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WBC 미일전, 일본에겐 '야구 그 이상'의 의미가

n/a 입력 2017. 3.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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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야구 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대결'.

일본 야구가 역사적으로 가장 이기고 싶은 상대는 미국이다. 야구뿐 아니다. 일본은 1853년 '구로후네 사건' 이후 경제·군사적으로 미국에 열등감을 가지고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 받아들인 베이스볼은 '야큐'로 이름 붙여졌다. '야큐'로 베이스볼을 극복하는 것. 일본 프로야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쇼리키 마쓰타로 전 요미우리 신문사 사주의 '유훈'이 단적으로 보여 준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미국 야구를 따라잡고 넘어라"다.

그리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준결승에서 두 팀이 대결한다. 지난 19일 미국이 2013년 대회 우승팀 도미니카공화국을 꺾고 F조 2위로 4강에 올랐다. 그리고 이날 22일 두 나라의 4강전도 확정됐다. WBC 통산 세 번째 대결이다. 이전 두 번의 대결은 1승1패. 초대 대회인 2006년엔 미국이 오심 논란 속에 4-3으로 승리했다, 2009년엔 준결승서 일본이 9-4로 이겼다.

세 번째 미·일 대결에 방송사는 반색하고 있다. 일본 내 WBC 중계권사인 제이스포츠(Jspors)의 PD는 “시청률로는 성공 보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리거를 상대하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라는 스토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WBC 대표팀에 현역 메이저리거는 외야수 노리치카 한 명뿐. 그는 일본이 '야큐'의 힘으로 빅리거들과 맞서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었다. 쇼리키의 '유훈'이 연상된다.

선수들도 투지가 넘친다. 라쿠텐 골든이글스 관계자는 "대표 선수들의 파이팅이 넘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WBC는 쇼케이스다. 대표팀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외야수 쓰쓰고 요시토모, 내야수 야마다 데쓰토, 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 등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거론된다. 노리모토의 경우 지난해 재계약 때 '3년 뒤 메이저리그 진출 허락'이라는 조건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4번 타자 쓰쓰고는 지난해 44홈런을 때려 내며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도미니카 교육리그 파견을 자원하는 열정을 보였다. 2년 연속 참가다.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야마다의 연봉은 지난해 2억2천만 엔에서 올해 3억5천만 엔으로 상승했다. 프로 6년 차에 접어드는 야마다다. 소속팀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더 이상의 연봉 부담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야마다가 메이저리그 진출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 외에 올 시즌 뒤 FA가 되는 나카타 쇼에게 메이저리그 2개 구단이 접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의 메이저리그전문가인 도요우라 쇼타로는 "일본 대표 선수들이 열을 올리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오타니 쇼헤이가 없어도 일본팀에 관심을 갖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많다.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빅리거를 상대한다는 '무대 구성'이 들어 맞는다"고 분석했다.

일본대표팀 운영 주체인 NPB 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초조한 모습이었다. '설렘'도 느껴졌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대표팀이 상설화된 뒤 지난 4년간 스토리 구성을 해 왔다. 그 결말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준결승에 갔으니 만족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도쿄돔에서만 경기하다 미국으로 떠났다. 어떤 수준을 보일지 팬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돔에서 1-2라운드를 치르며 준결승에 올라간 일정이 유리했음을 어느 정도 시사했다.

일본의 에이스로 지목됐던 스가노 도모유키는 “대학 시절부터 미국은 넘고 싶었다. 복수하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 스가노는 도카이대 재학 시절 미일대학야구선수권에 출전해 미국 야구의 강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2011년엔 1차전 구원 등판 뒤 역전패, 3차전 6이닝 1실점 패배를 겪었다. 스가노는 이 경기를 "내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스가노가 참가했던 미일대학야구선수권은 올해로 41회째를 맞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 대회는 미일 관계에서 야구 내·외적인 경계선에 있는 대회다. 스가노 외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자인 사사키 치하야, 야나기 유야 등도 대학 시절 미국 선발팀과 대결하며 WBC를 꿈꿨다고 말했다. 1960년대 한신 타이거스와 한큐 브레이브스에서 활동했던 오타 고이치는 일본대학야구연맹 이사를 지냈다. 그는 "미국에 갖는 열등감을 야구로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미국과 교류 경기를 갖게 됐다는 지적엔 아니라고 말 못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일본에선 미·일 관계가 일방적이게 되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일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프리랜서 칼럼리스트 오치아이 노부히코는 지난 19일 "마치 주인과 강아지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열리는 미·일전이다. 제이스포츠 PD는 "지상파 중계에서는 미국을 이기는 사무라이 같은 영상 구성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보도 매체에서는 경기 상황에 따른 거리 시민들의 반응을 스케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야구 경기에 대한 확대 해석이 아닐까. 하지만 이유가 있다. WBC 기간 동안 일본에선 미·일 외무장관 회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리 인상 등에 대한 보도가 매일같이 이어졌다. 이 PD는 "지금 미국과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일본 국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의 스포츠 콘텐트 운영 브랜드인 스포츠 네비의 편집자는 아예 '일미결전(日米決?)'이라는 단어를 썼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인 요미우리 팬 이시다 다이지는 "이겨야 한다. 늘 미국만 쳐다봤다. 요미우리도 미국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의 거인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가네코 아카리는 "일본인들은 서양, 특히 미국을 향한 동경이 있다. 확실히 네덜란드, 쿠바와 대결보다는 당연히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역사적, 경제적으로 복잡한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격돌은 한일전과 다른 또 하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도쿄=서영원(프리랜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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