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6일 간의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느낀 진한 아쉬움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말 뽑을 선수가 없어요."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6일 동안 서울과 인천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녀부 2017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구단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만족보단 아쉬움이 컸다. 먼저 10~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트라이아웃도 사전 선호도에서 상위 순번을 차지했던 일부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시작도 전에 김이 빠졌다. 1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이바나 네소비치(세르비아)를 제외하곤 크게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남자부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여자부보다 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사전 선호도 상위 30명 중 ⅓가량이 불참하면서 사령탑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일부에선 현재 트라이아웃의 연봉 상한선(여자 15만달러·남자 30만달러)을 더 높이거나, 아예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종전 자유계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만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트라이아웃이란 제도에 대해 반대했다. 왜 구단들이 내 팀 내 선수를 마음대로 (돈을 주고)데려올 수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감독은 "트라이아웃에 뽑히는 외국인 선수에게 제공하는 항공권이나 숙박비 등을 합하면 4억 중반에서 5억원 가까운 돈이 투자된다. 여기 참가한 선수들은 그 정도 레벨의 선수들은 절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세진 감독은 "너무 불만만 이야기 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서도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면서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이야기 했던 유소년 배구 투자 등도 지금까지 각 구단들에서 지켜진 것이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예전과 같은 자유계약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했다.
다른 남자 구단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크리스티안 파다르(헝가리)와 재계약을 선택한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냉정하게 토마스 에드가(호주·사전 선호도 1위)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구단들이 고민했겠지만 용병들의 수준이 작년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각 구단들의 관심을 모았던 에드가는 트라이아웃에 신청서를 냈지만 최종적으로 한국에는 오지 않았다. 에드가는 30만달러의 적은 금액에 뛰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가는 최근 뛰었던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40만~45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도 "현재 남자부 상한액인 30만달러로는 수준급 외국인선수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 "아예 금액을 올리거나 순위별로 차등 지급을 하는 방안도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각각의 에이전시에서 제출한 프로필의 오류 문제였다. 구단 관계자들은 에이전트들이 보내준 프로필과 영상을 통해 사전 선호도를 정했는데 정작 한국에서 측정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신장에서 최소 3㎝ 차이가 있었다. 한 선수는 7㎝이상 높여서 냈다가 현장 측정에서 들통이 나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은 "애초에 정확한 자료를 줬다면 선택할 때 뽑지도 않았을 선수들이 많았다. 구단들의 경우 사기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부터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건네는 에이전트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더 나아가 "배구에서 3㎝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우리도 어렵게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기본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코치들이 좋은 선수를 가리기 위해 몇 주간 잠도 못자고 지켜봤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KOVO 관계자는 프로필 등에서 오류가 나는 부분에 대해 "다음 트라이아웃부터 에이전트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 등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2015-16시즌 여자부부터 시행됐던 트라이아웃은 올해로 3번째를 맞았다. 남자의 경우 지난 시즌에 이어 2번째였다. 하지만 구단들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입을 모으면서 트라이아웃과 관련된 규정을 개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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