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에 '백절불굴' .. 든든한 'Back의 진수'

박린 2017. 3. 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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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 다시 합류한 김진수
독일서 1년 벤치, 전북서 재기
후퇴 모르는 축구 인생 보여줘
"이영표 후계자 소리 듣고 싶어"
"2002년 4강 신화 재현해보자"
절친 손흥민과 월드컵 의기투합
월드컵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진수는 팔뚝에 ‘백절불굴(百折不屈)’이란 글귀를 새기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백 번 꺾여도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23일 허난성 창사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맞대결에서는 왼쪽 수비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백절불굴(百折不屈·백 번 꺾여도 굽히지 않는다).

한국 축구대표팀 왼쪽 수비수 김진수(25·전북)가 오른쪽 팔뚝에 새긴 문구다. 아이돌처럼 앳된 얼굴에 문신이라니, 뭔가 안 어울린다. 하지만 그 문구는 축구를 대하는 그의 자세를 잘 보여준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고 때를 기다렸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이다.

김진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 현대에서도 왼쪽 수비수로 활약 중인 김진수는 5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전남 드래곤즈을 상대로 골을 터트렸다. 왼발로 감아찬 게 그대로 들어갔다. 11일 수원 삼성전에선 자로 잰 듯한 25m짜리 크로스로 이재성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2위(3승1무1패)다. 5경기에서 6실점했다. 붙박이 주전이 없는 왼쪽 수비수 자리가 고민스럽다. 윤석영(27·가시와), 박주호(30·도르트문트) 등이 교대로 뛰었만 뭔가 부족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김진수 카드를 꺼냈다. K리그 활약이 대표팀 선발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의 재발탁이다.

김진수는 지난해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4년 일본 니가타에서 독일 호펜하임으로 이적한 그는 주전 수비수로 두 시즌을 뛰었다. 하지만 2016~17시즌 율리안 나겔스만(30·독일) 감독이 부임한 뒤로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1월 이적료 17억원에 고향팀(전북)으로 복귀했다.
김진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처음 벤치에만 머물렀다. 축구선수로 사실상 1년간을 쉬었다. 경기 감각 등 잃은 것도 많지만, 축구를 100년 할 것도 아니지 않나. 인생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 때면 문신을 스윽 본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대한축구협회
어린 시절, 김진수의 가정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아버지는 오토바이 택배 등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안한 일이 없을 정도다. 어머니는 이른 새벽 식당일을 나갔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한껏 멋을 부릴 때 그는 청바지 한 장이 없어 늘 교복과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축구부 회비(월 100만원)를 면제 받는 장학생이 되려고 남들보다 더 뛰었다. 비 오는 날엔 주차장에서 드리블 연습을 했고, 공으로 빈 캔을 맞히는 훈련도 했다.

어깨를 다쳤을 때는 빨리 회복하려고 장거리 스로인을 연마했다. 덕분에 사이드라인에서 페널티 지점까지 던질 수 있다. A매치 데뷔전이었던 2013년 7월 호주전에서 25m짜리 롱스로인으로 ‘인간 투석기’란 별명을 얻었다.

체격은 왜소해도 수비가 좋고 공격 가담이 활발하다. 그런 점 때문에 2014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오른쪽 발목을 다쳐 브라질에 가지 못했다. 다시 일어선 김진수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투혼을 불태웠고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는 “시련을 겪으면 더 단단해진다. 올해 6월 결혼할 여자친구가 곁에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대한축구협회
한국의 왼쪽 수비수 자리는 오랫동안 이영표(40)가 지켜왔다. 그는 A매치 127경기에 출전하고 2011년 은퇴했다. 5년 이상 흘렀지만 붙박이 후계자가 없다. 수많은 후배들이 그 자리를 꿈꾼다.
김진수도 그 중 하나다. 그는 “2014년 1월 축구대표팀 미국 전지훈련 때 (이)영표 형을 만나러 갔는데,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영표 형이 ‘세계적인 수비수가 되려면 양쪽 발을 다 잘 쓰고 기복이 없어야 한다’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에 못 나가고 있을 때 영표 형이 ‘나도 유럽에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올라갈 날이 올 것’이라고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절친 김진수-손흥민
김진수와 손흥민은 2009년 17세 이하 청소년대표 때부터 절친하다. 서로를 ‘자기’라고 부를 정도다. 둘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박지성(36)-이영표 같은 관계를 꿈꾼다. 김진수는 "나도, (손)흥민이도 ‘2002 키즈’다. 흥민이가 공격하고 내가 수비하면서 언제가 월드컵 4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23일 경기가 벌어질 창사 허룽 스타디움은 5만5000 관중을 수용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를 전망이다. 김진수는 "관중이 많으면 좋다. 정치는 정치고, 축구는 축구다. 승리만 생각하고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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