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라고"..2017년 양현종은 '초심'을 던진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7. 5.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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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

1승을 할 때마다 팬들을 향해 ‘초심’을 선물한다. 앞으로의 야구 인생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즌, 양현종(29·KIA)은 좀 더 겸허해진 마음으로 야구하고 있다.

양현종은 올시즌 특별한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승리한 날에는 관중석으로 목걸이를 던진다. 선수들이 즐겨하는 건강 목걸이로 10만원이 넘는 제품이다. 자신과 KIA의 승리를 기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양현종이 개인적으로 이벤트를 마련했다.

양현종의 이벤트는 시즌 전 한 어린이와의 만남에서 출발했다. 광주 시내의 한 상가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엄마 손을 붙잡고 있던 여자 어린이를 만났다. 어린이가 양현종에게 인사를 했고 양현종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이의 엄마가 말했다. “우리 딸 오늘 계 탔네. 양현종 선수 만났다고 일기에 써야겠다.” 이 말이 양현종의 마음 속에 콕 박혔다.

양현종은 “어린이가 날 만났다고 일기에 쓴다니 ‘도대체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기가 그 정도로 높아졌나 싶어 예전 프로 데뷔했을 때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길에서 마주치는 팬들의 인사에서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양현종은 “길에서 팬들을 마주치면 반가워하면서 파이팅을 외쳐주는 팬들이 많았는데 지난 겨울부터는 ‘감사합니다’, ‘남아줘서 고마워요’라고 인사해오는 팬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해외 진출에 도전하려다 뜻을 접고 KIA에 남았다. 양현종의 해외 진출을 예상하고 이미 FA 시장에서 100억원 이상을 써버린 구단의 사정에 따라 22억5000만원에 1년 계약을 했다. FA 100억원 시대에 에이스 양현종이 이같은 계약으로 잔류하자 팬들의 인사도 달라졌다. 양현종은 “나 역시 그런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며 “그래서 올해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현종은 자신의 돈으로 목걸이 10개를 구입했다. 지난 4월4일 광주 SK전에서 첫승을 했을 때만 해도 영문을 몰라 멀뚱히 보기만 했던 팬들은 이제 양현종이 등판하는 날이면 ‘그 순간’을 기다린다.

양현종은 지난해 10승을 했다. 국내 투수로는 9년 만에 200이닝을 돌파하고 평균자책 3.68을 기록했지만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아 10승에 그쳤다. 올해도 일단 목걸이를 10개 주문했는데 그중 7개가 벌써 팬들의 품으로 향했다. 양현종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올 10승 이후를 대비해 추가 구입을 마쳤다.

양현종은 9일 kt전까지 7전 전승을 달리며 다승왕 경쟁에서 맨위에 오른 채 KIA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최고의 출발에 겸손한 마음을 담은 선물까지 더해 이미 팬들의 사랑에 충분히 보답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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