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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칼럼] 거대한 전사들의 싸움을 즐길준비가 되었는가?

조회수 2017. 3. 21.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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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새벽 영국에서 개최된 UFN 107 대회에서 라이트헤비급의 강타자 지미 마누와가 레슬러 코리 앤더슨에게 시원한 KO승을 거두었습니다. 마누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영국의 인기 복서인 데이비드 헤이와의 대결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헤이는 이번 달 초에 열렸던 토니 벨류 전에서 아킬레스 건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으며 수술을 받은 상태로, 올해 복귀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에 마누와의 발언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하는 마누와의 모습

어쨌든 현재 UFC의 라이트헤비급은 헤비급과 마찬가지로 선수층이 가장 얇은 체급으로 매치메이커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지만, 사실 최상층에 포진한 강자들의 면모는 굉장히 화려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이른바 ‘UFC 라이트헤비급의 4대 천왕’을 중심으로 그 판도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UFC 라이트헤비급의 4대 천왕

다니엘 코미어

오는 4월 9일 개최되는 UFC 210 대회에서는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와 도전자 앤소니 존슨 간의 타이틀전이 열립니다. 챔피언 코미어는 이미 국내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물입니다. 라이트헤비급 선수로서는 상당히 단신(180cm)이지만, 엄청난 신체 능력과 레슬링 실력으로 그런 약점을 멋지게 커버해 버리죠. 그 키로 헤비급에서 활약하며 조쉬 바넷, 안토니오 실바, 프랭크 미어 등 거대한 헤비급 강자들을 일방적으로 제압한 적도 있고, 이번에 싸울 앤소니 존슨 역시 이미 한 차례 이긴 바 있습니다.

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

그런데 코미어는 이런 옥타곤 내 업적보다 옥타곤 바깥에서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시련을 여러 차례 겪었거든요. 일곱 살 때 추수감사절 파티에서 아버지가 두 번째 부인의 아버지에게(과거의 장인이죠) 총격을 당해 사망하는 걸 목격했고, 2003년엔 본인이 운전하던 차를 트럭이 덮쳐 뒷자리에 타고 있던 딸이 즉사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친한 친구들과 친척을 또다른 사고로 잃기도 했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비극을 이처럼 여러 번 겪은 그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상상도 하기 힘드네요.

코미어는 유년 시절부터 레슬링과 풋볼 등 운동에 심취하며 이런 시련들을 이겨냈는데, 레슬링에서 고향 루이지애나 주 챔피언을 지내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늘 루이지애나 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주 레슬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루이지애나 주가 미국 내에서 아이오와나 오클라호마 주처럼 전통적으로 레슬링이 강하다고 인정받는 주가 아니거든요. “아, 네가 그 잘한다는 어린 친구구나. 아 근데 어디 챔피언이라고? 루이지애나? 큭큭.” 이런 식의 놀림을 늘 당했다고 합니다.

레슬러 시절의 코미어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코미어는 두 차례 미국 올림픽 대표 팀에 선발되는 등 레슬러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늘 정상 문턱에서 좌절하곤 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4위를 기록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인한 신장 이상으로 매트에 서보지도 못했습니다. 자국 무대에서도 미국 레슬링 역사상 최고의 레슬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케일 샌더슨에게 번번이 패하며 NCAA 디비전 1 챔피언에는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샌더슨과 여섯 번 격돌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다 졌거든요.

코미어의 영원한 숙적 존 존스는 코미어와 대결했을 당시 이런 부분을 노골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레슬링을 잘하긴 했지만 1등은 못했다는 거죠. 또, 존스는 코미어가 레슬러 시절 멘탈이 약해 꼭 고비 때마다 포기하는 버릇이 있고, 연습 때 자주 울며 부상을 핑계로 도망을 가곤 했다 들었다며 놀려댔습니다. 그 후 실제로 붙었을 때엔 존스가 본인보다 훨씬 화려한 레슬링 경력을 가진 코미어를 여러 차례 넘어뜨리기까지 했죠. 당연히 마음속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코미어는 경기 후 기자회견 장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존 존스 전 패배 후 눈물을 보였던 코미어

그래서 코미어는 앤소니 존슨과의 재대결도 중요하지만, 존 존스에게 복수하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입니다. 연습 때마다 가장 힘든 순간이 오면 그가 떠올리는 사람은 무조건 존 존스일 겁니다. 인터뷰에서도 앤소니 존슨에 대해서는 파워도 강하고 스피드도 빠르다며 칭찬하지만, 결국은 멘탈이 약하다며 자기가 이긴다고 장담합니다. 그러나 본인에게 최악의 패배를 안겨주었던 존스에 대해서는 늘 존경심과 적대심, 동기부여 등이 섞인 묘한 평가를 내리며 어금니를 꽉 깨뭅니다. 여러 모로 존스와 코미어의 대립 관계는 복잡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앤소니 존슨

하지만 코미어의 이번 상대 앤소니 존슨은 사실 절대 경시하면 안 될 괴물 같은 선수입니다. 코미어나 존스에 비해 레슬링과 그라운드는 좀 부족하지만, 타격의 한 방 파워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합니다. 전성기의 마이크 타이슨을 연상시킬 정도로 빠르고 강하죠. 그 어떤 라이트헤비급 선수도 파괴력만 놓고 보면 앤소니 존슨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시쳇말로 정말 ‘스치면 갑니다.’

존슨이 노게이라를 KO시키는 모습. 공포영화네요.

이처럼 무시무시한 파워를 자랑하는 존슨은 과거 UFC의 웰터급에서 활약했던 엽기적인 과거로도 유명합니다. 지금 돌아봐도 도대체 어떻게 77kg까지 감량을 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웰터급 시절에도 여타 라이트헤비급 혹은 헤비급 선수들보다도 체격이 컸었으니까요. 당연히 존슨은 늘 감량고에 시달렸고, 2012년 1월 비토 벨포트와 경기에서 체중도 못 맞추고 패배까지 한 끝에 UFC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웰터급 시절의 존슨
현재의 존슨

현재 존슨은 그 때의 자신은 무조건 큰 체격의 이점만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바보였다고 회상합니다. 라이트헤비급의 앤소니 존슨은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자기 체급만 찾은 게 아니라 최고의 코치진도 찾아 환골탈태했거든요. 정통 네덜란드 킥복서 출신의 명코치 헨리 후프트를 만난 후 엄청난 파워 위에 수준 높은 타격 기술이 덧입혀졌고,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라샤드 에반스를 동료로 만난 다음 정신적으로 훨씬 성숙해졌습니다. 또, 코미어에게 패배한 후엔 닐 멜란슨이란 정통 헤비급 그래플러 코치와 뭉치게 되며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그래플링을 대폭 보강했습니다. 멜란슨과 훈련한 후 존슨은 드디어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맞추게 되었다며 진심으로 기뻐했었죠. 한 마디로, 코미어가 존 존스에게만 집착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갖춘, ‘업그레이드된 괴물’이 바로 앤소니 존슨입니다.

멜란슨과 그래플링 수련에 열중하는 존슨


존 존스

타이틀을 놓고 격돌하는 코미어와 존슨 뿐만 아니라 수많은 팬들이 아직까지 라이트헤비급의 ‘끝판왕’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존 존스입니다. 종합격투기 총 전적 22승 1패, 그 1패는 수직 엘보우 공격에 의한 반칙패로, 실력이 부족해 당한 패배와는 거리가 멀죠. 23세의 나이로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며 UFC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갈아치웠고, 그 후 타이틀을 무려 여덟 차례나 방어했습니다. 그의 타이틀을 빼앗아 간 건 다른 경쟁자들이 아니라 본인이 저지른 뺑소니 교통사고였습니다.

최강자로 꼽히는 존 존스

존스는 다른 미국인 UFC 챔피언들과 마찬가지로 레슬링 경험을 갖고 있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고교 첫 해 기록은 5승 35패에 불과했고, 그 후 잘 나갈 때도 올 아메리칸이나 올림픽 대표 등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화려한 레슬링 성적을 자랑했던 다니엘 코미어, 차엘 소넨, 라샤드 에반스 등 뿐 만 아니라, 종합격투기 대선배들인 마우리시오 쇼군, 퀸튼 잭슨, 료토 마치다 등 말 그대로 날고 기는 강자들이 존스 앞에 다 무릎을 꿇었습니다. 키 193cm에 리치 215cm라는 최고의 신체조건에 한 번 보면 어떤 기술이든 따라할 수 있는 천재성까지 갖추고 있거든요. 존스의 형 아서와 동생 챈들러 둘 다 괴물들만 모인다는 NFL에서 이미 맹활약하고 있는 걸 보면 집안 내력이라고 할 수 밖에요.

존스 3형제의 모습

보통 북미 전문가들은 존스의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존스 자신이라고 얘기합니다. 나이키나 리복 같은 거대 스포츠 의류 및 용품 회사들과 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뺑소니 사고나 기자회견 장에서의 난동 같은 본인의 과실로 그런 꿈같은 기회들을 다 날려버렸거든요. 거기다 작년에는 약물 양성반응까지 나오며 바닥을 찍었죠. 어쨌든 존스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 여름 복귀를 앞두고 있습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존스가 돌아오는 대로 코미어-존슨 2차전의 승자와 곧바로 붙일 거라 천명했습니다.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존스, 코미어, 존슨 이 세 명과 꼭 함께 언급되며 UFC 라이트헤비급의 사대천왕 대우를 받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바로 미남 파이터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입니다. 구스타프손은 아일랜드의 코너 맥그리거, 브라질의 앤더슨 실바, 캐나다의 조르쥬 생 피에르처럼 UFC에서 스웨덴이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거대한 아이콘 같은 선수입니다.

미남 파이터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구스타프손이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존 존스, 다니엘 코미어와 벌였던 엄청난 접전 때문입니다. 특히 ‘끝판왕’ 존 존스와의 경기는 아직까지도 많은 전문가들이 구스타프손이 이긴 경기였다고 얘기할 정도죠. 그 경기 후 존스는 “스스로 치열한 난타전을 이겨낼 만한 용기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참 기뻤다.”며 약간의 허세(?)를 부리기도 했지만, UFC에서 최초로 테익다운을 당하고 잔뜩 얻어맞아 얼굴이 엉망이 되는 등 각종 수모를 다 당했었죠. 다니엘 코미어 또한 구스타프손 전에서 니킥에 맞아 KO 위기에 몰리는 등 꽤 힘들어 했었습니다. 수려한 외모에 무하마드 알리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격투 스타일을 갖고 있는 구스타프손은 5월 말 UFC 스웨덴 대회에서 글로버 테세이라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미 마누와를 KO시키는 구스타프손의 모습



이 4대 천왕의 바로 밑에 우뚝 서 있는 두 명의 강자가 글로버 테세이라와 지미 마누와입니다. 브라질의 강타자 테세이라는 이미 존 존스와 타이틀전을 치렀을 정도로 경험이 많은데다, 앤소니 존슨에게만 처참하게 무너졌을 뿐 그 외 랭커들과의 대결에서는 결코 패배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멋진 승리를 거둔 마누와는 앤소니 존슨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에게 모두 KO로 무너졌지만, 테세이라와 마찬가지로 그 외 선수들에게는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둘 다 엄청난 펀치력을 소유하고 있는 화끈한 선수들입니다.

테세이라와 마누와

이들을 추격하고 있는 신예 선수들 중 꼭 언급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캐나다의 미샤 서쿠노프란 선수입니다. 아직 국내 UFC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잠재력이 높다고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유도가 출신으로 힘과 기술 모두 좋고, 현재 UFC에서 4전 전승에 모두 피니쉬를 기록 중입니다. 최근 파이트 머니 문제로 UFC와 트러블을 빚으며 타 단체 이적 소식이 나와 수많은 북미 마니아들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극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해 5월말 UFN 대회에서 또 다른 유망주 볼칸 우즈데미르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샤 서쿠노프

과거 세계 중량급 복싱의 인기를 주도했던 건 ‘Fabulous Four' (마빈 해글러, 토마스 헌즈, 슈거레이 레너드, 로베르토 두란)의 물고 물리는 라이벌 구도였습니다. UFC의 라이트헤비급은 비록 전체적인 선수층은 얇지만, 최상위층에 자리한 맹수들이 으르렁대는 모양새는 과거 복싱 전설 4인방의 대립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은 그 라이벌 구도가 폭발하는 한 해가 될 것이고, 출발점은 오는 4월 9일 UFC 210에서 펼쳐지는 다니엘 코미어 VS 앤소니 존슨 2차전입니다. 거대한 전사들의 싸움을 함께 즐겨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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