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유탄' 학생 국가대표, 태극마크 반납해야 하나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입력 2017. 3. 30. 13:53 수정 2017. 3. 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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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태릉선수촌장 간담회 고충 토로
대한승마협회의 국가대표 선발과 이화여대 입시 비리 및 파행적 학사가 밝혀진 최순실의 딸 정유라. 이 여파로 학생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이 난항을 겪게 됐다.(자료사진)
이재근 태릉선수촌장이 부임 2개월 만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수촌 이전과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직격탄을 맞은 학생 국가대표 선수들의 위기 상황을 적극 해명했다.

이 촌장은 30일 서울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체육회 출입 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현안에 대해 문답했다. 지난 1월 선임된 지 2개월여 만이다.

공무원 출신인 이 촌장은 2009년부터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을 거쳐 비경기인 출신으로는 40년 만에 선수촌장으로 발탁됐다. 선수 출신 체육인들의 반발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촌장은 23쪽에 이르는 참고자료를 기자단에 배포하는 등 이번 간담회에 많은 준비를 했다. 자료에는 오는 10월 충북 진천선수촌으로 완전 이전과 내년 평창올림픽 대비 경기력 향상, 취임 후 겪은 선수촌 실태 및 개선 방향 등과 관련한 자료가 빼곡히 실려 있었다.

일단 이 촌장은 태릉에서 진천으로 선수촌 이전과 관련해 "9만여 평의 태릉에 비해 진천은 48만여 평으로 수용 인원도 450여 명에서 1150명으로 3배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체계와 시스템이 바뀐다"면서 "태릉에서 한국 체육 10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새 100년 대계를 설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천선수촌은 2009년 착공돼 1단계 건설이 마무리됐다. 현재 일부 종목 선수들이 입촌해 훈련 중이다.

이를 위한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이 촌장은 "트레이너와 주방 인력 등도 증원돼야 하는 데다 현지 인력이 부족해 주거비 지원도 이뤄져야 할 전망"이라면서 "현재 1000억 원 정도인 선수촌 예산이 200~300억 원은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진천 이사가면 학생 국가대표 어쩌나"

이재근 태릉선수촌장이 30일 체육회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선수촌 이전과 평창올림픽 대비 등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한체육회)
하지만 이것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다. 바로 학생 국가대표 선수들의 학업 문제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파행적 학교 생활이 체육계로 불똥이 튀어 선수들의 학업에 대한 관리 감독이 엄격해진 까닭이다.

이전까지는 선수촌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에 대해서는 출석과 학점이 학교 재량껏 인정이 됐지만 정유라 사건 이후 이런 부분이 전면 금지됐다. 그나마 태릉선수촌은 서울에 있었지만 진천선수촌에서는 학생 국가대표들의 등하교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 수급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 촌장은 "대학생 선수 90여 명에 중고생 선수들도 일부 있다"면서 "태릉은 서울 인근이라 문제가 없지만 진천은 편도로만 서울까지 한 시간 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육부와 협의하면서 대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선수촌에 별도로 학점을 이수할 공간을 마련하거나 영상 수업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태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관계자들을 모아서 해결 방안 찾을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이 촌장은 "진천 인근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기존 학생들과 위화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나마 빙상 종목 선수들은 내년 평창올림픽까지는 기존 태릉빙상장을 이용하지만 이후에는 어디서 훈련해야 할지 미지수다.

이밖에 이 촌장은 현재 국가대표 지도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도 언급했다. 이 촌장은 "현재 지도자들은 근로법 때문에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면서 "2015년부터 월봉 400만 원 정도 급여도 동결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과 함께 새벽 6시에 기상하고 숙식도 선수촌에서 하는 등 사실상 24시간 근무인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70만 원 정도는 올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촌장은 또 "오는 10월말 진천선수촌 개촌식이 예정돼 있는데 그 전에 교육부와 기재부 관계자들을 불러 국가대표들의 현실을 인식시켜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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