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임창용의 블론, 믿음과 고집의 아이러니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입력 2017.05.20. 06:05 수정 2017.05.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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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화를 내는 것이 정상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9회초, 6-2로 앞서고 있었다.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4연승이었다.

그런데 마무리로 올라온 투수가 연타석 홈런을 포함, 5점을 헌납하며 6-2의 승리를 6-7의 패배로 만들어버렸다. 그냥 지는 것이 훨씬 낫다. 전날 KIA의 패배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KIA는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마무리 임창용이 팀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6-7로 패했다. 에이스 헥터가 호투를 펼쳤음에도 KIA는 패했다.

최근 들어 KIA는 뒷문 고민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팀 타선도 잘해주고 있고 5선발도 서서히 완성되고 있었다. 게다가 주중 LG 3연전을 모두 이기면서 흐름이 좋았다.

그러나 3연승의 기쁨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마치 지난 4월 1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에만 7점을 내주며 팬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던 그 경기와 유사했다.

그래도 그 때는 연장까지 가서 이겼으니 망정이다. 전날은 패했다. 감독도 선수도 모두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하지만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전날 경기 전까지 임창용은 12경기를 뛰며 12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평균자책점도 1.80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 5경기에서 3승 2세이브를 기록했다.

좋아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선수를 투입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물론 8회까지 잘 던진 김윤동을 1이닝 더 던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윤동은 현재 KIA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필승조 불펜이다. 한 경기에서 1이닝을 던지는 것과 2이닝을 책임지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김윤동은 지난 12일, 13일, 14일에 치른 SK와의 3연전에 모두 나와 2이닝동안 40개의 공을 뿌렸고 지난 16일 LG전에서도 2.2이닝을 소화하며 28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전날에도 8회에 나와 15개를 던졌다. 게다가 20일과 21일까지 두산전이 남아있다. 김윤동을 아끼기 위해 여유있게 앞선 6-2에서 교체를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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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창용 본인이다. 첫 타자 허경민을 상대로 볼넷을 내준 것은 오롯이 임창용의 책임이다. 하지만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후 민병헌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6-3으로 추격을 당한 것도 분명 아쉽다. 여기가 타이밍이다. 교체를 하거나 믿고 가거나, 둘 중 하나다. 고민 끝에 김기태 감독은 믿었다.

교체를 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3점이라는 차이에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임창용을 바꾸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이전까지 잘해줬으니 다시 한번 막아줄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두산은 원래 강팀이다. 단번에 3점 동점 홈런과 역전 솔로 홈런을 연달아 맞은 것은 최주환과 에반스가 잘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기면 영웅이지만 지면 곧바로 역적이다. 야구선수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신뢰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으니 김기태 감독과 임창용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은 선수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 감독 본인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신뢰를 통해 이범호, 버나디나까지 선수들이 차례로 살아나고 있다.

임창용도 초반에 고전했지만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다시금 상승세를 보여줬다. 그렇게 잘해왔다. 그러나 전날만큼은 믿음이 고집으로 변신하며 패했다.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팀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감독이 선수를 믿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00% 성공을 할 수 없다. 전날 같은 최악의 경기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임창용 대신 젊고 새로운 마무리를 키운다는 것도 1위를 달리고 있는 KIA에게는 쉽지 않다. 시즌 전체로 보면 임창용으로 막는 것이 KIA 입장에서는 가장 '상책'이다.

전날의 패배는 아쉽지만 김 감독은 임창용을 계속 믿고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믿음과 고집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기면 믿음, 지면 고집이다. 전날의 아픔을 버티는 것도 1위 KIA가 해야 할 일이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