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언리포트]SF를 고민에 빠뜨린 황재균

조회수 2017. 3. 30. 13: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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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사정으로는 AAA에서 시작 가능성 크지만 팀의 빅 플랜에 자리를 굳히고 있는 황재균

샌프란시스코는 29일자로 애리조나 스콧츠데일의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16승16패의 5할 승률로 캑터스리그를 끝낸 가운데 적어도 32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는 17명입니다. 그 중에 가장 고타율이 3할5푼6리인데 25경기에서 45타석에 들어선 황재균(30)이라는 초청선수입니다. 타율만 수위가 아닙니다. 역시 미친 캠프를 보낸 초청선수 크리스 마레로의 7홈런에 이어 팀 내 2위인 5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황재균은 또한 15타점으로 역시 팀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타격 1위, 홈런 2위, 타점 1위로 시범 경기 팀 트리플 크라운을 아깝게 놓쳤습니다.

황재균은 기대 이상의  깜짝 활약으로 시범 경기 최고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MLB.com

초청선수 황재균은 여전히 팀과 함께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AT&T파크에서 31일부터 벌어지는 2연전에 이어 베이 브리지 건너 오클랜드로 옮겨 벌어지는 4월2일 마지막 시범 경기까지 메이저리그 팀에서 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은 여전히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팀 주변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아직은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고 구단에서는 고민을 이어가겠지만 ‘깜짝 개막전 로스터 진입’보다는 ‘AAA에서 출발’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입니다. 왜 시범 경기 최고 활약 선수가 마이너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큰지 요인들을 따져 봅니다.

■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

황재균의 활약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기록이 말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25경기 중에 19번을 교체 출전해 불리한 가운데도 이뤄낸 놀라운 기록이라는 것은 그에 대한 구단의 평가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초반만 해도 반짝이려니, 삼진이 많다느니, 수비가 불안정하다느니 등의 말도 나왔지만 출전이 계속될수록 ‘기대 이상이다,’ ‘파워는 입증이 됐다,’ ‘메이저리그에 거의 적응이 끝났다,’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야구 실력뿐 아니라 친화력이나 인성, 자신감 등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결국 동료들이 뽑는 스프링캠프 최고 신인상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성적은, 특히 신인급 선수들의 성적은 정규 시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물론, 황재균에 대한 평가는 그런 일반론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이한길 에이전트는 구단의 반응을 ‘모든 부분이 기대 이상이다. 이렇게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 놀랍다. 특히 과거 다른 한국에서 온 타자는 초반에 빠른 구속에 모두 고전했는데, 제이(황재균 애칭)은 전혀 밀리지 않아 놀라울 뿐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100% 신뢰를 보내기에는 입증할 과정이 남았다는 평가는 그들 입장에선 당연합니다. 게다가 초청선수 신분이라는 것도 구단의 결정권을 강화해줍니다. 구단의 현재까지 입장을 정리하면 ‘제이가 빅리그 능력을 보여줬지만 개막전 로스터에 든다고 해도 백업 요원이 될 것이고, 그러면 1주일에 5타석 정도나 투입될 것이다. 한국에서 후보로 뛴 경험이 없는 황재균에게는 그보다는 AAA 매일 주전으로 뛰면서 미국 야구 적응을 조금 더 하는 게 팀이나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다른 포지션 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 포지션 경쟁과 변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캠프에서 주전 3루수는 에두아노 누네스(30,  우타자)라고 못 박는 발언을 했습니다. 작년 시즌 중반 이적한 누네스는 50경기에서 4홈런 20타점으로 썩 좋지는 않았지만 미네소타에서의 성적까지 포함하면 2016시즌 2할8푼8리에 16홈런 67타점으로 준수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포스트 시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코너 길레스피(30, 좌타자)도 시범경기 3할4푼3리 2홈런 8타점의 백업 요원으로는 좋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분명 기득권이 있는 선수이고 왼손 대타와 1루 투입도 가능합니다.

거기에 통산 빅리그 1525경기의 베테랑 애런 힐(35, 우타자)도 한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시범경기 2할5푼5리-0홈런-6타점의 성적은 황재균에게 크게 떨어지지만 주로 2루수와 3루수로 뛴 커리어는 백업 베테랑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변수는 누네스의 어깨 부상입니다.

냉정한 경쟁에서 동료의 부상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수비에 나서지 못하는 누네스 어깨 통증은 오히려 악재입니다. 황재균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그를 주전 3루수로 기용하고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누네스를 전천후 백업으로 쓰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누네스의 유격수 훈련도 계획이 있었고, 외야도 가능한 선수입니다. 그런데 어깨 통증으로 이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팀에서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연봉 420만 달러가 보장된 누네스를 어떤 식이든 기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누네스가 떠날 내년의 주전 3루수는 황재균이라는 언질을 에이전트에게 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누네스가 주전 3루수입니다.

성적은 물론이고 적응력과 원만한 대인 관계 등 황재균은 팀 분위기와 동료들에 빠르게 녹아들었습니다. 성패트릭 데이 녹색 드레스 코드날 의상은 동료들을 압도했습니다. @황재균SNS

■ 옵트-아웃 조건은?

황재균의 계약에는 만약 개막전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떠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조항이 있습니다. 캠프에서 보여준 활약이라면 당연히 그를 눈여겨볼 다른 팀은 있습니다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만약 계약을 파기하고 SF를 떠난다고 해도, 개막을 1주일도 안 남긴 가운데 모든 팀은 로스터를 거의 완성한 상태입니다. 다른 팀에서 황재균에게 제시 가능한 오퍼는 아주 좋으면 빅리그 백업 요원이거나 아니면 마이너리그 계약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이언츠에 머무는 것과 별 차이가 없고 위험 부담만 커집니다.

그리고 캠프를 거치며 황재균이 SF 팀에서 쌓아온 것은 이미 대단히 큽니다. 기대 이상의 맹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황재균은 팀 동료들이나 환경, 분위기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유턴’ 같은 극적인 변수가 아니라면 현 시점에서 계약 파기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한국 유턴은 전혀 옵션에 없습니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3경기는 또 다른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캠프에 참가했던 대부분 선수들이 마이너로 배속된 가운데 황재균을 AT&T파크 경기까지 데리고 간 것도 구단의 배려이자, 이 선수에 대한 존중을 보여줍니다. 캠프 중간에 보비 에반스 단장은 수뇌부와 함께 황재균을 개인적으로 저녁 식사에 초대해 덕담을 건네며 구단의 기대와 신뢰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장기적으로 함께 가길 원한다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비즈니스라는 대전제를 담고 있지만,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시작한 황재균의 존재감은 SF 자이언츠 구단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깜짝 개막전 엔트리 진입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만약 AAA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내야 변수 발생시 승격 1순위는 황재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황재균의 과감한 도전은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 그 결과를 빅리그로 옮겨가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그때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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