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취재일기] '중국 환대 받은' 구자철, '직무유기' 고개 돌아간 공안

유현태 기자 2017. 3. 21.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중국 취재진이 미리 자리를 잡았다. 한국 취재진이 한국 대표 팀 취재가 더 어렵다.

[스포티비뉴스=창사(중국), 유현태 기자]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 허롱스타디움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 중국과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3승 1무 1패(승점 10점)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승점 2점으로 최하위에 밀려 있어 한국전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사드 배치'로 시작된 정치 문제가 '반한 감정'을 일으켜 이번 맞대결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창사는 차분하다. 그 와중에도 슈틸리케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중국이 마르셀로 리피 감독으로 사령탑으로 임명하며 '기적의 월드컵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창사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 공안 눈도 돌아간다

한국 대표 팀에 대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취재진이 3,40명이 운집했다. 한국 취재진들이 오히려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전을 위해 경기장을 지키고 선 공안들의 눈도 그라운드를 향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서 활약하는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이 훈련하고 있었다. 여기에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까지 있었으니, 축구 팬이라면 공안이라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비단 한국 축구 선수들을 향한 관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한국과 중국의 맞대결은 중국 처지에선 절대 패할 수 없는 경기다.

중국 취재진은 이번 경기에서 기성용을 눈여겨보고 있다. CCTV 왕난 기자는 "기성용이 직접 득점과 많이 관련되는 선수는 아니지만, 동료들과 협력으로 찬스를 만드는 선수"라며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무릎 부상에서 돌아와 19일(한국 시간) 본머스전에 출전했다. 아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가벼운 훈련만 소화한 뒤 스트레칭으로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 출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기성용의 '묵직한' 무게감은 여전했다.

▲ 중국 공안도 눈은 피치로 향한다.
▲ 슈틸리케호의 훈련을 인터넷 중계하고 있다.

▷ "여권 커버 벗겨주세요!", 구자철이 받은 중국인들의 환대

"여권 커버 벗겨주세요."

17일 금요일에서야 취재 비자를 받은 뒤 20일 이른 오전 창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취재 비자는 그렇게 받기 어려웠는데 중국 창사 황허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어가 들렸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중국 입국 심사대 앞 직원들이 발음은 서툴지만 꽤 정확한 한국어로 전달했다. 많은 관광객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여행지인 장가계를 가기 위해 창사행 비행기에 오른다고 한다. 오기 전 중국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했다고 하더니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선수들도 중국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구자철은 "사람들이 친절하게 맞이해 줘서 기분 좋게 중국에 왔다. 중국에 올 때마다 긍정적인 기분을 받는다. 경기 날까지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의문은 있다. 지동원이 구자철의 '환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구)자철이 형은 대체 누구한테 환대를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 자철이 형 팬 4분이 왔다. 그래서 환대를 받았다고 한 것 같다"고 폭로했다. 이어 "중국에 올 때 사복으로 와서 99%의 중국 분들이 저를 못 알아봤을 것이다. 긴장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의 상징 백호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창사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지동원(왼쪽)이 웃으며 구자철에게 한 방 먹였다. "자철이 형은 누구한테 환대를 받은거죠?"

▷ '특급 대우' 차분한 창사

슈틸리케호는 불안한 정세 탓인지 극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공안들을 대거 배치했지만 오히려 창사가 너무 조용해 과잉 대응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한국 대표 팀의 숙소 근처엔 공안들이 배치돼 중국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슈틸리케호와 함께 취재진이 탄 버스는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중국 공안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버스 앞을 이끄는 공안의 자동차에서 빨갛고 파란 사이렌 빛이 났다. 한국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특급 대우'에 취재진들은 버스 앞뒤를 오가며 신기한 경험을 촬영했다.

막상 창사에 도착해서 보니 경기 준비엔 큰 문제가 없다. 중국 대표 팀과 훈련장이 겹쳐 후난성 인민 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겼지만 푹신한 잔디가 깔렸다. K리그에서 보던 잔디보다도 훨씬 좋아 보인다.

경기 당일 뜨거운 분위기는 그야말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정당한 '홈 어드밴티지'다. 슈틸리케호가 당당하게 실력으로 중국을 제압하면 될 일이다.

▲ 취재진 버스(사실 대표 팀 버스)를 에스코트하는 중국 공안 차량. 중국에 와서 호사를 누린다.

■ 오늘의 스포츠 소식 '스포츠 타임(SPORTS TIME)'은 매일 밤 10시 SPO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