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STATS] 포항은 어떻게 압박 축구를 이겨냈는가

조회수 2017. 4. 18. 17: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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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의 압박을 뚫고 2-1 승리를 거둔 포항

[스포츠투아이 홍승규] 이쯤 되면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62)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항 공격수 양동현 얘기다.

양동현은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대구FC전에서 후반 35분 결승 헤딩골을 터뜨려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일 전남전 이후 2경기 만에 다시 골 맛을 봤다. 머리로 득점한 건 올 시즌 처음. 이로써 양동현은 5골로 득점 선두를 유지했고, 팀은 3연승을 달렸다.

‘킬러’로서 양동현의 면모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 시즌 6경기에서 24개의 슛을 때려 17개가 골대 안쪽으로 향했다(유효슈팅 70.8%). 그만큼 문전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포스트 및 연계 플레이도 한층 성장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버텨줄 뿐만 아니라 동료를 활용한 움직임을 통해 팀의 골 찬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날도 11차례 공중 볼을 따내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양동현의 이같은 활약은 최순호 감독의 전술과 잘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 올 시즌 포항은 최전방 공격수 양동현의 수비 가담과 위치 이동을 최대한 자제시키면서 박스 안에서 공격에만 집중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공격수를 선호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슈틸리케 감독 말대로 대표팀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면,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 양동현도 기회를 얻게 될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표팀에서 어떤 전술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슈틸리케호 승선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포항의 승리로 끝났지만, 잘 준비하고 나온 대구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포항 최순호 감독(55)이 “지난 5경기보다 더 어려웠던 경기”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올 시즌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포항의 패스축구가 이날은 대구의 강한 압박 앞에 자취를 감췄다. 대구는 포항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차단하기 위해 레오와 에반드로 두 외국인 공격수부터 전방 압박을 펼쳤고, 포항은 공격 빌드업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는 상대진영 패스성공률(76.7%), 상대진영의 인터셉트(11회), 태클 성공률(71%), 공격횟수(90) 등에서 수치상 모두 포항을 앞섰다.

반면 포항은 짧은 패스를 통한 전개 플레이가 힘을 잃자 공격루트 확보에 애로를 겪었다. 15m 이내의 짧은 패스 시도는 전체 패스 508회 중 108회(21%), 성공률도 81%에 불과했다. 앞선 5경기 모두 짧은 패스 비중은 25%를 웃돌았다. 공을 받는 동료가 멀리 있을수록 부정확한 패스가 이어지고, 공격 횟수 또한 줄어들기 마련이다. 인천전에서 포항은 107차례 공격(일반적인 공격과 역습, 세트피스 공격을 합친 횟수, 5라운드 4위)을 펼쳤으나, 6라운드에선 86회(최하위)에 그쳤다. 강하게 나오는 상대 전술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그 동안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손준호-이승희 포항 3선 자원이 대구의 주 타깃이었다. 두 선수가 공을 잡을 때면 대구 공격진 및 미드필더진이 포위해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특히 수비 라인 바로 앞에 선 이승희가 경합을 많이 벌였다.

그럼에도 포항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두 선수가 잘 버텨준 덕분이다. 포항 3선 라인은 55차례 몸싸움 과정에서 30차례 공을 지키고 따냈다. 6라운드 가장 높은 성공률이다(리그 평균 45%).

패싱 플레이가 막히자 포항은 풀백을 활용한 역습으로 맞섰고,특히 오른쪽 풀백 권완규는 끊임없이 상대 왼쪽 측면을 괴롭히며 활로를 텄다. 페널티 에어리어로 네차례 크로스를 올렸고, 그 중 하나가 결승골로 이어졌다. 크로스뿐만 아니라 공격형 패스도 정확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공격 과정에서 이뤄진 패스 성공률은 71%에 불과했으나 후반전엔 15번 중 한 차례 빼고 모두 정확하게 전달됐다(93%).

그는 지난 3년간 경남과 인천에서 71경기 출장했고, 도움은 한 개에 그쳤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해 포항의 오른쪽 측면을 지배하고 있다. 대구전이 세 번째 도움이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정확한 크로스를 올린 덕분이다.

최순호 감독 말대로 포항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 승리를 거뒀지만 전방 압박을 펼친 대구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가 해법을 찾은 만큼 포항 역시 변해야 산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전술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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