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진욱의 달라진 kt, 선수들이 마음껏 뛰논다

김용 입력 2017.03.21. 08:15 수정 2017.03.21. 16:27 댓글 0

"시범경기만 이렇게 하냐고요? 정규시즌에도 똑같습니다."

보통 선수가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선수들이 감독과 먼 덕아웃 출입구로 들어오기 마련인데 kt 선수들은 김 감독 옆 출입구로 유유히 들어왔다.

김 감독은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상대 알렉시 오간도에 7개의 삼진을 먹은 선수들을 향해 "아주 잘했다. 그냥 서서 당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윙 다 하고 당한 삼진이기에 아주 잘한 것"이라고 오히려 칭찬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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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진욱 감독이 1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릴 2017 프로야구 한화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3.19.
kt 김진욱 감독이 19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릴 2017 프로야구 한화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3.19.
"시범경기만 이렇게 하냐고요? 정규시즌에도 똑같습니다."

5승1무. kt 위즈 관계자들에게 시범경기 잘나가는 이유를 물었다.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만들어 주신다"였다.

kt는 김진욱 신임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을 맞이했다.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부터 확 달라질 야구를 예고했다. 기술적, 전술적 변화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았다. 덕아웃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서 져도 그라운드에 나가 하이파이브로 선수들을 맞이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취임 후 의욕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꿈꾸던 많은 그림들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시즌이 현실로 닥치면 경기에만 집중하게 되기에, 경기 외적인 부분들을 신경쓰기 쉽지 않다. 그래서 kt 관계자들이 말하는 뛰놀 수 있는 분위기, 그게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kt 덕아웃을 지켜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삼진을 먹고 들어오는 선수들이었다. 힘차게 헛스윙을 하고, 당당하게 덕아웃에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김 감독, 김광림 타격코치와 타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감독, 코치가 일방적으로 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양쪽에서 얘기가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선수가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선수들이 감독과 먼 덕아웃 출입구로 들어오기 마련인데 kt 선수들은 김 감독 옆 출입구로 유유히 들어왔다. 김 감독은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상대 알렉시 오간도에 7개의 삼진을 먹은 선수들을 향해 "아주 잘했다. 그냥 서서 당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윙 다 하고 당한 삼진이기에 아주 잘한 것"이라고 오히려 칭찬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자신의 타석에 나가기 전, 덕아웃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이진영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주먹을 내밀었다. 그러니 이진영이 주먹을 부딪혔다. 보통 홈런을 치거나 결정적인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덕아웃에서 이렇게 감독과 선수가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스킨십이 많다. 감독들은 선수들의 몸상태나 출전 가능 여부 등을 코치와 트레이닝 파트를 통해 보고 받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나가는 선수들을 붙잡고 직접 대화를 한다. 사구를 맞은 전민수에게 "괜찮느냐. 시합에 뛸 수 있겠느냐"며 상태를 꼼곰히 체크했다. 경기 전 훈련 후 밥을 먹으러 들어가는 장시환을 붙잡고도 한참이나 얘기를 나눴다. 자신의 훈련을 마친 후 동료들을 위해 배팅볼을 던져준 윤요섭의 열정을 잊지 않고 "요섭이 나이스볼. 고생 많았다"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감독의 이런 한 마디에 선수들은 힘과 용기를 얻는다.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선수들이 인터뷰를 할 수 있게끔 불러 세워놓고 자신은 뒤로 쑥 빠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뷰를 통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선수들을 콕 집는다. 포지션, 폼을 바꿨다거나 아직은 주전급이 아닌 선수들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깊은 뜻이 숨어있다.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는 직전 경기 홈런을 친 정 현을 불렀다.

아직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는 시범경기이기에 이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김 감독에게 물었다. 돌아온 김 감독의 답은 단호했다. "정규시즌에도 똑같은 모습일 겁니다. 지켜봐주십쇼"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