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차례 꽃가마 .. 모래판 달구는 '여자 이만기'
호기심에 시작한 씨름에 푹 빠져
하던 일 그만 두고 전업 선수 나서
상금 1억 벌어 집 사는데 보탰어요
모래판에 여자씨름 열기가 뜨겁다. 주로 남자부 사전 행사로 열렸던 여자씨름은 올해 1월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부터 메인 이벤트로 격상됐다. 올해 안에 여자씨름리그도 창설될 예정이다. 전국체전 시범종목 진입도 눈앞에 뒀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한 기술씨름이 펼쳐지는 여자씨름이 침체된 민속씨름을 구할 히든 카드로 떠오른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유도를 했던 임수정은 동아대 체육학과 재학시절인 2006년 호기심에 교내 씨름대회에 나갔다가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이게 그의 인생항로를 바꿔놓았다.
임수정은 “씨름하면 다들 남자가 하는 스포츠라고 여겼다”며 “그래서 처음 씨름을 시작할 때는 무척 창피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듭하면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그는 여자씨름 팀이 없어 일을 하면서 씨름을 병행해야 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카바디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임수정은 운동처방사, 트레이너 등으로 활동했다. 임수정은 “일이 싫진 않았지만 몸이 씨름을 원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제대로 씨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지난해 6월 경기 도중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첫 판에서 부상을 당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두 번째 판을 치르기 위해 모래판에 올라갔던 독종이다. 그리고는 5개월 만에 복귀해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허리 힘이 좋은 임수정의 주무기는 엉덩배지기. 설 단장은 “다른 선수들이 끊임없이 임수정을 연구하지만 그를 꺾기가 쉽지 않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혼인 그는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 임수정은 “씨름선수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남자라면 만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양산=김원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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