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승리 뒤, 최태웅 감독은 왜 펑펑 울었나

인천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7. 3. 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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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너는 문시호의 아빠라고 말했는데….”

말을 멈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가린 채 한참을 울었다. 구단 직원이 가져다준 물을 마시고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마음을 가라앉히기까지 한동안 기자회견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최태웅 감독을 울린 주인공은 현대캐피탈의 주공격수인 라이트 문성민(31·현대캐피탈)이다.

문성민은 1차전에서 30%대 공격성공률로 9득점에 그치며 현대캐피탈의 0-3 완패 중심에 섰다. 경기 후반 센터 최민호가 라이트로 이동할 정도로 문성민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그 경기 뒤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의 부진을 패인으로 지적했다. 당연한 결론이었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토종공격수이자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다. 현대캐피탈은 리베로를 제외한 모두를 공격에 가담시키는 ‘토털배구’를 해 다른 팀에 비해 외국인선수의 비중이 작다. 플레이오프 1차전처럼 레프트 공격수들이 힘을 더해 득점력을 쏟아내지 않는 이상 문성민의 활약 여부는 현대캐피탈 승리의 필수조건이나 다름없다.

2006~2007시즌 이후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하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에서 이제 팀의 중심인 문성민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부터 오랫동안 지켜봐온 최태웅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차전 뒤 질책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마음아플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닦은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이에게 많이 미안했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여린 부분이 있는 친구다”며 “며칠 전 그런 부분을 뚫기 위해 자극을 줬는데 그 뒤 (문성민의 경기력이) 워낙 안정이 안 돼 정말 너무너무 후회했다. 내가 감독이지만 선수에게 인간적으로 너무 모질게 했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태웅 감독과 문성민은 2차전을 하루 앞둔 26일에는 ‘커피 데이트’도 했다. 같이 커피를 한잔씩 들고 산책을 하며 속 얘기를 주고받았다. 미안한 마음을 품은 채 2차전을 준비해야 했던 최태웅 감독은 당부의 말을 했고 문성민도 새로운 다짐을 이야기했다. 외부에 털어놓지 못할 속 이야기들도 물론 있었다. 최태웅 감독은 “책임을 맡아야 하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성민이를 더 강해지게 하고 싶고 속마음도 주고받고 싶었지만 나도 힘든 나머지 좀 몰아붙였던 것 같다”며 “우리 팀 에이스인데 위기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 그런 내용의 메시지를 나 역시 남겼는데 가슴아팠을 것 같고 오늘도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징크스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됐다. 마음에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준 뒤 2세트 시작과 함께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에게 “너는 문시호 아빠다”고 격려했다. 아들 시호의 존재를 떠올려주며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최태웅 감독은 이미 울었다. 최태웅 감독은 다 울고난 뒤 “사실 경기 도중부터 계속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2세트 들어갈 때 성민이에게 ‘너는 문시호 아빠다’고 말해줬는데 울컥하더니 마지막에 5세트 마치고 성민이가 포효하는 모습에 또 울음이 나왔다”고 그제서야 웃었다.

최태웅 감독의 ‘눈물 폭발’ 소식을 전해들은 문성민은 멋쩍은 듯 웃으며 “감독님께 죄송하다. 1차전 끝나고 같이 산책도 하면서 나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며 “감독님은 물론이고 동료들이 오늘도 나를 믿어줘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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