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로마의 '정신력 붕괴'

김정용 기자 2017. 3. 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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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AS로마는 올해 첫 경기부터 10경기 동안 단 4실점만 내준 막강한 수비력을 지닌 팀이었다. 지금도 이탈리아세리에A 최소실점 2위다. 그러나 최근 세 경기에선 모두 실점하며 3연패를 당했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라치오, 4일 나폴리에 각각 2실점하며 문제를 드러낸 로마는 10일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에서 올랭피크리옹에 2-4로 졌다. 네 골을 실점한 건 이번 시즌 처음이다. 전반전은 2-1로 앞선 채 마쳤지만 후반 들어 리옹이 자랑하는 코랑탱 톨리소, 나빌 페키르,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에게 한 골씩 얻어맞고 점수차가 벌어졌다. 홈 2차전이 남아 있지만 지금처럼 실점이 많은 상황에선 역전이 어렵다.

로마는 시즌 중반부터 수비 안정을 가져다 준 3-4-2-1 시스템이 최근 흔들리자 지난 나폴리전에서 체력 안배를 겸해 포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력이 나빴다. 리옹을 상대로 다시 스리백이 돌아왔으나 전반전의 좋은 경기력과 달리 후반 막판으로 가며 수비 조직력이 계속 나빠졌다.

특히 후반에 허용한 세 골 모두 측면이 아닌 중앙을 공략당했다는 점은 문제가 컸다. 로마식 3-4-2-1의 특징은 스리백 위에 수비력 좋은 다니엘레 데로시, 케빈 스트로트만을 배치해 중앙을 안정적으로 지킨다는 것이다. 이중 수비벽이 너무 후방에 있어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험 요인은 공격형 미드필더 라자 나잉골란의 헌신적인 압박으로 보완한다. 일단 공을 빼앗은 뒤엔 미드필더들의 고루 뛰어난 패스 능력을 활용해 속공을 펼치곤 했다.

로마는 실점 장면 외에도 마티외 발뷔에나, 라카제트 등에게 계속 중앙이 뚫렸다. 스리백 앞을 보호해야 할 미드필더들은 라카제트를 중심으로 한 리옹의 빠른 패스워크에 쉽게 흔들렸다. 라카제트 쪽으로 우르르 몰린 수비는 톨리소에게 중거리슛 기회를 내줬다. 페키르의 드리블에 3명이 쉽게 벗겨졌고, 라카제트의 쐐기골 상황에서도 슛 코스를 저지하는 선수가 없었다. 선발로 나온 데로시도, 교체로 투입된 레안드로 파레데스도 수비 집중력이 부족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로마가 끈질기지 못하다는 걸 인정했다. "경기가 잘 풀릴 때 우리 팀은 날아다닌다. 경기가 안 풀리기 시작하면, 다시 싸워 빼앗는 면모가 없다. 선수들이 너무 차분하다. 나는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있다. 우리 팀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면 약점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걸 알고 있다. 수비수 주앙 제주스는 "경기 내내 100%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골키퍼 알리손은 "경기장에 들어서면 제대로 된 정신 자세로 뛰어야 한다"며 마음가짐이 역전의 열쇠가 될 거라고 말했다. 2차전은 17일 열린다.

로마의 최근 3연패는 세 대회에서 모두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라치오전 패배로 코파이탈리아 4강에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나폴리전 패배는 2위 로마가 선두 유벤투스보다 3위 나폴리를 신경 쓰게 만들었다. 리키 마사라 디렉터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할 만한 상황이다.

스팔레티 감독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처음 로마를 지휘할 때 매력적인 공격 축구로 인기를 끌었으나 우승을 차지하기 부족한 뒷심, 아쉬운 시즌 운영을 노출하며 번번이 2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다운 근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로마가 빨리 부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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