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슈틸리케는 환호했고 코칭스태프는 침묵했으며 손흥민은 고개숙였다

조회수 2017. 3. 30. 1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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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자꾸 두루뭉술하게 답변을 하시니 두루뭉술하게 질문하겠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중요한 건 경기도 하기 전에 어렵다, 졌다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많은 취재진이 슈틸리케 감독을 둘러싼 가운데 그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후반전 시리아의 맹공이 이어지자 슈틸리케 감독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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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자꾸 두루뭉술하게 답변을 하시니 두루뭉술하게 질문하겠습니다. 가장 힘든 원정 경기가 남았고, 가장 강한 이란과의 일전이 남아 있습니다. 냉정하게 볼 때,현실적으로 한국의 본선행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 중요한 건 경기도 하기 전에 어렵다, 졌다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이란 원정 정도를 제외하고는 잘했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준비를 하고 원하는 플레이를 했으며 강하게 임했다…(생략)

3월28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와의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 

기대했던 마지막 질문 역시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의 기자회견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취재진은 날카롭게 질문하고, 슈틸리케 감독은 원하는 답이 아닌 아닌 답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자꾸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고, 몇 차례 통역을 거치다 보면 시간이 흘러 기자회견이 종료된다. 28일 시리아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 역시 그랬다.

좀처럼 정면돌파를 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켜봤다. 그가 털어놓지 않는 그의 속마음을 그의 행동에게 들어본다.


#킥오프 35분 전:슈틸리케, 시리아를 바라보다

킥오프 35분 전 벤치에 나온 슈틸리케 감독은 잔디를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상당 시간 시리아 대표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킥오프 5분 전: 취재진에 둘러싸이다

으레 벌어지는 풍경이지만 이날은 유독 오랜시간 슈틸리케 감독에게 카메라가 집중됐다.

많은 취재진이 슈틸리케 감독을 둘러싼 가운데 그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전반전: 홍정호 득점에 환호하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전반 4분 홍정호 득점 순간 슈틸리케 감독

골을 기다리던 슈틸리케 감독은 홍정호의 득점이 터지자 두 손을 번쩍 들고 벤치를 향해 환호했다. 코칭 스태프와 악수를 나눈 슈틸리케 감독은 크게 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칭 스태프와 악수를 나눈 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슈틸리케 감독



#후반전: 시리아의 맹공에 괴로워하다

후반전 시리아의 맹공이 이어지자 슈틸리케 감독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경기를 지켜봤다. 알 카티브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는 등 거셌던 공격이 멈추자 슈틸리케 감독은 뒤돌아서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전 시리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 하던 슈틸리케 감독
이번에도 마무리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후반전 시리아를 상대로 상당히 많은 역습 기회를 내주었지만 다행히 우리에게 많은 운이 따랐고, 경기는 1-0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다. 처음 목표대로 소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우리가 얻은 것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후 선수들은 침묵했다. 승리했지만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고, 몇몇 선수는 차마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자책과 후회가 가득했다.


그라운드에 멈춰 자책하는 손흥민을 차두리 분석관이 위로하고 있다. 
착잡한 표정으로 손흥민을 바라보던 설기현 코치    

같은 시각 슈틸리케의 시간을 돌아본다.



#경기종료: 환호하다

추가시간 4분은 참 더디게 흘렀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슈틸리케 감독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조용히 박수를 보내는 코칭 스태프와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경기종료 순간 슈틸리케 감독 
경기 종료 휘슬에 환호하는 슈틸리케 감독 ​ 
조용히 벤치를 빠져나오는 코칭 스태프
씁쓸한 표정의 차두리 전력분석관과 설기현 코치 

졸전 끝에 1-0 승리를 거두는 순간 슈틸리케는 환호했고, 코칭 스태프는 침묵했으며 손흥민은 고개숙였다. 두루뭉술 하게 숨기고 있는 그것의 진실이 이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졸전에도 안도하는 슈틸리케 감독과 눈물짓는 손흥민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민국 축구의 희망과 절망이 겹쳐보인다.

우리는 러시아 월드컵을 원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경쟁력을 꿈꾼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지금 이런 모습으로는 곤란하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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