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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33세 유망주' 김주형, '밀어치기'에 생존 달렸다

조회수 2017. 4. 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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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할대 타율로 2군 추락한 KIA 김주형, '만년 유망주' 탈출의 해법은?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추락한 KIA 김주형 (사진: OSEN) 

KIA 내야수 김주형은 고교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유망주였다. 186cm의 키에 100kg에 가까운 당당한 체격을 갖춰 ‘초고교급 타자’로 불렸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KIA의 1차지명을 받고 무려 3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것은 당시로선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김주형은  2004시즌 데뷔 이후 첫 10시즌 간 평균 55.2경기에 출장, 타율 0.214,  4.2홈런 16.3타점을 기록했다. 

두 자리 수 홈런은 단 한 시즌도 없었으며(11, 13시즌 9홈런)  타율 역시 2할 5푼을 한 차례도 넘기지 못했다. 매년 봄이면 벤치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막상 정규 시즌에 들어서면 부진 끝 2군행을 반복했다.

기대와 실망이 10년 간 되풀이되자 그에 대한 반응은 체념으로 바뀌고 말았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이렇다할  실적을 남기지 못한 그에게 ‘짐주형’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마저 따라붙었다. 그가 스프링캠프와 시범 경기에서  맹활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대부분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지난 시즌 ‘포텐’을 폭발시킨 김주형 ⓒ KIA 타이거즈  

# 2016 커리어 하이! 주전 도약의 기회를 잡다!

하지만 지난한 기다림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걸일까? 서른을 훌쩍 넘어 ‘'노(老)망주' 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김주형이 드디어 자신의 재능을 발현한 것이다. 

지난해 그는 무려 13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1, 19홈런 49타점, OPS 0.854,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82를 기록했다. 출장 경기를 비롯 타격 전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시즌 후에는 절호의 기회까지 찾아왔다. 전력 보강에 나선 KIA가 3시즌 간 함께 했던 브렛 필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며  1루가 공석이 된 것이다.

프로 입문 후 내야 전 포지션을 섭렵했지만  1루수는 가장 익숙한 자리. 지난 시즌 135경기 중 무려 54경기에 교체로 나섰던 김주형이 드디어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남아 있었다. 서동욱과 김주찬 등 팀 내 1루 경쟁자도 문제였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 중 첫 번째가 낮은 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김주형의 프로 통산 타율은 고작 0.228에 불과하다. 타고투저가 절정이었던  지난해 커리어하이인 타율 0.281을 기록했지만, 이는 리그 평균 타율(0.29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 무려 40명의 3할 타자가 배출된 '3할' 인플레 시대임을 감안하면 눈이 가는 기록은 아니었다. 

이는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155(58타수 9안타), OPS 0.465로 부진한 끝에 4월 2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시즌 안타 9개 중 3개가 2루타였고 홈런성 파울도 여러 번 때려내는 등 여전한 힘을 과시했지만, 야수 정면 타구가 종종 나오는 등 불운이 겹치며 무안타 행진이 이어졌고 시즌 초 개선된 모습을 보이던 선구안 마저 흔들리며 21~22일 경기에선 4개의 삼진을 당했고 3루수 이범호의 엔트리 등록에 겹쳐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김주형의 밀어친 파울 홈런 (2017.04.20 kt전)

#김주형-서동욱-필의 컨택%와 BABIP 비교

지난 3시즌간 김주형, 서동욱, 필의 컨택%와 BABIP. 김주형은 컨택%가 가장 높지만 BABIP는 가장 낮다. [사진=KIA 타이거즈], [기록=STATIZ/KBReport]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일반의 선입견과 달리 김주형은 컨택율이 리그 평균 이상인 타자다. 김주형은 지난해 82.5%의 컨택%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 79.8%)  

올시즌 포지션 경쟁자인 서동욱(75.5%), 지난해 주전 1루수 필(76.8%)에 크게 앞선다. 최근 3시즌으로 기간을 넓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시즌간 김주형의 컨택%는 81.4%로 서동욱(72.2%), 필(77.5%)보다 확연히 높다. 

타율이 0.155에 그친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그의 컨택%는 82.6%로, 서동욱(74.8%), 나지완(69%) 등 주축 타자들보다 훨씬 높다. 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최형우(83.9%)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단순히 방망이에 공을 맞추는 능력 하나 만큼은 웬만한 타자들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컨택 이후의 결과다. 김주형의 지난 3시즌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는 0.273으로, 서동욱(0.354)과 필(0.333)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올 시즌 역시 그의 BABIP는 0.177로 서동욱(0.40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껏 공을 맞혀 놓고도 타구가 파울이 되거나 수비에 잡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뜻이다. 서동욱, 필보다 타율이 낮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김주형의 타구만 파울이 되거나 수비에게 잡힌 것일까? 그에게만 지독한 불운이 따랐던 것일까?

# 최근 4시즌간 김주형의 당겨친 타구/밀어친 타구 타율

최근 4시즌간 김주형의 당겨친 타구/밀어친 타구 타율 [기록=STATIZ/KBReport]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그 답은 ‘밀어친 타구'의 결과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3시즌간 김주형의 당겨친 타구 타율은 0.352로 상당히 높았다. 반면, 밀어친 타구의 타율은 고작 0.204에 그쳤다. 이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낮은 수치. 서동욱(0.277), 필(0.279)과는 정말 엄청난 차이다.

올 시즌에는 더욱 심하다. 표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의 당겨친 타구의 타율(24타수 6안타)은 0.250이었고 밀어친 타구의 타율(13타수 1안타)은 0.077로 1할도 채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점은 김주형의 밀어친 타구의 질이 상당히 좋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높은 컨택%와 대조되는 낮은 BABIP 역시 이 점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영상을 통해서도 여러 타석을 살펴본 결과 우측으로 향한 김주형의 타구는 의도적으로 밀어쳤다기보다는 빗맞거나 구위에 밀린 공이 대부분이었다. 

컨택에 집중하며 공을 맞출 수는 있었지만, 그야말로 맞추는 데 급급했다. 빗맞은 공은 파울이 됐고, 밀린 공은 수비에 쉽게 잡혔다. 지난 3시즌 간 그가 밀어쳐서 넘긴 홈런(16시즌 8월 5일 대구 삼성전)이 단 하나 뿐이었다는 점은 그가 밀어치기에 약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김주형의 밀어친 홈런 (2016.08.05 대구 삼성전 플란데)

올시즌 들어 컨택에 집중하는 김주형의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단순히 맞추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밀어치는 타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밀어친 타구에 본인의 특장점인 힘을 실을 수 있다면  타율이나 BABIP은 자연스레 본인의 평균치 이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4시즌간 김주형의 타구 방향 비율

최근 4시즌간 김주형의 타구 방향 비율 [기록=STATIZ/KBReport]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김주형 역시 밀어치기 기술 장착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이후 앞두고 밀어치기 기술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본인이 수차 밝힌 바 있다. 자신의 타구 기록을 꼼꼼히 확인한 결과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일단 본인의 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은 기울인 셈이다.

실제 그의 최근 4시즌 간 타구 방향 비율의 추이를 보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 2014시즌 56.1%에 달했던 좌측 타구 비율은 올 시즌 47.1%까지 줄어들었다. 우측 타구 비율 역시 28.0%에서 25.5%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그라운드 중앙을 향하는 타구의 비율은 14.4%에서 27.5%로 크게 높아졌다. 

물론 올시즌 표본(51개)이 워낙 적기 때문에  밀어치기를 완전히 습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선수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 정도는 될 수 있다. 비시즌 수 차례 언급했듯, 그가 밀어치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 만은 분명해보인다. 

#'2군행'은 전화위복의 기회 

김주형의 주전 도약은 가능할까? 밀어치기 완성이 최우선 과제다. ⓒ KIA 타이거즈  

문제는 단점을 알고 극복하려 한다고 해서  바로 수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주 미세한 타격 폼 교정조차 시행착오를 겪기 일쑤인데 비시즌 몇 달 만에 밀어치는 기술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시즌 초 극심한 부진 역시 이에 따른 '성장통'일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 올시즌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 것 역시 김주형이 타구의 질보다는 컨택에 급급한 상황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어쩌면, 이번 2군행은 김주형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직 밀어치기 습득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매 타석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을 안은 상태에서 맞추는데 급급한 타격이 계속되다 보면 자신의 능력이나 그간의 노력에 대한 불신만 쌓이기 십상이다.

시즌 초반 팀이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만큼 2군에서 차분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타격 기술을 완성시킬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공산이 크다. ( 2017 퓨처스 성적: 5G 20타수 6안타 1홈런 2볼넷 3삼진 OPS 0.814)

프로 13년차인 지난해 비로소 단단한 껍질을 깨고 잠재력의 일단을 드러낸 김주형. 과연 그는 10년 간 꼬리표처럼 붙어다닌 '만년 유망주'라는 단어를 확실히 떼낼 수 있을까? 1군 복귀 후 밀어치기로도 강한 타구를 양산해 낸다면 그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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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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