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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아스널, 이대로라면 4위 과학 깨진다

입력 2017.03.21. 12: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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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 최근 공식 대회 9경기 3승 6패(EPL 1승 4패). 이 중 2승은 FA컵 하부 리그 팀에게, 나머지 1승은 강등권 헐 시티에게 거둔 것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최근 두 달 사이에 챔피언스 리그 16강 1, 2차전에서 역사적인 대패를 당하며 탈락한 데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에서도 1승 4패의 부진에 빠지면서 2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아르센 벵거 감독 부임 이후 줄곧 4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던 아스널의 전통마저 흔들리고 있다.

아스널의 과학이 흔들리고 있다. 아스널은 1996년 벵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년간 줄곧 EPL 4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2000/01 시즌을 시작으로 17시즌 연속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이는 20시즌 연속 16강에 진출한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최다 연속 16강 진출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2003/04 시즌 이후 12시즌 동안 EPL 우승이 없고(이번 시즌도 산술적으로는 우승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에 13시즌 연속 우승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2010/11 시즌을 기점으로 7시즌 연속 16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러하기에 비단 국내만이 아닌 유럽 현지에서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EPL 4위와 챔피언스 리그 16강이 아스널의 과학 공식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떠돌았다.

문제는 이제 이 공식마저도 깨질 위기에 놓였다는 데에 있다. 아스널은 2월과 3월 들어 극도의 슬럼프에 빠지며 추락하고 있다. 최근 EPL 5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치며 1995년 3월 이래로 구단 역사상 가장 처참한 EPL 5경기 성적을 올리고 있다. 즉 벵거가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최악의 5경기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유일한 1승은 바로 강등권 팀 헐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거둔 것이다.

공식 대회로 확장해서 보더라도 아스널의 성적은 끔찍한 수준이다. 9경기에서 3승 6패를 기록 중인데 이 중 2승은 5부 리그에 속한 서튼 유나이티드(17위)와 링콘 시티(1위)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반면 첼시와 리버풀, 그리고 웨스트 브롬 원정에선 1-3으로 완패했고,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선 1, 2차전 연달아 1-5 역사적인 대패를 당했다. 아스널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1, 2차전 도합 7실점 이상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아스널이 홈에서 5실점을 허용한 건 1998년 11월, 첼시와의 리그 컵(0-5 패)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즉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개장 이후 최다 실점을 허용한 셈이다. 심지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역사상 1, 2차전 도합 2번째로 큰 점수 차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한 아스널이다(최다 점수 차 패배는 2009년 스포르팅 리스본으로 바이에른에게 1, 2차전 도합 스코어 1-12로 11골 차 탈락). 말 그대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반등의 요소도 보이지 않는다. 선수단 전체에 패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벵거 감독조차 선수단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심지어 티오 월콧은 아스널 선수들이 훈련 도중 충돌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지난 주말, 웨스트 브롬과의 원정 경기에서 펼쳐졌다. 아스널은 이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며 1-3으로 패했다. 특히 3번째 실점 장면은 끔찍했다. 웨스트 브롬의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무려 8명의 아스널 필드 플레이어들이 골문 앞에 운집해 있었으나 먼 포스트에 위치하고 있었던 웨스트 브롬 선수 3명이 동시에 헤딩 경합에 나서는 동안 단 한 명도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하단 사진 참조). 

실점 후의 아스널 선수들 태도는 더 실망스러웠다. 오직 베테랑 측면 수비수 나초 몬레알만이 공을 들고 하프 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을 뿐 다른 아스널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설렁설렁 위치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고 있는 순간에도 경기를 뒤집겠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동영상 URL: https://twitter.com/ChrisWheatley_/status/843110704924282880/video/1)

이에 아스널의 전설 티에리 앙리는 '골닷컴'과의 인터뷰에서 "3번째 골 장면에서 웨스트 브롬 선수 3명이 모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장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만약 옌스 레만(과거 아스널 무패 우승 당시 주전 골키퍼)이 있었고, 내가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했다면 난 드레싱룸에 들어가기 겁났을 것이다. 레만이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날려버렸을 게 분명하다. 실제 그런 적이 있었다"라며 선수들의 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심지어 팬들조차 친 벵거파와 반 벵거파로 양분되어 싸우고 있다. 웨스트 브롬과의 경기에서 벵거 지지 문구를 적은 피켓과 반대 문구를 적은 피켓이 헬기를 통해 호손스 구장 상공을 장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카오스 상태에 빠진 아스널이다.

물론 벵거의 위기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벵거 퇴진 운동은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탈락할 때마다, 우승 경쟁에서 밀려날 때마다 이젠 벵거 시대와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적어도 과거엔 이렇게 무기력하진 않았다.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패하더라도 2차전에선 선전하면서 (탈락에도 불구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후반기 호성적을 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무엇보다도 벵거 자체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스널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재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 자체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요소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아스널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사례를 보고 배울 필요성이 있다. 바르셀로나는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0-4로 대패하며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루초 엔리케 감독이 스포르팅 히혼과의 25라운드 경기에서 6-1 대승을 거둔 이후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 사령탑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고, 선수들은 엔리케의 마지막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자며 하나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16강 2차전에서 기적을 연출하며(6-1 승)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스널이 현재 침체된 분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벵거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재계약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가능하다면 엔리케처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벵거의 업적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벵거는 단순히 아스널을 넘어 리그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함께 헤이젤 참사 이후 하락세를 타던 EPL을 다시금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올라서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한 벵거이다. 하지만 현 아스널 선수단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잔류는 단순한 보합에 불과하기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시즌 4위 이내 진입은 고사하고 더 아래로 추락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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