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역대급 엘클라시코의 마침표는 '메神'의 몫

조회수 2017. 4. 24. 10:4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6/17 스페인 라리가, 레알마드리드 v 바르셀로나 매치 리뷰
신, 그냥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스포티비 중계화면)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글래디에이터’ 같은 명작을 90분으로 압축한 느낌이였다.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266번째 엘클라시코는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서로 잘하는 패턴으로 상대를 공략했고 한 쪽이 좋은 장면을 만들면 곧바로 다음 상황에서 다른 한쪽이 반격에 나섰다. 양팀 모두 승리에 근접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신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었다.

양 팀의 승점은 동률, 아직 레알 마드리드가 한 경기 적게 치렀다.

# 서로 잘하는 것을 실행하다

축구의 기본 전략 중 하나가 “상대가 잘 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양 팀은 그렇게 하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지단과 엔리케, 어쩌면 감독으로 대결하는 마지막 엘클라시코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감독은 서로 잘하는 것을 실행하는데 집중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될 때 장점을 보였다. 공을 뺏으면 최전방에 넓게 형태를 잡은 호날두와 벤제마에게 최대한 간결하고 직선적으로 연결했다. 벤제마는 높은 위치에서 상황을 빠르게 해야 할 때와 느리게 할 때를 잘 구분했다. 호날두는 측면에서 몇 차례 좋은 슈팅을 선보였다. 첫 터치를 45도 각도로 진행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것만으로 측면 일대일 상황에서 호날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측면에서 호날두의 드리블 패턴

바르셀로나는 익숙한 방법으로 경기에 임했다. 초반 10분 레알의 적극성에 고전했지만 이후 공을 만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템포를 찾기 시작했다. 메시는 전반부터 활발했고 활동 범위 역시 넓었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직접 공을 운반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후방에서 부스케츠의 여유가 더해지며 콤팩트한 레알의 중앙 수비 블록을 가운데로 통과하는 전진 패스가 몇 차례 나오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는 타이트한 레알의 중원을 비교적 잘 공략했다.

# 팀 컨디션

양 팀의 선발 명단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베일과 알카세르 였다.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주중 챔스 경기도 건너 뛴 베일이 예상을 깨고 선발로 나왔다. 하지만 전반 39분 만에 통증을 참지 못하고 교체됐다. 몇 차례 좋은 장면이 있었지만 베일의 볼 터치는 세밀하지 못했다. 종아리 근육 부상은 선수에게 매우 민감하다. 특히 베일처럼 스프린트가 많고 순간적인 폭발력을 자주 발휘하는 선수에겐 특히 그렇다. 재활 과정에서 통증이 없고 의학 검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근육 부상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바르셀로나 역시 징계로 결장한 네이마르의 공백을 파코 알카세르로 메꾸려 했다. 후반전 안드레 고메즈와 교체되기 전 까지 무난했지만 이번 시즌 드리블(5.5회), 키패스(3.1회), 피파울(4.3회)로 이 부분 1위를 기록 중인 네이마르의 영향력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양팀 모두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렀고 엇갈린 결과에 따른 정신적 피로도는 달랐지만 경기의 중요성 때문에 강한 동기부여가 느껴졌다. 특별한 프로의식과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춘 선수들이 몸까지 사리지 않고 전력을 다해 하는 경기, 이것이 엘클라시코가 갖는 특별함 아닐까?

바르셀로나 패스맵: 컨트롤타워 부스케츠와 자신의 몫을 해낸 미드필더들
레알마드리드 패스맵: 공격 유닛들의 영향력 부족

# 스핀런

점유율에서 앞선 바르셀로나가 중앙으로 투입되는 전진 패스를 종종 시도했지만 중앙 지역은 경기 내내 콤팩트했다. 레알마드리드에게 익숙한 지역은 측면이였다. 레알은 측면에서 시작된 움직임과 패스를 통해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패스도 좋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움직임, 즉 침투 동작이였다. 공격수가 공간으로 침투하려면 몇 가지 상황이 필요하다. 침투 움직임을 포착한 동료 선수의 패스 퀄리티, 그 이전에 패서와 눈이 맞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침투하는 선수, 그 자신이다.

아센시오의 '스핀런'

측면에 넓게 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따라 안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스핀런’이라고 한다. 보통 상대 풀백의 수비 범위에 있다가 풀백과 센터백 사이로 곡선을 그리며 뛰어 들어간다. ‘스핀런’은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 라인과 공의 진행 상황을 동시에 보면서 침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스핀런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두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첫 번째는 ‘방향전환’, 두 번째는 ‘속도변화’이다. 한 방향으로 침투 동작을 하면 수비 입장에서는 따라가기 수월하다. 하지만 공격수가 한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다른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과정에 속도변화까지 동반되면 수비는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다.

공격 상황에서 바르셀로나는 공간보다 사람에게 공을 연결했지만 레알마드리드는 그 반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스핀런이 필요한 상황이 많았고, 공을 받는 척 하다가 공간으로 뛰거나 혹은 반대로 뛰는 척 하다가 공을 받으러 오는 ‘제2동작’이 더 활발했다. 이러한 노력은 후반 교체 투입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골 장면에서 잘 나타났다.

12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테어 슈테겐

# 테어 슈테겐과 나바스

총 다섯 골이 나왔지만 테어 슈테겐과 나바스 모두 대단히 훌륭했다. 특히 후반전 15분부터 30분 사이 양 팀이 계속해서 공격을 주고 받을 때 두 골키퍼의 연이은 세이빙이 경기 템포까지 제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테어 슈테겐은 총 12번의 세이빙을 기록하며 03/04시즌 이후 리그에서 바르셀로나의 한 경기 최다 세이빙 기록을 갈아치웠고 케일러 나바스 역시 여러 차례 선방을 통해 최근 이어진 경기력 논란에 색다른 기준을 추가했다.

# 변수

전반전 이미 한차례 경고를 받은 카세미루에게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11대11의 상태로 이 경기를 끝까지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후반 25분, 지단 감독은 카세미루를 빼고 코바치치를 투입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그 위치에서 코바치치의 패스 능력이 카세미루보다 나은 것도 있지만 아마 카드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후반 32분, 라모스가 퇴장당했다. 판정에 대한 의견이 나올수 있지만 나는 좀처럼 라모스의 선택을 이해 할 수 없다. 역습 상황이였지만 골대와 거리가 있었기에 지연 동작을 통해 충분히 커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꼭 태클을 해야 했다면 조금은 다른 종류의 태클을 선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모스는 경기장을 떠나며 피케 등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언쟁을 벌였다. 가장 중요한 시간, 핵심 승부처에서 레알마드리드는 너무 쉽게 자신들의 캡틴을 잃었다.

패스수와 크로스수 차이에서 양 팀의 주 공격 루트의 차이를 확인 할 수 있다.

# 지단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단 감독은 벤제마 대신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투입했다. 교체 명단에 수비적인 카드가 없는 상황이였기에 변화를 준다면 결국 공격 유닛 쪽에서 선택을 해야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공수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이였다. 하메스는 교체 투입 4분 만인 후반 41분에 동점골을 기록했고 레알은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추가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나는 지단 감독이 이번 시즌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4-3-3 포메이션과 BBC 밖에 모른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번 시즌 레알마드리드는 연초 세비야 전에서 스리백을 사용하기도 했고 활발한 로테이션을 통해 탄탄한 백업 자원을 구축했다. 분명 지단은 꽤 빠른 속도로 진화 중 이다. 2-2 동점 이후 마지막 5분의 경기 운영에 대한 아쉬운 의견도 있지만 모든 전략과 전술은 결국 결과론이다. 오늘 경기 마지막 5분은 분명 한 명이 부족한 레알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 마지막 추가 시간 15초를 제외하면 분명 그랬다.

# 메시

메시는 두 골을 터뜨리며 바르셀로나에서 통산 500 번째 골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부터 메시의 의지가 느껴졌다. 경합 상황에서 평소보다 더 강하게 도전했고 직접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후 곧바로 속도를 올리며 전진 드리블을 시도하는 장면이 초반부터 나왔다. 그런 과정에서 마르셀루의 팔꿈치와 충돌하며 출혈이 발생했다. 하지만 메시는 거즈를 입에 문 상태로 경기를 진행했고 No.10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졌다.

메시의 히트맵. 메시가 하프라인과 페널티에어리어 사이에서 공을 많이 받으면 오늘 같은 일이 생긴다.

전반 32분 터진 첫 번째 골은 오랜만에 바르셀로나답게 터진 훌륭한 팀 골 이였다. 골 장면에 관여된 메시, 피케, 부스케츠, 라키티치, 수아레스가 머릿속에서 같은 이미지를 그렸다. 공의 이동과 관련된 선수들이 이동하는 방향과 타이밍이 완벽했다. 피케의 발에서 시작된 공은 이어진 7번의 패스 랠리 동안 모두 투터치 내로 연결됐다. 그리고 상황은 메시의 왼발 퍼스트 터치, 그리고 이어진 스텝에 곧바로 연결된 오른발 세컨드 터치 때 이미 결정됐다.

그리고 마지막 추가 시간 15초, 우측 풀백 세르지 로베르토의 50미터 질주에서 시작된 장면은 고메즈와 알바를 거쳐 메시의 왼발로 종결됐다. 그리고 메시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엘클라시코 역사에 남을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이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요즘 역대급이라는 말이 너무 흔해서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만큼 이 단어가 이토록 와닿은 경우는 없었다. 지단과 엔리케의 마지막 엘클라시코, 오늘은 정말 역대급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