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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의 다저스 칼럼] 커쇼, 이겨내서 더 멋진 '진정한 에이스'

박승현 입력 2017.04.21. 17: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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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사진출처 = gettyimages / 이매진스)
[엠스플뉴스]
 
두려움, 성냄, 불안. 아무래도 성공보다는 실패와 연관성 높은 단어들이다. 극복하기 원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라면 어떻게 했을까.  
 
두려움  
  
커쇼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이던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서 홈런 3개를 허용하고 4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한 경기 피홈런 3개는 2008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세 번째 겪는 일이었다. 초유의 일도 있었다. 1-1 동점이던 6회 마크 레이놀즈와 헤라르도 파라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았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1,772.1이닝을 던진 뒤 생긴 일이었다.  
 
 
물론 경기가 열렸던 쿠어스 필드는 커쇼에게도 힘든 구장이었다. 다저스타디움을 제외하고 피홈런이 가장 많았다. 이 경기 전까지도 13개나 됐다. 두 번째로 많은 원정구장인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피홈런 6개의 두 배가 넘었다. 
 
그래도 한 경기 3피홈런과 연속타자 홈런 허용은 충격이었다.  
 
커쇼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즌 개막전에서도 라이언 쉼프에게 홈런을 내줘 이날의 유일한 자책점을 기록했다. 콜로라도전에서 피홈런은 연속경기 피홈런이기도 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커쇼는 3월 18일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홈런 3개를 허용했다. 타일러 오닐, 레오니스 마틴, 대니 발렌시아가 각각 아치를 그렸다. 오닐은 올시즌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작년에는 더블A에서 뛰었던 선수다(130경기에서 26홈런을 기록했다). 
 
마틴이나 발렌시아의 경우 한 번도 20홈런 시즌을 가져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다.  
뭔가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생각. ‘늘어난 피홈런은 커맨드가 하향세임을 나타내는 징후일 수도 있다’.  
 
커쇼는 시즌 세 번째 등판이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9회 1사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1사 1루에서 크리스 오윙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실점했고 곧바로 교체 됐지만 이날 내준 장타는 마지막 타자 오윙스의 2루타가 유일했다. 그래도 콜로라도전은 부담스러웠다. 장소는 다저스타디움으로 바뀌었지만 과연 피홈런 없이 넘어갈 수 있을까.  
 
커쇼는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루타 두 개를 내줬지만 외야 담장을 넘어간 것은 없었다. 9일 경기에서 첫 홈런을 날렸던 놀란 아레나도는 3타수 1안타, 레이놀즈는 3타수 무안타(2K), 파라는 4타수 무안타(3K)였다.  
 
나중에 체이스 필드에서 다시 홈런을 내줄 순 있다. 그래도 그 때는 이유를 특정할 수 있게 된다. 그냥 구장요소일 뿐이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사진출처 = gettyimages / 이매진스)

성냄  
 
콜로라도전에서 승리한 뒤 커쇼는 매우 이례적인 말을 했다. ‘MLB.COM’도 보도했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상대를 대놓고 비판하지 않았던 커쇼가 상대 선발 투수였던 타일러 앤더슨의 행동을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있었다. 먼저 수비에 임해야 하는 커쇼가 피칭을 위해 마운드에 섰지만 뒤늦게 불펜에서 덕아웃으로 향하던 앤더슨(과 포수, 투수코치)때문에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불펜에서 덕아웃 까지 실내 통로를 따라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들은 평소처럼 외야를 지나 덕아웃으로 향했고 커쇼는 마운드에 그냥 서 있어야 했다.  
 
커쇼는 선두 타자 찰리 블랙몬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어 D.J. 르메이휴, 놀란 아레나도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무사 만루 위기였다. 다시 패전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 하지만 커쇼는 카를로스 곤살레스를 삼진(볼카운트 1-1에서 연속 던진 슬라이더가 통했다. 앞서 연속안타를 허용했던 구종이었다)로 돌려 세워 첫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레이놀즈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한 점을 뽑았지만 파라는 다시 삼진으로 물러나게 했다.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넘긴 무사 만루 위기였다. 
  
커쇼는 곤살레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12명의 타자를 차례로 아웃 시켰다. 1회 투구수가 27개였지만 이후 6이닝을 70개의 피칭으로 마쳤다. 올시즌 처음으로 10탈삼진 경기도 만들었다.  
 
 
 
불안  
 
개막전 이후 커쇼의 피칭에서 또 하나 관전 포인트인 체인지업에 관한 이야기다. 커쇼의 경기를 지켜보면 체인지업이 언제 나왔는지 과연 던지기는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구종과 구속을 분석해 주는 ‘MLB.COM’ 게임 데이에도 표시가 되지 않는다. 2016시즌에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에서만 몇 개 보였을 뿐 이후 숫자가 줄어들더니 5월 중순부터는 아예 볼 수 없었던 구종이 체인지업이다.  
 
올 스프링캠프 과제 중 하나를 체인지업의 실전화로 공개했던 커쇼 였지만 정규시즌 개막직전에는 “경기에서 많이 던질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이고 그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말로 여전히 조심스러 했다.
    
과연 커쇼는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 ‘FANGRAPHS’의 게임로그를 보면 찾아볼 수 있다. 9일 콜로라도 전에서만 없었을 뿐 나머지 3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을 던진 것으로 잡혀 있다. 물론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체인지업 1%라는 것은 한 경기에서 총 100개를 던졌을 때 체인지업이 한 개라는 얘기다). 
 
역시 가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발걸음을 아예 멈추지 않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고 있다. 평균 구속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가 훨씬 체인지업 답게 됐다.   
 
■ 커쇼 체인지업 사용 경기  
() 숫자는 커쇼의 등판 경기 수. 1이 첫 등판
 
2016년  
4월 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1% (1) 
4월 2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6%(4)  
5월 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0%(6) 
5월 8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1.0%(7) 
평균 구속 87.4마일  
 
2017년  
4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4% 
4월 1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3.0% 
4월 20일 콜로라도 로키스 1.0% 
평균구속 85.8마일  
 
커쇼는 지난해 척추 추간판 탈출증세로 고생했다. 그래도 수술 없이 주사치료와 재활만으로 다시 마운드에 돌아왔다. 21경기에서 149.0이닝을 소화하면서 12승 4패 평균자책점 1.69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이 중 세 번은 완봉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을 주의 깊게 볼 수 밖에 없었다.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허리 부상에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초반은 커쇼답지 않은 면이 있었지만 자신의 모습으로 가고 있다. 20일 콜로라도전이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커쇼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커쇼는 21일 현재 올시즌 4경기에서 28.1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중이다. 탈삼진은 32개다. WHIP=0.741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좋았던 작년(0.725)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탈삼진/볼넷 비율 역시 16.00으로 압도적이었던 지난해 15.64보다 더 좋다.  
 
글 : 박승현 MBC SPORT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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