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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모의 Respect] 손흥민이 쓴 韓 축구 새 역사, 그 생생한 현장에 가다

이성모 입력 2017.05.19. 12:23 수정 2017.05.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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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0, 21호골 연달아 터뜨리며 차범근이 31년 간 보유한 최다골 기록 뛰어넘은 손흥민.
현장에서 지켜본 심적인 부담감 느끼는 모습과 그런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는 모습.
손흥민의 활약에 일본인 기자, 일본 대표 선수의 축하와 격려 이어지기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활짝 웃는 모습도.
양팀의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은 채 마치 기도를 하는 듯했던 손흥민의 모습.

손흥민의 날이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날이었다.

1년 전 이맘때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가 깜짝놀란 스포츠계의 신화를 만들어냈던 바로 그 레스터 시티의 홈구장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한국의 손흥민이 31년 만에 차범근이 보유하고 있던 기록을 뛰어넘으며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국의 공격수가 세계 최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축구 역사에 오래 남을 2017년 5월 19일, 레스터 시티의 홈구장에서 펼쳐진 레스터 시티 대 토트넘의 홈경기 그 현장을 찾았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양팀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는 중 손흥민의 모습과, 경기 시작 직후 최전방으로 나서 있는 손흥민의 모습. 

1. 긴장한 기색, 그 와중에서도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던 손흥민의 모습

현장 취재를 갈 때면 대개 미리 그 날 어떤 점에 집중해서 취재를 할 것인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날 레스터 시티 대 토트넘의 경기를 앞두고 나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갖고 현장을 향했다. 이미 토트넘의 리그 순위가 확정된 상황이자, 레스터 시티의 최종순위 변화도 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손흥민의 20호 골 성사여부였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손흥민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시작되기 약 40분 전, 경기장에 들어와 몸을 풀 때부터 경기 시작 직전까지 손흥민은 다소 평소보다 무거워보이는 모습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몸'이 무거워 보인다기보다 '마음'이 무거워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이 경기장 한 쪽 끝에서 동시에 출발해 달리기를 하며 몸을 풀 때도 손흥민은 동료들 중 가장 느린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양팀의 킥오프 직전에는 평소와는 달리 꽤 오랫시간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을 모으고 마치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손흥민은 마치 '작심한 듯' 골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특히 전반전에는 토트넘의 동료들 역시 손흥민의 기록 달성을 의식한 듯 그를 도와주려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날 경기중에 손흥민은 마치 케인과 투톱 공격수로 출전한 것처럼 케인과 동일선상에 서 있거나, 첨부한 사진 속에서 확인 되듯이 오히려 케인보다도 더 전방에 서서 마치 케인과 손흥민의 포지션이 서로 바뀐 것처럼 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경기 중 한 두 번 나온다는 것은 '우연'이거나, 경기중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장면이겠으나 이날 현장에서 본 두 선수의 모습은 분명 손흥민이 케인보다 앞 서 있는 모습이 더 많았다.

손흥민의 20호골 바로 그 순간.
21호골 직후 벤치에 와서 포체티노 감독, 케인과 포옹하고 있는 손흥민.

2. '심적 부담' 덜게 한 어시스트와 뒤이어 나온 역사적인 골장면 

심적인 부담을 가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기 때문이었을까? 

전반전 초반 손흥민에겐 퍼스트터치가 너무 길어서 좋은 슈팅 찬스를 놓치는 모습도 있었고, 1대 1 찬스를 놓치거나 좋은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등의 모습이 이어졌다. 이런 일이 이어질수록 부담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손흥민의 심적인 부담을 덜게하고 자신감을 갖게 했던 계기는, 이날 경기 직후 손흥민 본인이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본인이 골 욕심을 내기보다 자신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케인에게 어시스트를 해준 토트넘의 첫 골 장면에서였다.

그 전까지 몇 차례 골 기회를 놓쳤던 손흥민은 이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팀에 리드를 안기면서 이후 플레이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0분 후, 이번 시즌 내내 그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미드필더 알리가 이어준 영리한 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은 환상적인 논스톱 터닝슈팅으로 드디어 오래 기다렸던 대망의 20호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골을 넣은 직후 그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추가골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기세가 오른 손흥민은 후반전에 자신의 앞에 상대 수비 한 명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시도한 완벽한 슈팅으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골키퍼 중 한 명인 슈마이켈이 막을 수 없는 곳에 또 하나의 골을 성공시켰다.

골이 들어간 후 손흥민은 벤치로 달려와 그와 사이가 가까운 동료인 빔머와 포옹을 나누고 이어서는 포체티노 감독, 또 케인과도 포옹을 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양팀의 경기가 종료된 후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손흥민의 골을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네준 NHK JAPAN의 료 이노우에 PD.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오카자키 신지. 사진 속 모습은 한국의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일본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모습. 

3. 국경도 뛰어넘은 손흥민의 신기록과 환상적인 활약

손흥민의 두 골과 해리 케인의 네 골로 토트넘의 6-1 대승이 확정된 직후, 기자는 뜻밖의 축하인사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취재 현장에서 자주 만나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NHK JAPAN의 료 이노우에 PD로부터였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현장을 약 10년 째 취재하고 있다. 

그는 경기 직후 기자에게 다가와 "손흥민의 골을 축하한다"며 "오늘 손흥민은 정말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줬다. 특히 오늘 그와 케인은 서로 골을 도와주고 넣으며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흥민의 21골 기록에 대해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선수가 피지컬적으로 강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수비수들을 상대로 그런 골기록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손흥민의 교체와 해트트릭 무산에 대해서는 "계속 뛰었다면 해트트릭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가 경기 중간에 나온 것은 아쉬운 장면이었다. 어쩌면 포체티노 감독이 그를 마지막 경기에서도 중용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고, 마지막 경기에서 해트트릭의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PD와 만나 손흥민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믹스트 존에서 또 다른 한 명의 일본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일본의 국가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였다.

구자철, 박주호 등 독일 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그는 오늘 경기 중 하프타임에 본인이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취재진들이 묻는 손흥민에 대한 질문에 성의 있는 답변을 들려줬다.

"손흥민에게 경기 전에 좀 살살하자고 말했다(웃음)"며 너스레를 떤 오카자키는 "손흥민은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그는 오늘 아주 빠른 플레이를 보여줬고 움직임도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어서 "손흥민은 전력을 다 해 뛰는 훌륭한 선수이며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환하게 웃는 얼굴로 포즈를 취한 손흥민 

4. '역대급'으로 활짝(또 많이) 웃던 손흥민, 더 발전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인간적인 모습도 

오카자기와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약 20분 쯤이 지난 후, 손흥민이 믹스트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레스터에 모인 기자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들이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다. 

그는 이날 현장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골에 대해 강조하기보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저는 항상 배가 고프고, 또 아직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많은 팬들께서 저에게 기대하시는 바가 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앞으로도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부분은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도 항상 신중하고 침착한 손흥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날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평소와는 분명히 다른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특히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소위) '역대급'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활짝, 또 많이 웃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활짝 웃었던 부분은 다음의 말을 하는 순간에서였다. 

"아직 차범근 감독님을 따라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 기록을 넘는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데(웃음)...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을 숨기려고 항상 노력하는 편인데 오늘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5.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새 역사 안겨준 손흥민,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손흥민과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 기사를 처리하고 나니 약 11시였다. 레스터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새벽 2시는 돼야 집에 도착할 터였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고, 또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도 알았지만 나는 다음 스포츠 담당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무 급작스러운 건 알지만 오늘 현장취재기 칼럼으로 쓰면 어떨까요. 이건 정말 너무 역사적인 경기라서요."

그리고 그렇게 쓴 칼럼을 마감하는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50분. '피곤하다'는 생각은 커녕, 이 역사적인 경기 현장의 이야기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한국의 축구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순간을 눈 앞에서 직접 봤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손흥민은 이날 레스터 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면서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31년 만에 새로운 기록과 새로운 역사를 안겨줬다. 그리고 모처럼 만에 활짝 웃는 얼굴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며 또 한 번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이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볼 날은 딱 하루가 남았다. 그는 그 경기에서도 본인 스스로의 말처럼 더 많은 골을 노릴 것이다. 그리고 물론, 다음 시즌도, 또 그 다음 시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손흥민이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안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그의 그 순간순간들을 더 많은  축구팬들과 독자들께 전하겠노라고 다짐하며 한국 축구에 31년 만의 역사가 쓰여진 이 역사적인 경기의 현장취재기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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