션 때문이다.

계약금 지불 시기도 다르다. 통일계약서에는 ‘총재의 승인 이후 30일 이내’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면계약서에는 ‘스프링캠프 출두일’로 돼 있다. 통상 외국인 선수가 전지훈련 시기에 참가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으로 해석된다.
이면계약서에는 도핑 확산 방지를 위한 조항도 있다. KBO의 도핑테스트를 거부할 경우 구단은 선수와 계약을 해지할 권한이 있다. 테스트를 거부하면 정규시즌 경기 25~30%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 내국인 선수에 비해 처분이 무겁다.

메이저리그에도 통일계약서에 담지 못하는 성적 인센티브 등 계약 내용이 있다. 메이저리그 에이전시 자격을 갖고 있는 이예랑 리코코리아 대표는 "구단과 선수의 계약서 전부가 커미셔너 사무국에 제출된다"고 밝혔다.

KBO는 2014년부터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도를 없앴다. 이후 총액 200만 달러 규모 계약도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면계약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외국인 선수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한 에이전트는 "2016년 KBO에 제출하는 내용과 다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봉 금액 뿐 아니라 계약 기간 등도 이면계약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2013년 이전 이면계약은 현실에 맞지 않는 연봉 상한제도라는 참작의 소지는 있었다. 제도 합리화 못지 않게 투명한 구단 경영 의지가 필요하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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