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파이어볼러' KIA 한승혁 제구 찾은 두 가지 비밀

장강훈 입력 2017.03.21. 05:31 댓글 0

"한승혁! 너 요즘 유명해졌더라?"

KIA 김민호 수비코치가 지난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 2017 KBO리그 시범경기에 앞서 진행한 수비 포메이션 훈련 도중 한승혁에게 농담을 던졌다.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한승혁이 빠르기만 한 '와일드씽'이 아닌, 제구까지 갖춘 '파이어볼러'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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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에도 불구하고 제구 불안으로 미완의 대기로 불리던 KIA 한승혁이 안정된 제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승혁! 너 요즘 유명해졌더라?”

KIA 김민호 수비코치가 지난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 2017 KBO리그 시범경기에 앞서 진행한 수비 포메이션 훈련 도중 한승혁에게 농담을 던졌다. 시범경기 첫 날이던 지난 14일 디펜딩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구원등판해 전광판에 157㎞를 찍으며 일약 ‘와일드씽’으로 기대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벌써 157㎞이면 6, 7월에는 평균 160㎞를 던지겠다”며 놀란 토끼눈을 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KIA에 입단할 때에도 한승혁은 ‘파이어볼러’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그를 수식하는 유일한 찬사였다.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아 믿고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올해는 다를 것 같다”며 한승혁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대진 투수코치 역시 “몇 가지 개선한 포인트가 있는데, 본인이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 더 두고봐야하지만 현재까지는 과정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고비가 찾아오면 나쁜 습관으로 금방 회귀하는 선수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마음놓고 ‘이제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승혁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가장 큰 변화는 뒷 스윙이다. 투구동작 때 글러브에서 팔을 빼 릴리스포인트로 올라가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전에는 엉덩이 뒤로 손이빠지는 게 보일 정도였고. 머리 위로 다시 들어올리는 원이 컸다. 하지만 올 봄에는 엉덩이 근처까지만 빠지는데다 2루쪽으로 크게 그려지던 원이 몸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을만큼 작아졌다. 뒷 스윙이 크면, 상하체 밸런스가 맞지 않아 제구가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하체는 이미 포수쪽으로 중심이동을 시작했는데. 팔이 릴리스포인트까지 넘어오질 않으니, 손목으로 릴리스포인트를 조정해야 한다. 밸런스가 좋을 때는 볼끝에 힘을 실을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뒷 스윙 변화는 자연스레 밸런스 회복으로 이어졌다.

KIA의 마무리 투수 한승혁이 9회말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한승혁은 최고구속 157km를 기록했다. 이주상 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또 하나의 변화는 뒤로 젖혀지던 동작이 사라진 점이다. ‘국보’로 불렸던 선동열 전 감독은 “코어근육(복부와 허리 등 몸의 중심 근육)을 활용해야 하체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한승혁은 킥 동작 때부터 상체가 1루쪽으로 젖혀지는 동작이 있었다. 킥을 한 뒤 스트라이드를 하려면 몸을 동그랗게 모아야 ‘코어’에 온 힘을 집중할 수 있는데, 상체가 뒤로 젖혀지면 힘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코어 힘이 분산되지 않는 투구폼을 익히자 자연스럽게 볼 끝에 힘이 붙었다. 이 코치는 “꾸준히 강조했던 부분인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본인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온 몸의 힘을 모아서 공을 던지는 순간 볼끝에 모두 쏟아야 하는데, 이제는 방법을 깨달은 모양”이라며 웃었다.

뒷 스윙으로 밸런스, 코어 활용으로 힘을 동시에 되찾자 일정한 릴리스포인트에서 강력한 공을 때릴 수 있게 됐다. 한승혁도 “투구폼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팔 동작을 조금 짧게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은 맞지만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생각보다 구속이 많이 나오지만, 오버페이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몸상태도 좋아, 제구만 신경쓰면서 시범경기를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한승혁이 빠르기만 한 ‘와일드씽’이 아닌, 제구까지 갖춘 ‘파이어볼러’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포스트 임창용’을 생각해야 하는 KIA 불펜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