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손아섭 "대호 형 돕는 시너지낼 것"

입력 2017. 3.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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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롯데는 ‘이대호의 팀’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의 조력 없이는 롯데 야구의 반등이 어려움을 손아섭은 잘 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사직구장에서 롯데의 타격훈련이 끝나면 으레 필드에 흩어진 공을 줍는다. 대개 연차가 낮은 선수들이 할 일이다. 그런데 예상외의 얼굴이 자주 눈에 띄었다. 손아섭(29)이었다. 손아섭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오른 햄스트링 부상을 입고 돌아온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팀을 위해 무언가라도 해주고픈 ‘성의’가 담겨있는 행동이다.

WBC가 비극으로 끝난 뒤, 모 팀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제부터 누가 대표팀 하겠는가?” 몸과 마음을 쏟았는데,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여론의 질타를 받는 현실을 우려한 발언이다. 어쩌면 손아섭도 ‘서운함’을 느낄법한 선수 중 하나일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FA) 거사를 앞둔 시즌인데, 덜컥 다쳤음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 듣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손아섭은 ‘회복탄력성’이 강한 선수이기도 하다. 시련 속에서도 긍정을 말하려 애썼다.

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 “부상 참고 뛴 WBC, 알아주지 않아도 후회 없다” -롯데 훈련이 끝나면 공을 줍더라. 그럴 연차는 아닌데.

“시범경기 때 원래 마지막 조에서 쳤으니까 공을 같이 줍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시즌 때는 같이 못해줄 때가 많으니까. 경기 안 나갈 때 최대한 같이 하려고 한다.”

-다친 햄스트링 상태는?

“스타트처럼 빠르게 속력 낼 때 통증이 올라온다. 수비와 단거리 훈련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전 때, 치고 1루로 뛰다가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대만전까지) 계속 뛰다보니 안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대표팀 트레이너들이 신경 많이 써줘서 끝까지 뛸 수 있었다.”

-통증을 안고 뛴 것이겠다.

“경기 중간에도 마사지 받아가며 계속 뛰었다.”

-WBC 결과가 안 좋았다. 아쉬움이 남겠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지만 숙명이기도 하다.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부담감, 책임감이 큰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프리미어 12’ 우승 때에 비해 여론의 온도차를 실감 했겠다.

“확실히 대표팀은 잘했을 때 많은 것을 얻고, 못하면 질타를 받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니까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없진 않았을 듯하다.

“국가대표는 개인성적은 아무 필요가 없더라. 우리나라가 1라운드에서 떨어지니까 내가 안타를 몇 개 쳤느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그래도 경험은 얻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4번째 대표팀인데 아시안게임(2014년 인천) 때도 주전으로 뛰었지만, 지명타자로 많이 나갔다. 이번 대회가 가장 많은 역할들(5번 우익수)이 주어진 경험이 됐다. 예전 국제대회는 선배들을 서포트하는 비중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는 클린업트리오에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대회 전부터 긴장이 많이 됐다. 그런 것들이 돈 주고 살 수 없는 재산이었다. 앞으로 큰 경기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부상 탓에 2017시즌 준비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팀에 돌아와서 트레이너들이 운동 다 끝나고 선수들이 다 퇴근한 시간에도 남아서 나 하나를 위해 치료를 해주고 있다. 너무 고맙다. 정규시즌 개막전(3월31일 마산 NC전) 나가는데 문제는 없다. 다시 (그 WBC의 시간으로) 돌아가도 경기에 빠질 생각은 전혀 없다. 많이 배웠다. 후회 없다.”

WBC 당시 손아섭. 스포츠동아DB
● 손아섭이 바라보는 ‘이대호 효과’ -햄스트링 부상은 치유가 오래 걸리는데.

“재발 확률이 높긴 하다. 개막전은 뛸 수 있다. 준비 잘 하고 있다.”

-어쨌든 야구팬들은 롯데를 주목할 것 같다. 롯데 성적을 두고 예측이 엇갈리는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이)대호 형이 왔으니까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안에서도 있다. 한국 최고 타자 아닌가. 올해로 프로에서 11년째 하고 있는데 야구가 선수 1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라서 자신 있게 단언할 순 없다. 다만 ‘어떻게든 최소 5강은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은 한다.”

-부담 없나? FA 앞두고 롯데에서의 마지막 시즌일 수도 있는데.

“(이대호가 떠난) 2012년 이래로 올해가 가장 부담감 없다. 왜 그러냐면 대호 형이 (2011시즌 이후) 떠나고 난 뒤, 사람들의 시선이 (강)민호 형이나 나한테 많이 쏠렸는데 그런 부담감이 솔직히 엄청 컸다. 팀 성적이 2013년부터 안 나니까 더 커졌다. 팀에서 고액연봉 받는 중심선수이니까 가을야구 못하는 책임감이 컸다. 올해도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이대호라는 리더가 왔으니까…. 어쨌든 시선이 대호 형에게 쏠릴 테니까 나와 민호 형이 잘 받쳐주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내가 못해도 대호 형과 민호 형이 해줄 것 같은 믿음은 있다.”

-2017시즌 타격 스타일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올 시즌 제일 강조하고 싶은 것이 출루율이다. 타순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내 뒤에 장타자들이 연달아 포진할 테니까 무조건 출루가 우선이다. 작년보다 도루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이대호라는 가장 좋은 타자 앞에 주자가 없어지면 안 된다. 그 대신 95% 이상의 성공률을 해보고 싶다.”

롯데 손아섭(오른쪽). 스포츠동아DB
● “FA? 신기한데 아직은 실감 안나” -실제론 볼넷이 많은데, ‘배드볼 히터’처럼 각인되어 있다.

“내가 워낙 공격적이니까 그런 인식이 있다. 사실 2016시즌 볼넷에서 내가 한화 (김)태균이 형 다음으로 2등이었다. 최근에는 거의 항상 5등 안에 들었다. 볼넷으로 나가려 의식하기보다 어떻게든 1루까지 살아나가자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공을 더 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올해는 투수들이 나와 승부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올해는 다른 것 생각 안하고 출루에 집중하고 싶다.”

-3할 타율이 사실 쉬운 것이 아닐 텐데. 특히 꾸준히 한다는 것은.

“지난해 KBO리그 3할이 40명이라는 기사도 봤는데, 나는 타율이 떨어졌다. ‘타고투저’라고 3할이 쉽다곤 생각 안 한다. 3할은 나에게는 꼭 해야 하는 의무처럼 느껴진다.”

-별 탈 없이 시즌을 끝내면 FA다. 큰 그림은 그려놨을 것 같은데.

“솔직히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FA 한 번 하기 위해 밤낮 쉬지 않고 연습한다. FA 한 번 못하고 끝나는 선수들도 많다. ‘나도 드디어 FA구나’라는 신기함은 있는데, 더 보여줘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해외 진출도 정해놓은 부분은 전혀 없다. 올 시즌은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것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평가는 그 이후에 받고 싶다.”

-FA를 앞둬서일까, 연봉협상(6억→6억5000만원)이 조용히 지나갔다.

“구단이 많은 고민 끝에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구단 믿고 갈 생각이라 섭섭한 것은 전혀 없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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