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칼럼] 김병지가 추억하는 중국전 "90분을 채운 적이 없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7. 3.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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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이제 중국전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17년 첫 A매치이자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중요한 한판이기에 저부터 많이 긴장됩니다. 긴장을 하다보니 문득 제가 A매치로 중국을 상대했을때, 그리고 클럽팀으로서 중국팀들을 상대했을 때의 긴장감이나 느낌이 새삼 떠올라 이번 칼럼에서는 중국에 대한 저의 추억과 이번 중국전에 대한 간략한 예상을 해볼까 합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출정식 중국전에서 부상을 당한 황선홍 현 FC서울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나의 한중전 추억, ‘황선홍 부상’ 경기·90분 채우기도 힘들다

대한축구협회의 A매치 기록을 찾아보니 저는 총 4번의 한중전 A매치를 가졌었습니다. 1996년 9월과 11월에 열린 '제 1회 한중정기전'과, 1998년 6월과 11월에 열린 '제 3회 한중정기전'에 나갔습니다. 지금은 정기전이라는게 사라졌지만 예전만해도 일본이나 중국과 ‘정기전’이라는 이름으로 홈앤드어웨이로 A매치 기간에 맞붙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아마 모르겠죠? 하하.

결과는 당연히 한 번도 진적이 없는 2승2무였습니다. 1996년 9월 한국에서 열린 경기에서 3-1 승리, 11월 원정에서 3-2승리였고 1998년 6월 잠실에서 열린 경기는 1-1, 11월 경기는 0-0 무승부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1998년 6월 4일 잠실주경기장(현재 서울 이랜드 FC의 홈구장)에서 열렸던 일명 ‘황선홍 부상’ 경기입니다. 이때는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한국의 월드컵 출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핵심 공격수였던 황선홍 선배가 이 경기에서 중국 선수의 과도한 반칙에 큰 부상을 당하면서 찬물이 끼얹혀졌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텐데 이 경기 이후 한국은 출정식에서 늘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생겼죠.

그때 저 역시 골키퍼로서 뛰고 있었습니다. 1-1 무승부였고 황선홍 선배의 부상에 초점이 많이 맞혀져있었지만 이 경기에서 저는 나름 눈부신 선방을 선보여 경기 후 공식 MOM에 선정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MOM이 됐다는 기쁨보다 황 선배의 부상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게 엊그제 같습니다. 당시 중국은 친선전이라기보다 월드컵 예선전처럼 치열하게 경기를 했고 결국 문제가 생겼죠.

이외에도 중국 클럽팀과 친선전을 많이 가졌습니다. 2000년대초까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없었지만 K리그팀이 중국으로 겨울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많이 했고 자연스레 현지에 있는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팀과의 경기는 늘 힘들었고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저희가 중국에 가서 경기를 하면 90분을 온전히 치른 적이 적었습니다. 늘 90분이 채워지기 전에 충돌이 일어나고 엄청 싸웠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현역 혹은 전직 선수들은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늘 중국과 친선경기를 하면 부상에 대한 걱정이 있기도 했죠. 가까운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중국팀과 연습경기를 안할 수도 없으니 경기 스케줄 잡고서도 골치 아팠죠.

제가 기억하는 중국 선수들은 늘 한국에 대해 지기 싫어하는 감정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정도 늘 중국에는 유리하고 한국에는 불리한 것도 많았습니다. 백태클이나 거친 몸싸움이 많은데 추측컨대 한국에 많이 지다보니 유독 더 그랬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 중국은 한국에 약할까

그렇다면 왜 중국은 늘 한국을 만나면 지고 오죽하면 공한증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요. 저는 이 현상을 한중일 3개국을 묶어 생각해야한다고 봅니다. 일단 중국 선수들은 예전부터 신체적인 면은 한국을 능가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신체적 우위가 한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를 이기기엔 한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에 늘 약했죠.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이 한국에는 못 이겨도 일본을 상대로는 이겼습니다. 그건 일본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신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보니 중국이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면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봅니다. 반면 한국에는 신체적으로 크게 우위에 있지 못하고 기술적으로 뒤지다보니 늘 졌던 거죠. 중국이 일본에는 통하던 선 굵은 축구를 똑같이 한국에 썼다가 막혀 당황하다 지는 경우가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는 기술적으로, 일본을 상대로는 신체적으로 우위에 점했기에 양국을 상대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연합뉴스 제공

그리고 또 중요한건 '패배의식'이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한국은 늘 중국에 이겨왔기에 경기전부터 선수들 모두가 자신감이 가득 찹니다.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끼리 느끼죠. ‘중국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말이죠. 반대로 중국 선수들은 ‘한국에 어떻게 이기지’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이미 경?전부터 선수들의 생각차이가 결과를 갈라왔다고 봅니다.

▶ACL통해 자신감 생긴 중국,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러나 이제 이 정신적 차이에서 중국은 많이 극복했을 것입니다. 그 계기는 역시 ACL입니다. 2017 ACL에서 중국은 3팀만 나갔지만 9경기에서 7승을 했다고 합니다. 3개팀의 K리그 팀 전적은 3전 2승1무였습니다. K리그팀이 한번도 못 이겼죠.

그 3개팀에 중국 대표팀 선수가 몰려있고 그 팀에 속하지 않은 중국 대표 선수라도 자연스레 ‘부딪혀보니까 된다’는 자신감에 차있을 겁니다. 물론 외국인 선수 덕이라고 해도 사람은 자기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법이니까요. 바로 이 자신감을 경계해야합니다. 계속 이겨보면 그게 자존감이 되기 때문이죠.

또한 중국은 대표선수들이 몇몇팀에 몰려있고 미리 준비할 수도 있어 분명 유리합니다. 마르첼로 리피라는 세계적 명장이 조직적으로 팀을 준비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중국전이 되리라 봅니다.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손흥민이 중국전에 뛰지 못하고 기성용도 부상회복이 100%인지 불확실하고 이청용, 곽태휘, 김민우도 빠졌습니다. 분명 스쿼드가 얇아졌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누가 빠졌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손흥민, 이청용이 없다고 해서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현지에서 텃세가 있다면 도리어 ‘우리가 강하니까 그만큼 경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텃세조차 강팀이 아니면 하지 않는 특혜일 테니까요.

2017년 3월 23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전 티켓을 위해 중국과 일전을 치루게 됩니다. 우리는 TV 시청을 통해 대한민국의 투혼을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화이팅!!

ⓒAFPBBNews = News1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가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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