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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코리안리포트] 류현진의 힘겹고, 소중한 시즌 2승

조회수 2017. 5. 19. 2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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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위기 넘기며 투타와 수비에서 활약하며 부상 위험 넘기고 승리 추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과 우려의 감정이 솔직히 더 많았습니다.

지난 12일 콜로라도 원정의 상처가 아직도 아픔이 전해질 정도로 심했고, 구위에 대한 느낌도 편안함보다는 불안함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19일 경기는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는 점(류현진 올해 홈 1승1패 평균자책점(ERA) 3.97 - 원정 0승4패 5.59)과 부상 병동에 최근 극심한 침체에 빠진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한다는 점 등은 기대를 걸게도 했습니다.

피홈런 2개와 사구와 타구에 맞는 어려움 속에 2승째를 거둔 류현진 ⓒ다저스SNS

그리고 다저스의 불펜이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NL 최고인 3.02 ERA에 9이닝 당 최다 10.83K, 삼진 볼넷 비율 3.59로 1위) 5,6이닝 정도만 리드를 잘 이어간다면 시즌 2승째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물론, 득점 지원이 2.43점으로 NL 91위에 불과한 류현진(30)에게 동료들의 타격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던 것은 역시 1회였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은 ERA 3.65에 피안타율은 2할5푼3리, 그리고 삼진과 볼넷 비율도 3.25로 꽤 준수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 통계의 맹점은 1회를 제외한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유독 시작이 힘들었던 류현진의 1회 기록은 ERA 10.50에 피안타율이 4할7리, 그리고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거의 같은 1.17이었습니다. 

앞선 6번 경기의 1회에서 류현진은 11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그 중에 절반이 넘는 6개가 장타(2루타 3개, 3루타 1개, 홈런 2개)였습니다. 볼넷도 6개나 허용했고, 1회의 OPS가 무려 1.330이었습니다. 초반에 흐름을 빼앗기고 시작하니 경기가 쉽게 풀릴 리가 없었습니다.

'쌕쌕이' 디 고든과 '5툴 플레이어' 크리스천 옐리치, 그리고 11홈런(리그 6위)과 29타점(리그 9위)에다 최근 원정 5경기 연속 안타+4경기 멀티 안타를 치고 있던 마르셀 오수나로 이어지는 말린스의 1-3번에, 하나라도 진루하면 MLB 최대 거포이자 다저스 킬러인 4번 지안칼로 스탠턴(지난 4년간 다저스전 4할6리)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의 1회는 정말 깔끔했습니다. 전 동료이던 좌타자 고든을 맞아 초구 144km의 속구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2구째는 의외의 118km 휘청대는 커브로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3구째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나왔지만 가볍게 유격수 땅볼로 처리가 됐습니다. 옐리치 역시 속구와 커브 조합으로 2구만에 1루 땅볼 아웃.

공 배합이 달랐습니다. 

그랜달이 포수 마스트를 썼을 때의 ERA가 3.48로 좋았던 반면 반스가 포수로 나서면 8.10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류현진-그란달 배터리는 공 5개로 참 까다로운 말린스 테이블 세터를 간단히 처리했습니다. 

3번 오수나는 좌투수에 3할8푼1리의 강점을 지닌 거포이긴 하지만, 최근의 약간 슬럼프가 있고(33타석 연속 무홈런, 무타점) 류현진은 4구만에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냅니다. 딱 공 9개(스트라이크 7개)로 1회 삼자범퇴를 잡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류현진만 나오면 답답하게 막히는 느낌을 주던 다저스 타선은 시작부터 1번에 배치된 베테랑 어틀리가 행운의 내야안타로 진루한 후 시거와 터너의 연속 안타가 나오며 무사 만루의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젊은 4번 벨린저의 땅볼로 겨우 1점을 얻더니 포수 그랜달이 4-6-3 병살타를 치며 이닝이 끝나버렸습니다. 타선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 다저스 1-0 리드.

그러나 2회초를 보면 이날의 운은 류현진의 편이었습니다.

참 운이 많이 따른 이닝이었습니다. 선두 4번 스탠턴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역대 4명뿐인 장외 홈런을 친 타자입니다. 그리고 류현진의 5구째 좋은 체인지업을 팔을 쭉 뻗어 끌어올렸습니다. 맞는 순간 ‘아, 넘어가나?’ 싶은 느낌이 오던 이 타구는 좌측 담장 상단에 맞았습니다. 

그리고 좌타자 보어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땅을 치는 낮은 공. 포수 그란달이 공을 블록 했지만 3루 선상으로 흘렀고, 스탠턴은 공격적으로 3루로 질주했습니다. 그러나 그란달이 재빨리 추격해 정확한 송구를 했고 3루수 터너의 태그에 주자는 사라졌습니다.  

곧이어 보어가 가운데 몰린 144km 속구를 우측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으니 1-2로 뒤집어질 뻔한 것이 1-1에 머물렀습니다. 이어서 6번 리얼무토 마저 체인지업을 강타해 좌중간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쳤습니다. 3연속 장타에 3개 모두 담장을 넘어가나 싶은 아주 강하게 맞은 타구들이었습니다. 이어서 나온 7번 콜론의 타구도 우익수 푸이그에게 깊은 곳에서 잡혔고, 좌타자 리들이 친 공은 수비 좋은 중견수 피더슨이 빠르게 뒤로 달렸는데도 글러브 끝에 간신히 걸렸습니다.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올법한 2회말의 전개였습니다.

야구는 운이 꽤 많이 작용하는 스포츠입니다.

예를 들어 수비 쉬프트를 걸었기에 평소라면 병살타가 될 것이 오히려 안타가 되기도 하고, 주자의 작전으로 수비가 어쩔 수 없이 움직였는데 그것으로 병살타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야구는 운칠기삼,’ 운이 70%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합니다. 운이 류현진의 편이 아니었다면 대량실점 위기의 2회초였지만 다행히 동점으로 이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익사이팅한 2회말이 옵니다.

류현진과 똑같이 시즌 5패를 당했고 그나마 1승도 없는 말린스 선발 에드윈 볼케스는 2회말에도 1사 후에 피더슨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더니 이날 8번에 배치된 푸이그에게 순식간에 좌측 담장 넘어 관중석에 꽂히는 역전 2점포를 얻어맞았습니다. 

이어 류현진의 첫 타석. 

류현진의 운동 신경이나 타격 능력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가 처한 상황에서 타격에 기대하거나, 신경을 쓸 처지는 아닙니다. 아니, 그건 어쩜 팬들만의 마음이었을까요. 

시즌 첫 2루타를 친 후 득점을 했고, 빼어난 수비를 보이는 등 투,타,수비에서 활약했습니다. ⓒMLB.com

볼케스는 초구 151km 강속구를 던졌는데 류현진의 방망이가 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볼케스가 151km의 강속구를 던졌다면 류현진은 무려 171km의 강속타구를 때렸습니다. 낮게 깔렸지만 외야수들이 손도 못쓰게 우중간을 꿰뚫어버렸고, 류현진은 2루에 당당히 서서 도착했습니다. 시즌 첫 2루타이자 개인 통산 6번째 2루타. 

그리고 어틀리의 중전 안타 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전력질주로 홈을 밟으며 4-1을 만들었습니다. 투수니까 3루에서 멈추게 하겠지 싶었지만 3루 코치 크리스 우드워드는 팔을 힘차게 돌렸고, 말린스 중견수 옐리치가 공을 더듬어 슬라이딩할 필요도 없이 득점했습니다. 어쩌면 이날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난번에도 2루 슬라이딩을 하다가 엉덩방아를 찧고는 DL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날 경기는 류현진을 중심으로 참 볼 것이 많았습니다.

투수로서의 류현진뿐 아니라 타자로, 야수로 보여준 게 많았고 때론 짜릿하고 때론 아찔했습니다.

 점수차를 벌린 직후인 3회초 선두 타자 투수 볼케스를 7구까지 가서 잡은 후 1번 고든은 투수 정면으로 크게 튀는 땅볼을 쳤습니다. 순간 마운드에서 막 공을 뿌린 190cm-115kg의 거구의 투수가 먹잇감 물개를 추격해 수면을 박차고 오르는 백상아리처럼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착지와 함께 밸런스를 잡고 빠르게 송구해 고든을 1루에서 잡았습니다. 

투수의 머리를 넘었다면 고든의 스피드로는 당연히 내야 안타였습니다. 더그아웃의 커쇼를 제일 깜짝 놀라게 한 이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1점을 막은 호수비였습니다. 바로 다음 타자 옐리치가 류현진의 148km 속구를 때려 좌중간 펜스를 넘겨버렸기 때문입니다. 호수비로 류현진의 피홈런 앞에서 연속으로 주자가 사라진 경기였습니다.

4회초를 무난히 넘긴 류현진은 4회말 타석에서 번트 작전을 수행하려다 볼케스의 공을 오른팔 위쪽에 맞아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관계자들과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빅리그 데뷔 후 처음 몸에 맞는 공이었는데 다행히 부상은 아니었습니다.

 5회초에는 주자 두 명을 내보낸 후 3회에 홈런을 맞은 옐리치를 슬라이더로 땅볼을 유도해, 놀랍게도 올 시즌 첫 병살타를 끌어내며 이닝을 마치기도 했습니다. MLB 데뷔 첫 해에 26개, 둘째 해에도 12개의 병살타를 끌어냈던 류현진의 올 첫 병살타가 앞으로 많은 더블 아웃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 아찔한 순간은 6회초였습니다.

5회까지 투구수 64개로 대단히 경제적인 피칭에 점점 안정되는 추세로 시즌 최다 이닝을 기대케 했는데(6이닝 두 번이 최다), 1사 주자 1루에서 5번 보어가 친 땅볼이 하필 류현진의 왼 무릎을 때리며 굴절됐습니다. 이 역시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주자는 1,2루가 됐고, 결국 류현진은 79구만에 보호 차원에서 강제 교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원 투수 해처가 다음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류현진은 5와⅓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아빌란-필즈-젠센까지 이어 던지며 다저스가 7-2로 완승해 시즌 두 번째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감정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승리는 기분 좋은 보상이지만 경기 내용은 여전히 정타로 맞은 타구가 많았고, 홈런도 2개를 허용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수술과 재활의 힘든 과정에서 돌아온 류현진의 부활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매 경기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는 분명히 남아있습니다.  

아직 일정이 불투명한 다음 등판 경기 역시 팬들에겐 긴장 속의 관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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