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 Express]세계 최강의 공인중개사는 UFC로 돌아올까

조회수 2017. 4. 25. 10: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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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맥그리거를 잇는 UFC '신흥 반항아' 알 아이아퀸타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선수들 중 가장 큰 반항아를 꼽자면 누굴까요? 단연 코너 맥그리거겠죠. 인기도 제일 많고 돈도 가장 많이 벌어다 주지만, 이제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습니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르긴 했지만 방어전은 기약도 없고, 플로이드 메이웨더와의 복싱 매치에만 관심이 있는 데다 요즘에는 데이나 화이트 대표 말도 안 듣고 UFC의 새로운 실소유주들과 직접 얘기하자며 지분까지 달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UFC 경영진들은 맥그리거 때문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갈 겁니다.

코너 맥그리거 급은 아닐지언정 최근 UFC에 신선하게(?) 반기를 올리고 있는 또다른 선수가 지난 주말 경기를 치렀습니다. 맥그리거가 챔피언으로 있는 라이트급의 알 아이아퀸타라는 선수인데,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원래 꽤 유명한데다 최근 UFC에 독설을 퍼붓는 ‘신흥 반항아’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아퀸타가 이렇게 비뚤어지게(?) 된 스토리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알 아이아퀸타 (좌) 디에고 산체스(우)  


부상에서 시작된 UFC와 아이아퀀타의 신경전

아이아퀸타는 론다 로우지나 브록 레스너 급의 초특급 엘리트 스포츠인 출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학교 때부터 레슬러로 활약하며 미래에 종합격투가로 활약할 수 있는 밑거름을 든든히 다진 선수입니다. 이후 복싱 및 킥복싱 시합에도 출전하며 타격에의 재능도 꽃피우기 시작했고, 전 미들급 챔피언 크리스 와이드먼을 키워낸 듀오로 유명한 맷 세라(전 UFC 웰터급 챔피언)와 레이 롱고 코치의 눈에 띄어 소위 ‘명문 팀 버프’도 받게 됩니다. 세라-롱고 MMA에서 날개를 단 아이아퀸타는 아마추어 전적 14전 전승에 프로 전적 5승 1무 1패를 달리다 UFC의 신인 등용문이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는 리얼리티 쇼 ‘얼티밋 파이터’에 출전해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훨훨 날기 시작합니다.

TUF 시절의 아이아퀸타. 옆에 서 있는 유라이어 페이버가 코치였습니다.

‘얼티밋 파이터’ 준우승만 해도 신인 선수로서 대박을 친 건데, 아이아퀸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로스 피어슨, 조 로존, 호르헤 마스비달 등 UFC의 유명 선배들까지 여럿 잡아내며 4연승 행진을 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을 모르고 질주하던 아이아퀸타가 2015년 4월 경기를 마지막으로 갑자기 2년간 무대 뒤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래의 챔피언 감으로까지 꼽히던 유망주가 왜 이런 공백을 가져야 했을까요?

격투기 팬들이라면 자동으로 ‘부상’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심한 무릎 부상도 공백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아퀸타는 원래 ‘얼티밋 파이터’ 출연 당시 준결승전에서 무릎 연골에 부상을 입으며 생애 첫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잠깐 옆으로 새자면, 아이아퀸타는 이때 시쳇말로 완전히 막 나갔다고 합니다. 수술 후 열흘 밖에 안 지났을 때 맥주를 잔뜩 마시고 거리를 쏘다녔다고 하죠. 목발을 짚고 조심조심 다녀야 할 시기에 술기운으로 고통도 잊고 신나게 놀러 다닌 건데, 본인은 이때가 마치 휴가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그렇게 몸을 함부로 굴렸지만 신기하게도 수술 경과가 좋아 아이아퀸타는 계속 UFC에서 활약해 나갔는데, 몇 년 후 불운하게도 무릎 부상이 재발했습니다. 통증이 계속 악화되어 잠도 못 이룰 정도의 고통에 시달리며 병원을 찾았을 때 UFC와의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아이아퀸타는 유명 의사에게 무릎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으려 했는데, UFC 측에서는 단체와 연결된 의사에게 일단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습니다. 8주 간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효험이 없었고, 결국 아이아퀸타는 인대이식술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수술의 비용은 무려 6만 달러(한화 약 6천 8백만 원)였는데, 아이아퀸타는 시합 및 훈련 중 일어나는 모든 부상에 대한 치료를 연간 5만 달러까지 커버해주는 UFC 측의 의료보험만 믿고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받은 후 갑자기 UFC 측에서 1만 5천 달러만 지불 가능하다고 통보가 온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UFC와 계약을 맺고 있는 보험사 측에서 퇴짜를 놓았던 거겠죠. 어쨌든 갑자기 5천만 원이 넘는 거액의 치료비를 떠안게 된 아이아퀸타 측은 깜짝 놀라 UFC 측에 사정을 봐 달라 애걸복걸했고, 결국 반 년 넘는 줄다리기 끝에 UFC 측이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기로 했지만, 아이아퀸타의 감정은 이미 잔뜩 상한 후였습니다.



징계와 물의의 아이콘이 된 아이아퀀타

UFC 측이 아이아퀸타에게 내린 징계도 관계 파탄에 큰 몫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아이아퀸타가 사고를 꽤 치긴 했습니다. 일단 2015년 1월 조 로존에게 승리를 거둔 후 MGM 그랜드호텔 내부의 보드카를 몰래 훔쳐 기자회견장에서 대놓고 병나발을 불었습니다. 그 후에는 한 술 더 떠 만취해 이성을 잃고 자신의 호텔 방을 잔뜩 부숴버렸죠.

조 로존을 KO시켰던 아이아퀸타

4월 호르헤 마스비달 전에서는 승리를 거둔 후 판정에 불만을 품고 야유하는 관중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인터뷰를 거부하며 퇴장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당시 아이아퀸타는 인터뷰 중 관중들에게 “지금 내게 야유하는 거야? 나는 죽도록 싸웠는데 왜 내게 야유야, 이 xx들아!”라며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는 좀 진정된 모습으로 야유하는 관중들 중 어린 소년 두 명이 본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걸 보고 이성을 잃었다고 털어놨었죠.

관중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아이아퀸타의 모습

또, 그 해 여름엔 UFC가 주최한 선수 모임 행사에 불참했던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엔 소셜 미디어 관리나 언론 인터뷰 요령, 도핑테스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 신인 선수들에게 필요한 여러 교육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아이아퀸타는 몇 가지 이유로 불참을 하게 됩니다. 당시 바비 그린과의 시합이 잡혀 있었는데 라스베가스까지 가서 행사에 참석하면 며칠 동안 훈련을 못하게 되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생계를 위해 개인교습도 몇 개 하고 있었는데 이를 중단하기도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거기다 마침 컨디션도 좋지 않아 아이아퀸타는 간단히 아프다는 핑계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UFC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며칠 후 아이아퀸타가 집 옆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다음이었습니다. 그걸 본 UFC 측이 아파서 교육을 못 온다더니 해변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냐며 화를 낸 거죠. 결국 아이아퀸타는 일련의 세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아무리 멋지게 싸워도 이후 세 경기에서는 보너스를 받을 수 없다.’는 상당히 특이한 징계를 받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최두호 VS 컵 스완슨 전 같은 영혼을 불사르는 난타전을 하거나, 정찬성 선수의 멋진 트위스터 같은 기술로 탭을 받아도 보너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아이아퀸타가 기분 좋을 리 없었죠.

UFC에서는 대회마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거나 멋진 경기를 한 선수들을 선정해 5만 달러의 보너스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 기회를 일시적으로 박탈당한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때 잡혀 있던 경기도 취소되었습니다. 원래 상대였던 바비 그린은 6월 말에 부상으로 빠졌고, 대체 선수로 길버트 멜렌데즈가 들어왔으나 경기 9일 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되며 난리가 났고, 결국 시합은 날아가 버렸습니다. 시합을 뛰지 못했으니 파이트머니는 못 받았지만, 훈련 캠프 비용은 이미 잔뜩 써 버린 뒤였죠. 미국 UFC 선수들의 훈련 캠프 비용은 경기 당 적게는 수백 만 원, 많으면 억 단위까지도 들어가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는 더 늘어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UFC 측에서는 기본 수당이라도 보전해주곤 하는데, 왜인지 아이아퀸타는 이 때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아퀸타의 피와 땀을 헛수고로 만들었던 길버트 멜렌데즈

이런 갖가지 사건들 속에서 결국 아이아퀸타를 폭발하게 만든 건 리복과의 독점 스폰서쉽 계약이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UFC가 리복과 독점 스폰서쉽 계약을 맺은 후 선수들이 개별 스폰서를 얻는 게 불가능해졌고 UFC 선수들은 당연히 불만이 많은데, 아이아퀸타는 이 부분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해 온 선수들 중 한 명입니다. 아이아퀸타에 따르면 리복에서 받는 스폰서쉽 금액은 경기 당 5천 달러(한화 약 5백 6십만 원)인데, 이는 과거 아이아퀸타의 여러 스폰서들 중 단 한 업체로부터 받았던 금액보다도 적다고 합니다. 웬만한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갈등을 이것저것 겪은 아이아퀸타는 UFC 측에게 기존 계약의 무효화 및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UFC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었죠. 결국 아이아퀸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공백을 갖게 됩니다.



성공한 공인 중개사, 옥타곤으로 돌아오다

그런데 그 2년 동안 아이아퀸타의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술술 풀리기 시작합니다. 큰 야망 없이 시작했던 공인중개사 일이 너무 잘 되기 시작한 거죠. 물론 초반에는 난관이 꽤 많았지만, 이를 버텨낸 지금은 탄탄대로라고 합니다. 집을 사고파는 일이 너무 적성에 잘 맞고, 돈도 꽤 벌고 있다고 하네요.

공인중개사 아이아퀸타는 프로필에서 본인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저는 뉴욕 주 정식 라이센스를 소지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로, 이제까지 UFC 선수로서 전 세계를 돌며 활약해 왔습니다. 격투기에서 당당히 탑 텐까지 올랐었던 힘으로 이제 공인중개사로서 탑 텐에 오르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옥타곤에서든 부동산에서든 저는 늘 100% 최선을 다합니다!’


2년 만에 성공한 자영업자 혹은 사업가로 옥타곤에 컴백한 아이아퀸타의 태도는 다른 UFC 선수들과 사뭇 달랐습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싸움이 워낙 그리워 돌아온 것일 뿐 돈 때문에 UFC에게 머리를 숙인 게 아니라는 걸 수차례 강조하는가 하면, 공인중개사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무리한 감량을 하지 않기 위해 한 체급 올려 웰터급으로 활동할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디에고 산체스여서 라이트급 경기를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죠. 그리고 경기에서 시원한 1라운드 KO승까지 거두었습니다.

산체스를 KO시키는 아이아퀸타


시원한 승리였지만 해묵은 감정을 풀기엔 부족했나 봅니다. 직후 인터뷰에서 경기 내용에 대한 질문들을 ‘썩소’와 함께 빙빙 돌려낸 후 “집 팔 일 있으면 연락 달라”는 말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대차게 남겼던 아이아퀸타는 대회가 끝난 다음 보너스가 본인에게 주어지지 않자 SNS에 F문자를 써서 UFC 측에 욕설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남겼죠.


오늘 경기야 내가 원해서 한 일이고 재미도 있었다. 다음 경기 출전도 좋긴 하다. 하지만 지금 계약 조건대로는 안 된다. 특히 상위 랭커들을 상대로는 더욱 안 된다. 내 소중한 몸에 잔뜩 무리를 주며 하는 일인데 그런 푼돈으로는 안 한다.”
(이번 경기 파이트머니에 대해) 내가 이 경기를 위해 쏟아온 노력에 합당한 액수인지 모르겠다. 오늘 밤에야 운이 좋았지만 늘 이렇게 되리란 법도 없다. 그냥 괜찮다고 자꾸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수 밖 에는. 지난 몇 년간 돈도 못 벌고 시간도 날렸고, 몸은 부상투성이다. 이젠 스폰서도 못 잡는다. UFC 게임에 내가 나오긴 하는데, 그 대가로 단 1달러로 못 받았다. 심지어 우리 집엔 Xbox도 없고 UFC에서는 게임을 보내주지도 않았다.”


맥그리거 만큼은 아닐 지라도 이 정도면 UFC 측의 골머리를 꽤 아프게 하기엔 충분할 걸로 보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세계 최강의 공인중개사는 다시 UFC 옥타곤으로 돌아올까요? 아니면 사업을 계속 착실히 키워나가며 UFC 측에는 본인의 가치만큼 돈을 달라고 더욱 목에 핏대를 세울까요? 다른 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기대감(?)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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