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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개막전] 18세 최연소 프로, 황경준의 반전매력

입력 2017.04.21. 08:52 수정 2017.04.21. 08:56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포천)=유병철 기자] 고등학교 3학년이 1부투어 신인?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여드름 투성이의 남자 고등학생이 떠올랐다. 말이 ‘프로’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니어대회를 뛰었으니, 인터뷰 때 말도 제대로 못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정작 인터뷰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20일 KPGA 시즌개막전인 동부화재프로미오픈이 열린 경기도 포천의 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에서 만난 황경준 프로는 1999년 4월 10일생으로 나이가 꼭 18세 10일이었다. 그런데 첫 인상부터 예상을 빗나갔다. 일단 186cm의 키에, 팔다리가 긴 체형이 청년모델 같았다. 여기에 얼굴도 여성들로부터 제법 인기를 끌 만한 훈남 대학생처럼 보였다. 아무리 양보해도 미성년자 같지는 않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프로’스러웠다.

18세 10일. KPGA 코리언투어의 최연소 프로인 황경준이 20일 대유몽베르CC에서 첫 라운드를 치른 후 포즈를 취했다. [사진(포천)=채승훈 기자]


반전1. 일단 외모에 놀라고...

“고3요? 정확히는 아니에요. 부산 출신으로 대구의 영신중-영신고를 다녔는데, 지난 3월 자퇴했습니다. ‘정유라 사태’ 때문에 운동선수들의 학사관리가 엄격해졌고, 특히 저는 지난해부터 2부투어(챌린지투어)를 뛴 ‘프로’인 까닭에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가 없는 상황이 됐어요. 같은 재단의 중고등학교를 5년이나 다녔는데,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돼 너무 속상했습니다. 꼭 고등학교는 제대로 졸업하고 싶고, 투어생활을 하면서도 대학도 갈 겁니다. 그래서 오는 6월 부산골프고등학교로 편입하고, 특기생으로 대학에 갈 계획입니다.”

“프로요? 홧김에 그렇게 됐어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계속해서 마지막 순간에 떨어졌어요. 속이 상했는데, 고1이 끝나갈 때 중고연맹의 랭킹 톱10에 들면서 프로 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차라리 프로로 가자’고 결정했고, 지난해 2부투어에 나섰죠. 그런데 8월 10차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상금랭킹 5위에 오르며 올시즌 1부투어 시드를 확보했어요. 운이 좋았죠. 저를 보면서 ‘쟤도 되니까 나도 된다’며 일찌감치 프로의 길을 택하는 또래 및 후배들이 생기고 있어요(웃음).”

18세 고교중퇴생 프로는 달변이었다. 무슨 질문이든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막힘없이 술술 풀어냈다. 여기에 플레이스타일도 ‘작은 반전’이었다. 이 정도 큰 키에, 영파워라면 다들 장타가 주무기라고 추측할 터. 하지만 황경준은 “드라이브샷 270~80야드 정도 나가요. 주니어 때는 보통이었지만 프로에 오니 비거리가 짧은 편에 속해요. 오늘(20일) 이다민(28 휴셈) 프로님과 한 조로 플레이했는데, 50야드 이상 차이가 났어요. 웨이트를 해서 거리를 늘려야 합니다. 대신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 등 멘탈이 좋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퍼팅이 좋고요”라고 말했다. 속으로 ‘이거 30대 중반 이상의 고참프로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뭐든 속에 담아두지 않고, 솔직하게 표출하는 성격이에요. 말도 좀 잘하는 편이고”라는 ‘자평’이 나왔다. 잘 크면 물건이 되겠다.

반전2. 어눌함 대신 달변

세 번째 반전은 툭 튀어나왔다. 골프입문에 대해 물으니 황경준은 초등학교 5학년 때라고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키가 182cm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주위에서 운동을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게 갔다가 골프를 시작했는데, 당시 배구와 태권도도 함께 하고 있었어요. 골프에 빠지면서 배구와 태권도는 그만 뒀죠. 점프운동인 배구를 하면 키가 더 크기 마련인데 참 다행이에요. 배구 계속했으면 2m 이상 자랐을 거예요. 참 제 형이 배구 국가대표인 황경민(21 경기대)이에요. 형은 196cm에요.”

황경민?! 그는 국내 남자배구에서 차세대특급으로 불리는 대학생 국가대표다. 2학년인 지난해 국가대표로 국제대학배구대회 MVP에 오르기도 했고, 현재 프로배구계에서 빨리 드래프트에 나오라는 독촉을 받고 있다. “형은 중학교 때부터 또래 최고였어요. 운동 때문에 서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오늘 제가 1부투어에 데뷔하는 줄도 몰라요. 갤러리로 온다면 눈에 확 띨 겁니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셈이잖아요(웃음).”

황경준 프로의 친형인 국가대표 배구선수 황경민. [사진=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반전3. 우월한 운동DNA

마지막 반전은 ‘정상으로 돌아오는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황경준은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는데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어떻게 티샷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앞의 두 선배님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볼이 휘었기에 더욱 그랬어요. 다행히 제 볼을 똑바로 나갔습니다”라고 말했다.

맞다. 그래도 신인은 신인이다. 생애 단 한 번인 1부투어 데뷔전을 이날(20일) 치른 선수다. 젊은 모델 같은 외모도, 달변도, 강한 멘탈, 집안의 운동DNA도 이 특별한 순간을 평범하게 만들 수는 없다.

마지막 반전. 그래도 떨리는 신인

황경준은 이날 2언더파(공동 43위)를 기록했다. 16번홀까지 버디 3개를 뽑아내며 3언더파로 순항하다가 17번홀(파3)에서 그린미스로 프로 첫 보기를 범한 것이다. 투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의 첫 라운드 치고는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최경주재단 꿈나무 출신인 황경준의 올해 목표는 당연히 명출상(신인상)이다. 그리고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우승하면 코리언투어의 최연소 우승기록(19세6개월111)을 경신하게 된다. 여러 가지 면에 앞으로 주목해야 할 최연소 프로골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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