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차례 꽃가마 .. 모래판 달구는 '여자 이만기'

김원.송봉근 2017. 3. 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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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씨름 열풍 이끄는 임수정
호기심에 시작한 씨름에 푹 빠져
하던 일 그만 두고 전업 선수 나서
상금 1억 벌어 집 사는데 보탰어요

모래판에 여자씨름 열기가 뜨겁다. 주로 남자부 사전 행사로 열렸던 여자씨름은 올해 1월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부터 메인 이벤트로 격상됐다. 올해 안에 여자씨름리그도 창설될 예정이다. 전국체전 시범종목 진입도 눈앞에 뒀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한 기술씨름이 펼쳐지는 여자씨름이 침체된 민속씨름을 구할 히든 카드로 떠오른 것이다.

여자씨름의 1인자는 임수정(32·콜핑)이다. 천하장사 14회, 체급장사 40회 등 총 54번이나 꽃가마를 타면서 임수정에겐 ‘여자 이만기’란 별명이 붙었다. 지난 1월 말 열린 설날대회에서 5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경남 양산의 콜핑 훈련장에서 만난 임수정은 “‘여자 이만기’로 불리다니 굉장한 영광이다. 여자씨름하면 ‘임수정’이란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까지 유도를 했던 임수정은 동아대 체육학과 재학시절인 2006년 호기심에 교내 씨름대회에 나갔다가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이게 그의 인생항로를 바꿔놓았다.

임수정은 “씨름하면 다들 남자가 하는 스포츠라고 여겼다”며 “그래서 처음 씨름을 시작할 때는 무척 창피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듭하면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그는 여자씨름 팀이 없어 일을 하면서 씨름을 병행해야 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카바디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임수정은 운동처방사, 트레이너 등으로 활동했다. 임수정은 “일이 싫진 않았지만 몸이 씨름을 원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제대로 씨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1년 구례군청에 팀이 생긴 이후 여자씨름에도 훈풍이 불었다. 지방자치단체 4곳에서 여자씨름팀 창단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여자씨름이 전국체전 종목이 아니다보니 최종 단계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에야 비로소 여자씨름 최초의 실업팀인 콜핑이 창단했다. 대학시절까지 씨름을 했던 설창헌 단장이 산파역할을 했다. 임수정(국화급)을 비롯해 김다혜(국화급)·양윤서(매화급)·최희화(무궁화급) 등 4명이 숙소에서 함께 지낸다. 나이가 가장 많은 임수정은 주장이자 코치 역할을 한다.
임수정은 우승을 밥 먹듯이 하면서 지금까지 1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그는 “집을 새로 사면서 절반 이상을 상금으로 충당했다”며 “여자씨름은 다른 투기 종목에 비해서도 대우가 나쁘지 않다. 여자씨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선수층도 얇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임수정은 지난해 6월 경기 도중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첫 판에서 부상을 당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두 번째 판을 치르기 위해 모래판에 올라갔던 독종이다. 그리고는 5개월 만에 복귀해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허리 힘이 좋은 임수정의 주무기는 엉덩배지기. 설 단장은 “다른 선수들이 끊임없이 임수정을 연구하지만 그를 꺾기가 쉽지 않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혼인 그는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 임수정은 “씨름선수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남자라면 만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양산=김원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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