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배구

'기대 이상 결말' 삼성생명,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들

김우석 입력 2017.03.21. 13:00 수정 2017.03.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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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용인 삼성생명이 다시 한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결말이었다.

삼성생명은 이번 결과로 단일 리그로 전환한 2007-08 시즌 이후 진출한 네 번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무는 아쉬움을 경험해야 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3년 동안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WKBL 2013-14시즌부터 PO에 진출하는 팀을 4위에서 3위까지로 변경했고, 지난 3년 동안 계속 4위에 머문 삼성생명은 봄 농구에 참여하지 못하며 농구명가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계속된 PO 진출 실패로 인해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을 임근배 감독으로 교체하는 변화를 주었고, 체질 개선에 성공한 삼성생명은 PO 진출이 유력시 되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 청주 KB스타즈의 기적과도 같은 8연승에 막혀 또 한번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리고 네 번째 도전하는 이번 시즌,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초,중반 주력 선수들 부상을 이유로 한 차례 슬럼프에 빠졌지만, 빠르게 전열을 정비하며 상승세를 탔고,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챔프전까지 오르며 달라진 한 해를 보냈다.

비록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 0-3으로 패하는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실패했지만, 확 달라진 전력은 다음 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한 그 것이었다.

가장 먼저 바뀐 부분은 토종 베스트 라인업의 안정화. 시즌 초반 결장했던 박하나는 확실한 에이스로 탈 바꿈에 성공했다. 무리한 플레이가 확실히 줄어 들었고, 유연함을 장착하며 이제까지 본인을 둘러싸고 있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탁월한 운동 능력과 높은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 있던 박하나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팀이 승리를 선두에서 이끌었고, 팀과 팬들이 기대하는 에이스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과 기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득점(10.17점-10.14점) 리바운드(3.60-2.61) 어시스트(2.37-1.86)가 소폭 하락했지만, 박하나가 보여준 플레이 하나 하나에는 안정감이 가득했다. 개인 플레이에서 팀 플레이를 이용할 줄 아는 선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44%에 달하는 3점슛 성공률은 박하나가 보여준 안정감을 대변하는 그 것이었다.

삼성생명으로 이적 이후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던 고아라도 터닝 포인트가 된 한 해였다. 임근배 감독 부임 이후 성장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고아라 역시 지난 시즌과 기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박하나와 같이 플레이 하나 하나에 안정감을 더하며 팬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었다.

기록 역시 어시스트(2.20개-1.97개)를 제외하곤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평균 득점이 데뷔 후 처음으로 8점(8.09점)을 넘어섰고, 리바운드도 5.26개를 걷어냈다. 가장 돋보였던 건 꾸준함이었다. 기복이 심했던 자신의 모습을 벗겨내고 게임 마다 꾸준함을 보여주며 팀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프로 선수로서 모습을 갖춘 고아라 역시 올 시즌 보다는 내년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인사이드의 핵심인 배혜윤 역시 느낌 있는 한 해를 보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어시스트 숫자. 평균 3.14개를 만들며 공격 조직력에 자신의 BQ를 더했다. 센터 포지션 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5위에 랭크 되었다. 득점도 2011-12시즌 이후 5시즌 만에 다시 두 자리수 숫자(10.14점)를 기록했다.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친 배혜윤이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2위에 올라서는 데 핵심 역할을 해냈다.

또, 데뷔 10년 차를 지나고 있는 ‘저격수’ 최희진도 자신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선수로서 존재감을 확인시킨 한 해를 보냈다. 출전 시간(24분 07초)과 득점(6.18점), 리바운드(2.61개)에서 가장 선수다운 기록을 남겼으며, 54개를 성공시킨 3점슛과 성공률(33.5%)은 당당히 5위에 올랐다. 슈팅에 장점이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임근배 감독은 “지난 시즌을 지나며 공격에서 만큼은 확실히 올라섰다. 이번 오프 시즌을 통해 수비력을 끌어올려 볼 생각이다. 훈련을 정말 열심히 소화했다. 그랬기 때문에 기량이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단계 올라서는 건 자신의 몫이다.”라며 한 단계 발전할 최희진을 암시했다.

또, 그냥 그런 선수로 여겨졌던 강계리가 전력에 포함되며 정규리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강계리는 아직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선수다. 내년 시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이 뿐 아니다. 윤예빈과 이주연, 그리고 이민지로 이어지는 신인급 선수들도 대기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치르며 벤치 멤버에 아쉬움이 있었던 삼성생명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이름들이다.

임근배

임근배 감독은 내년 시즌 부임 3년째에 접어든다. 여자농구는 코칭 스텝과 선수들 호흡이 3년 차에 정점을 찍는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절제된 훈련량 속에도 선수단의 캐미스트리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임 감독은 지난 2년 간 효율적인 관리 속에 자율을 부여하며 선수단을 끌어왔고, 선수들은 임 감독에게 강한 신뢰를 표시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박하나는 “만약 우승을 한다면 감독님께 큰 절을 드리고 싶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의 큰 믿음을 표시했다.

임 감독은 강함과 효율성을 적절히 믹스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동기 부여’를 강조해 왔다. 사실 여자농구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철학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동적인 태도에 익숙한 선수들에게 대단히 실험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임 감독은 지난 2년 간 절제된 관리 속에도 선수들 스스로가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했고, 정규리그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후 챔프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여자농구에 철저한 관리와 강한 훈련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특히, 3차전 후반에 보여주었던 삼성생명의 분전은 챔프전을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체력이 모두 바닥이 난 상태에서 그녀들이 보여준 투지는 과히 칭찬을 받아 마땅할 만 했다.

그렇게 자율이라는 키워드 속에 시행착오를 겪은 삼성생명은 4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과 챔프전 명승부라는 드라마를 완성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조금 더 완성된 그림이 펼쳐질 내년 시즌 삼성생명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들이다.

basketguy@basketkorea.com

사진 제공 = W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